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80. 殘心 - 대비하는 마음

수선님 2018. 4. 22. 13:00

대비하는 마음 - 출전 미상

 

 

'잔심(殘心)'이라는 말의 출처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도나 검고, 궁도에서 흔히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미련이나 아쉬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궁도에서는 활을 쏜 다음의 반응에 대비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검도에서는 일격을 가한 후에 상대방의 반격에 대비하는 마음의 자세를 말합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야구 경기를 보는데, 투수가 공을 던지자 곧 들어올린 다르를 땅에 내리고 몸을 똑바로 하여 타자가 치는 공에 대비하는 것을 보고는, 투수에게도 '잔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도에서는 차를 마시고 난 뒤의 마음가짐을 가리킵니다. 다도에 관한 글들을 모은 책에 이란 구절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평생에 다시 오지 않는 날임을 생각하며 혼자 차를 마신다. 주위는 쓸쓸하여 말벗으로는 오직 차주전자뿐이다. 스스로 깨달음이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다."

 

선과 다도가 상당히 비슷함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혼자 차를 마시는 자신이 승화되어 차주전자가 되어 버리는 잔심의 경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가르침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지혜의 작용이 중요합니다.

 

다도에 조예가 깊었던 한 옛사람은 "찻잔을 쥐었다가 놓을 때에는 그리운 사람과 이병하는 심정으로 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잔심'을 행동으로 보인 것입니다. 선가에서는 이런 세심한 행동을 소중히 여깁니다.

 

죽을 때 부모는 자식 일을 걱정하고 스승은 제자 일을 염려합니다. 이런 염원이 승화되었기 때문에, 잣기이나 제자에 해당되는 우리가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잔심'의 밑바닥에 부처님의 소원이 깃들여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 지혜가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산속 깊숙이 숨어살면서 백은선사를 키웠던 노인이 선사가 행운유수로 떠나려 하자 이 같은 글을 써주었다고 합니다.

 

만남이 곧 이별이라. 그림자처럼 따르는 우정이러니

 

언제나 몸에 따라 다니는 그림자와 같은 우정이란 '잔심'을 말하는 것으로, 두 사람의 마음속에 언제까지나 깊숙이 남아 있는 것은 인간적인 애정이 아니라 지헤에서 오는 애정입니다. 작별하는 두 사람이 벗이 되기를 부처님의 자비로써 염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노래는 선가에서 말하는 '잔심'을 훌륭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松原泰道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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