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의 요의(了義)
1. 근수선법(勤修善法: 부지런히 선법을 닦다)
중생을 수순하는 것은 경에 이르기를, "마치 큰 바다가 조수(潮水)를 이룰 때 그 시기를 놓치지 않음과 같아서 경의 말씀도 그러하다." 하였고, "만일 중생이 있어 근기가 깊고 마땅하여 들은 자는 곧 얻는다" 하셨다. 대승의 법화(法化)에 때를 잃음이 없나니, 여래출현품에 이르되, "불자야, 여래의 음성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남도 없고 지음도 없으며 분별도 있음이 없으며 들고 남도 아님이요, 다만 여래의 공덕과 법력을 좇아서 부처님은 광대한 오종(五種)의 음성을 내느니라."
(1) 첫째는 이르되,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일체 중생의 모든 행이 고(苦)이니 이른바 지옥고, 축생고, 아귀고(餓鬼苦)와 복덕이 없는 고와 아와 아소(我, 我所)에 집착하는 고, 모든 악행을 짓는 고라. 인천(人天)에 나고자 할진대 마땅히 선근을 심을지니 인천 가운데 나매 모든 난처(難處)를 여의나니라. 이렇게 인천에 나면 바로 인천승(人天乘)이요, 인천승이라 함은 이는 인천 가운데 나기 때문이다.
(2) 둘째는 이르되, 너희 등은 마땅히 알라. 하신 것은 일체제행중고(一切諸行衆苦: 모든 행이 다 무더기 고행뿐이다 라는 것)가 뜨거운 쇳덩어리와 같음이니 제행은 무상이라. 모든 것은 다 변하고 없어지고 지워지는 것이요, 열반은 적정(寂靜)이니, 다함 없음이요, 안락이라 멀리 번뇌를 여의어서 모든 열뇌(熱惱)를 여읜다 하였고, 부처님이 음성으로 수순하시니 이는 성문성(聲聞乘: 성문이라 함은 바로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야 깨닫는 근기)이다.
(3) 셋째는 이르되, 너희 등은 마땅히 알라. 성문승이라 함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알아 들음이로되 지혜가 약하고 극기가 없어 오직 말할 때만 알아듣는 그런 사람이다. 다시 상승(上乘)이 있으니 이름이 독각승(獨覺乘: 독각이라 함은 홀로 깨달은 사람을 말하는데 그들은 소견이 적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홀로라도 깨닫기 어려움이니 돋각이라 함은 그도 존자 속에 든다 하엿다. 흔히 우리 스님들이 좀 유별나고 남과 타협을 모르고 오직 자기 주의 주장을 하는 사람을 돋각이라 한다) 이다. 독각은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고 깨달은 것이 아니라 하였고 너희 등은 응당 배울지니라. 수승한 도를 즐기는 자는 법음을 들어 성문승을 버리고 독각을 이룸이니 이는 독각승(獨覺乘)이라.
(4) 넷째는 이르되, 너희 등은 마땅히 알라. 2승의 위를 지나서 수승한 도가 있으니 이름이 대승(大乘)이 되는지라. 보살이 행할 바니 육바라밀(六波羅蜜: ①은 보시바라밀이요, ②는 지계바라밀이요, ③은 인욕바라밀이요, ④는 정진바라밀이요, ⑤는 선정바라밀이요, ⑥은 지혜바라밀이다. 바라밀이란 피안이라는 뜻으로 일체의 고통을 떠난 淨土의 땅 또는 열반(Nirvana)을 뜻한다.)을 수순할지니라. 항상 보살행을 끊이지 말아야 무량한 생사에 처하되 싫어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느니라. 이 2승[聲聞 緣覺]을 초과함이 바로 대승을 이룸이니라.
(5)다섯째는 이르되, 제일승(第一乘)이란 최상승(最上乘)이며 일체 중생을 이익케 하는 승(乘)이니 만일 중생이 믿는 마음과 앎이 광대하고 모든 선근이 익어 숫세에 심은 선근으로 모든 여래신력(如來神力)의 가피한 바가 되어서 수승한 욕락으로 불과(佛果)를 바라는 자는 이 법음을 들어 보리심을 일으킨다 하엿다. 그러므로 이는 불승(佛乘)이라 하엿다. 일승법(一乘法)은 여래의 음성이 몸을 좇아서 남이 아님이며 마음으로 좇아 남도 아님이로되 능히 무량중생을 이익케 한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항상 중생을 잘 보는 바이며 잘 듣는 바이며 잘 선도하는 바이니라.
2. 화엄경의 구성
화엄경은 세 종류의 한역본이 전해지고 있다. 먼저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 Buddhabhadra 359-429)가 번역한 60화엄경은 동진(東晋)시대에 번역하였다고 하여 진경(晋經)이란 이름이 붙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당나라 때 695년-699년에 걸쳐서 실차난타(實叉難陀: Siksananda 652-710) 삼장이 번역한 80화엄경이 잇다. 당나라 측천무후가 대승불교에 귀의하여 불심을 발하고 장안에 수많은 절을 세우고 스님들을 공양하였으며, 불탑을 중국 전역에 세웠다고 전한다. 측천무후는 경전의 미비함을 듣고 60화엄경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우전국(于 國)에 범본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본과 역경사를 모셔다가 번역을 하게 하였는데 그가 바로 실차난타이다. 그는 범본 4만5천 게송을 가져왔다고 한다. 측천무후는 80화엄경을 번역하고 간행하는 데 실로 엄청난 자금을 댔고 본인이 그 서문을 쓰기도 하엿다. 당나라 현수 법장이 이 역경사업에 동참하였으며, 그래서 당경 또는 신경(新經) 80화엄경으로 불리운다.
다음으로 40화엄경은 반야(般若: Prajna)삼장법사가 당나라 정원년간(795-798)에 번역하였는 바 이 번역은 중국 화엄종의 청량징관(淸凉澄觀) 대사도 참여하였다고 한다. 입법계품(入法界品)만을 번역하여 이 경이 완전하다고 할 수 없다.
3. 화엄경이 설해진 장소
화엄경은 일곱 군데에서 설하엿다고 한다. 지상의 세 곳과, 하늘의 네 곳이다. 설법은 모두 아홉 번이며 품수는 39품이니 보통 우리들은 7처 9회 39품이라 말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대각을 이루시니 온갖 의문이 모두 풀리엇다. 생로병사하는 인생의 모든 것, 삼라만상의 실상생명(實相生命)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이 자리를 금강보좌(金剛寶座)라 하고 보리도량(菩提道場)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하고 3.7일 동안 설하였다고 전하는 데, 부처님 깨달으신 내용을 설법하시나 중생들이 알아 듣지 못하므로 부처님의 깨달은 경지를 수많은 상근기 보살들이 삼매에 들어서 부처님의 깨달은 경지를 감득한 후 부처님의 가피력을 받아 설하였다고 한다.
화엄경의 내용은 그러한 우주본성과 변만무량(邊滿無量)한 세계와 비로자나 부처님의 성불을 그린 것이다.
1회에 설법한 여섯 품이 세주묘엄품, 여래현상품, 보현삼매품, 세계성취품, 화장세계품, 비로자나품으로 화엄경의 서론에 해당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보광명전에서 설한 여섯 품이 있다.
2회부터 8회까지는 보살이 성불해 가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여래명호품, 사성재품, 광명각품, 보살문명품, 정행품, 현수품으로 십신(十信)에 해당하고,
3회부터는 하늘로 그 장소가 옮겨진다. 욕계2천인 도리천궁에 올라가서 한 설법으로 여섯 품이 있다.
제4회 설법은 욕계 제 3천인 도솔천궁에서 세 품을 설법하고 네품이 있는데 십행에 해당된다고 하며,
제5회는 욕계 6천의 제 4천인 도솔천궁에서 세 품을 설하였는데, 십회향품에 해당된다. 도솔천은 미륵보살이 있는 곳으로 미륵보살은 사바세계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지금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제6회는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에서는 십지품(十地品) 한 품만을 설하셨다. 비록 한 품이지만 가장 수준 높은 진리의 설법이다.
제7회에 부처님은 법회장소를 다시 지상으로 내려 와 다시 보광전에서 11품을 설하고 이 품은 성불의 높은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제8회 설법도 보광명전에서 보살의 수행계위를 다 이루는 설법이며, 마지막 단계로 묘각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9회는 금강경이 설해진 급고독원이다. 기수급고독원에서 마지막의 보현행원품과 입법계품이 설해진다. 화엄경의 마지막을 장식한 설법인 셈이다.
도를 따르면 그 가르침이 있다
"밝은 광명은 일체를 비추나니 온 법계가 청정해졌도다."
화엄경 세간정안품에 있는 말씀입니다. 이제 부처님 깨침의 문을 열었으니 모든 지혜가 바로 여기서 난다는 것입니다.
노자의 제자 중에 '경상추'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형상은 그리 잘나지는 않앗지만 그의 말이라든가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본받을 만해서 사람들은 그를 참으로 귀히 여겼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중국 십대 기인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왕이 그를 아껴서 불러다 아무리 좋은 벼슬자리를 주어도 다 마다하고 경상추는 한적한 시골에서 사람들과 같이 논을 일구고, 밭을 일구고, 집을 짓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경상추는 자기가 잘났다고 똑똑함을 내세우는 사람과 불평을 일삼는 무리들을 모두 산에서 떠나 보내고, 무능한 어떻게 보면 바보와도 같은 순박한 사람들하고만 살았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마을의 다른 농민보다 그가 짓는 곡식은 참으로 잘 되었고 또 그 마을 전체에는 항상 풍년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가 온 이후에 이와 같은 덕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모시고 무엇인가 배우고 듣기 위해 그를 찾아 왔습니다.
"덕이 있으신 분이시여, 저희들에게 가르침을 주소서."
경상추는 답합니다.
"이 세상 있는 그대로 그대들은 볼 것이며, 이 세상 있는 그대로 들을 것이며, 이 세상 있는 그대로 생각할 것이니라. 만약 한 가지라도 꾸밈이 있다면 그 때부터는 도(道)를 잃을 것이다. 꾸밈이 없이 살면 온 나라가 평안할 것이며, 저 한갓 농사짓는 일이라도 잘 될 것이다. 왜냐하면 식물이라고 해도 다 그들에게도 마음이 있는 연고로 우리가 도와 더불어 살 것 같으면 그들도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 모두 그의 큰 가르침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참으로 그는 도인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꾸미고 삽니까? 너무도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이 많습니다. 작은 도랑에서는 큰 물고기가 살 수 없고, 작은 언덕에는 큰 짐승이 숨을 곳이 없습니다. 작은 언덕에는 간교한 여우 무리만 머물 뿐입니다. 현자를 존중하는 자는 지혜가 있는 사람일 것이며 현자를 헐뜯는 자는 어리석은 자일 것입니다. 큰 산짐승이라고 해도 산에서 내려오면 덫에 걸리기 쉽고, 큰 물고기도 물을 잃고 뭍에 오르면 개미에게까지 괴롭힘을 당한다고하였습니다.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고 노는 것은 아직은 그 물이 놀 만큼 좋다는 것이며, 그 물에 물고기가 없다고 하는 것은 물이 이미 독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머리카락을 세면서 머리를 빗는 사람, 쌀을 세어서 밥을 짓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깐깐하고 까다로워서 일에 있어서 진척이 없을 것이며, 또 무슨 일이나 모두 대충대충 하는 사람도 그일에 있어서 진척이 없으며 또한 단정함도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 세상은 항상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 부처님의 깨우침의 자리에는 이 상대적인 것이 다 떨어져 나간 그 자리입니다. 부처님께서 깨우침을 얻고 난 후 우리 중생들을 보니 모두가 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 '모두가 다 나와 같은 불성을 갖고 있건만 상대적인 차별을 떠나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하시고 팔만 사천의 법문을 중생의 근기에 따라서 설해 주신 것입니다. 우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잘 배우는 길만이 나의 행복과 더 나아가서는 이 사회의 행복이 될 것입니다.
진리는 무엇인가?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때때로 진리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진리는 저 절에 있는가? 진리는 저 교회에 있는가? 진리는 그 어디에 있는가? 라는 물음을 한다면 진리는 성실하게 일한 자에게는 그 대가를 주는 것이며, 게으름을 피운 자에게도 그 대가를 줍니다. 그러므로 진리는 다른 곳에 있지 아니합니다. 내가 기도의 공덕을 쌓으면 그 공덕을 주고, 나누는 삶을 사는 사람에겐 그 복이 증장합니다. 진리는 철학자가 부르짖는 곳에 있지도 아니하고,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자체가 진리입니다. 화엄경의 세계는 바로 이 같은 진리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펼쳐 보이는 그런 경전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에게 나라를 맡기면 그는 도둑질하고 백성을 속인다 하였고, 현자에게 나라를 맡기면 백성은 서로 다투며, 무능하면서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백성이 골탕을 먹고, 간신이 들끓는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왜 '현자에게 나라를 맡기면 서로 다투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현자는 자기가 현자이니 만큼 타인의 허물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백성의 다툼이 늘 수 있습니다. 오직 혼자만의 현자입니다. 이 현자가 두루두루 능한 자라면 모든 다툼을 멈추게 할 것이며, 그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 백성을 안온처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윗자리에 앉은 사람이 좀 힘이 잇고, 결단성이 잇고, 만사에 능함까지 갖추고 있으면, 백성은 편안해집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버이가 엄하지 않고서는 자식들이 올바로 자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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