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덩어리가 대광명을 놓다
나와 너를 함께 잊어버리고
마음과 의식의 길이 끊어지면
걸음을 걸을 때마다 대해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손가락을 퉁길 때마다 수미산이 높이 솟는다.
진흙과 흙덩어리는 대광명을 놓고
박과 호박은 기세 좋게 언제나 법을 설한다.
人法俱忘 心識路絶 擧步則大海騰波 彈指則須彌岌峇
인법구망 심식로절 거보칙대해등파 탄지즉수미급합
泥團土塊 放大光明 瓠子冬苽 熾然常說
니단토괴 방대광명 호자동고 식연상설
- 선묘
주관과 객관을 나누고 분별하는 마음이 다 없어지고 존재를 인식하는 의식의 뿌리까지 다 끊어진 경지를 지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전개된다. 절대 부정을 거치고 나서 절대 긍정에 이르게 되면, 존재와 비존재가 모두 조화를 이루어서 원융무애하고 자유자재하게 된다. 즉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경지를 지나서, 산은 그대로 산이고 물은 그대로 물인 절대 긍정의 세계다. 이 상태에 이르면 발걸음을 들 때마다 큰 바다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손가락 퉁길 때마다 저 높은 수미산이 더욱 높이 솟구친다. 흙덩이가 방광하고 표주박이 설법을 한다.
눈을 뜬 사람, 절대 긍정에 이른 사람의 세상은 그렇다. 안목의 차이고 견해의 차이다. 대해는 대해대로 수미산은 수미산대로 흙덩이는 흙덩이대로 표주박은 표주박대로 그냥 그대로다. 보는 눈이 다르고 느끼는 감이 다르다. 이것이 깨달은 사람들의 다른 점이다. “세존(世尊)이 깨달음을 이루고 나니, 주변의 땅은 모두 다이아몬드로 되어있고 보리수는 모두 금은보화로 되어 있더라.”라고 화엄경은 설하고 있다. 사실은 아니지만 깨달은 사람에게는 진실이다. 깨달음은 세상과 인생을 보는 눈을 바꾸어 놓는다. 세상을 그렇게 보고 인생을 보는 눈을 바꾸어 놓는다. 세상을 그렇게 보고 인생을 그렇게 볼 줄 아는 사람은 곧 깨달은 사람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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