선(禪)

[스크랩] 78. 大死底人 - 크게 죽은 사람

수선님 2018. 4. 22. 12:59

크게 죽은 사람 - 벽암록(碧巖錄)

 

 

여기서 말하는 '큰 죽음(大死)'은 육체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사람들이 가진 상대적이고도 아집에 사로잡힌 지식을 뿌리째 비워내어, 더 이상 상대적인 분별심의 틀에 사로잡힌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에 태어난 뒤부터 계속 보고 듣고 배워서 얻은 후천적인 모든 지식을 토해 내고 죽은 사람처럼 된 상태를 뜻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자기를 망각하고 무아(無我)가 된 상태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 무아도 다시 부정하여, 부정의 부정을 하는 것을 선가에서는 '크게 산다(大活)'고 합니다.  

 

이와 같은 뜻으로 "크게 한번 죽고, 크게 살아서 성취를 이룬다[大死一番 大活現成]"는 말이 있습니다. '큰 죽음'은 지식을 부정하는 것을 말하며, '큰 삶'은 비혜를 깨닫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다만 선을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세계, 어느 사회에서나, 참된 삶을 위해서는 한 번은 통과해야 하는 관문입니다. 백은선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단 죽음을 각오하지 않은 무사(武士)는 싸움이 일어나면 도망칠 궁리부터 먼저 한다."

 

옛 사람의 말에 "상재적인 지식을 버린 사람은 오히려 활기에 넘쳐 있다"고 하였습니다. 버릴 것을 다 버리고 나면 버리는 것 자체가 얻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선물은 훔칠 수도 빼앗을 수도 없는 값진 보물이 됩니다.

 

인생살이의 축소판인 바둑의 세게에서 이 선어는 즐겨 인용되는 좌우명이 되고 있습니다. 바둑으로 한 시대를 충미했던 명인들은 모든 대국을 '대사일번(大死一番)'의 정신으로 두어 나갔던 것입니다. 한 바둑인이 명인의 지위를 탈환한 뒤 다음과 같은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한 수 한 수를 최선을 다해 두어, 후에 손쓸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위기를 맞으면 대사일번의 심경으로 부딪혀 가야 한다."

 

선 수행자가 말하는 '큰 죽음[大死]'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松原泰道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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