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불교

화두,그 간절한 의심

수선님 2018. 5. 13. 13:24

화두,그 간절한 의심 


옛날, 중국의 농촌마을에 금실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부부에게는 애석하게도 자식이 없었습니다.
'아들 하나 얻었으면 소원이 없으련만...'
간절한 소망 덕분인지 그들 부부는 마흔이 넘어 아들을 얻게 되었고,

그 아들이 그렇게 귀하고 사랑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금덩어리보다 더 귀한 내 아들!"
"금덩어리라뇨? 옥보다도 더 귀하지요"
이러한 대화를 나누던 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금옥(金玉)이라 짓고,

'금이야 옥이야'하며 키웠습니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안거나 업고 키웠으며,

심지어는 화장실을 갈 때에도 서로에게 업혀 준 다음 볼 일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애지중지 업고만 키우다보니,

아이의 다리는 완전히 'o'자가 되어 혼자 걸을 수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해달라는 대로 금방 해주고 '오냐 오냐'하며

키웠기 때문에 성질이 아주 이상해져서,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렇지만 그들 부부에게는 아들이 마냥 귀엽고 귀하기만 하였습니다.

아들의 나이 7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바람도 쐴 겸 아들을 등에 업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동산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등에 업혀 있던 아들이

갑자기 아버지의 머리를 '쿡' 쥐어박으며 소리쳤습니다.
"아버지!" "왜?" "저것 줘" "저것? 무엇 말이냐?"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의 머리며 등을 닥치는 대로 때리면서

발악을 하듯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것 줘-"
"저것이 무엇인데? 무엇인지를 알아야 줄 것이 아니냐?"

"저것 줘! 빨리! 저것!"

제 성질에 못 이겨 발악을 하던 아들은 거품을 뿜다가 숨이 넘어가 버렸고,

다급해진 아버지는 아들을 들쳐 업고 단숨에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은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기가 막혀 죽은 아들 옆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어머니는 죽은 아들을 안고 통곡을 하다가 화살을 남편에게로 돌렸습니다.
"이놈의 영감, 내 자식 살려내라. 금옥이를 살려내!"
고함을 지르고 남편을 때리며 울다가 지치면 잠이 들고,
깨어나면 또다시 남편에게 퍼붓고...
그러다가 아내가 문득 말했습니다.
"이 놈의 영감아! '저것 줘' 할 때 아무거나 집어주었으면 될텐데

묻기는 왜 자꾸 물었어? 돌멩이든 들꽃이든 덜렁 집어주었으면

금옥이가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 아니야?"

순간, 혼이 나간 듯이 앉아 있던 아버지의 머리에

한 생각이 강하게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래 맞아. 금옥이가 도대체 무엇을 달라고 했지?

금옥이가 원했던 것이 도대체 무엇이지?'
참으로 그들 부부와 금옥이의 인연은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아들을 잘못 키워 이상한 성격으로 만들었고,
그 성격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는 생각보다는,

자신들이 잘못하여 아들을 죽였다는 생각과

'저것 줘' 하였을 때 주지 못한 것이 후회될 뿐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아버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

'금옥이가 무엇을 달라고 했을까?'
'무엇을 달라고 했을까?'
'도대체 무엇을?'
'무엇을?'

아버지는 이 의문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그냥 앉은 채로

금옥이가 달라고 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물었습니다.
그렇게 7일을 생각하다가,

옆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내가 몸부림을 치며 팍 차는 순간

확철대오(確撤大悟) 하였습니다.

깨치고 보니 아들 금옥이가 달라고 한 것은 빈 주먹이었고,
깨치고 보니 아들 금옥이는 전생에 함께 도를 닦던 도반이었습니다.

지난 생, 인물이 잘 생긴 스님과 얼굴이 검고 험상궂게 생긴 스님이

깊은 산중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젊은 보살이 두 스님의 양식을 대주고 공양을 올리며

이바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잘생긴 스님과 보살은 은근히 마음으로 사모하게 되었고,

자연 잘생긴 스님의 공부는 진척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잘생긴 스님과 보살은 일찍 세상을 하직하였고,
전생에 품은 연심(戀心)이 씨앗이 되어

금생에서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생에 독신으로 산 때문인지 그들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한편, 얼굴이 검은 스님은 잘생긴 스님과 보살이 죽은 후에도

꾸준히 도를 닦아 마침내 대오(大悟)했습니다.
그리고 전생의 도반을 제도하기 위해 몸을 바꾸어 그들 부부 사이에 태어났고,

그들 부부가 아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애착을 가지도록 한 다음,

'저것 줘!' 하면서 죽어버린 것입니다.

지극한 의심!
'무엇을 달라고 했던가?' 하는 간절한 의심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

전생의 도반인 금옥이는 죽어버렸고,

아버지는 금옥이에 대한 애착만큼이나 지극한 의심을 일으켜
마침내 도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 일타큰스님 법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