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제10칙에는 목주 화상과 엉터리 사기꾼 스님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목주 화상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최근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갑자기 고함(喝)을 쳤다. 목주 화상이 말했다. “노승이 그대의 고함(一喝)에 한번 당하게 되었군!” 그 스님이 또 고함(喝) 쳤다.
목주 화상이 말했다. “그렇게 서너 차례 고함(喝)친 다음에는 어찌 하려는가?”
스님이 아무 말이 없자, 목주 화상은 곧장 그 스님을 치면서 말했다. “이 사기꾼 같은 놈!”
擧. 睦州問僧, 近離甚處. 僧便喝. 州云, 老僧被汝一喝. 僧又喝. 州云, 三喝四喝後, 作生. 僧無語. 州便打云, 這掠虛頭漢.
목주 화상(780~877)은 황벽희운 선사의 제자로 그의 전기는 〈조당집〉 제19권, 〈전등록〉제12권 등에 전한다. 임제의현과 동문이며, 젊은 운문의 발을 문지방에 치게 하여 깨달음을 체득하게 한 진존숙(陳尊宿)이라고 불리는 선승이다. 그는 명리(名利)를 멀리하고 한 평생 은거하며 짚신을 만들어 팔아서 노모를 봉양한 효행이 알려지면서 진포혜(陳蒲鞋)라고 불리게 되었다.
경율론 삼장(三藏)의 교학에 통달하여 계율을 청정히 하고 제자 교육에 엄격한 선승이다. 그의 이름을 〈고존숙어록〉에는 도종(道), 〈오등회원〉에는 도명(道明)이라고 하고 있다.
어떤 스님이 목주 화상을 친견하려고 찾아왔기에, 목주화상은 “그대는 최근 어디서 왔는가? 지금까지 그대는 어디서 수행했는가?”라고 질문하였다. 이것은 어떤 학인에게도 던질 수 있는 평범한 물음이지만, 학인의 견해를 시험하는 날카로운 물음이다. 원오도 목주 화상의 물음은 ‘탐간영초(探竿影草)’라고 착어하고 있다. 이 말은 〈임제록〉에 임제의 네 번의 할(四喝)에 나오는 말인데 〈종용록〉14칙에도 ‘탐간(探竿)은 손에 있고, 영초(影草)는 몸을 따른다.’라는 말이 보인다.
즉 탐간(探竿)은 어부가 고기 잡는 도구로서 긴 장대 끝에 오리 깃털을 묶어서 물 속의 고기떼를 찾아 한 곳으로 모아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는 도구이며, 영초(影草)는 풀을 베어 물 속에 던져 놓고 고기떼가 그 풀 더미 속에 숨기를 기다려서 고기를 잡는 것을 말한다.
목주 화상이 “그대는 최근 어디서 왔는가?” 라는 질문은 흔히 학인에게 던지는 인사말 같지만 고기를 잡기 위해 물속에 던져둔 풀 더미와 같은 도구이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는 물음이라는 의미이다.
목주 화상의 물음에 그 스님은 곧장 고함(喝)을 쳤다. 이 스님도 보통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목주 화상의 물음을 단순한 인사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큰 소리로 할(고함)을 한 것이다. 원오도 ‘대단한 선승(作家禪客)’이라고 평하고 있다. 선문답에서 고함(喝)을 하는 것은 지금 여기자기 불성(본래면목)의 지혜작용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일체 언설을 초월한 깨달음의 경지인 불립문자의 세계를 곧바로 제시하는 직접적인 행위이다.
목주 화상이 ‘그대는 최근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지금 여기에 여여(如如)하게 왔다는 사실을 불성의 지혜작용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목주 화상은 “노승이 그대의 할에 한방 얻어맞았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은 ‘그대는 정말 대단한 선승이야!’ 라고 겉으로 칭찬하는 말이지만, 원오가 “호랑이를 함정에 빠지게 하는 기지(陷虎之機)”이라고 착어하고 있는 것처럼, 학인을 사로잡는 목주의 노련한 기지를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스님도 보통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또 할(고함)을 했다.’ 여기서 이 스님이 진짜 작가인지 작가 흉내를 낸 졸승인지 간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오는 “머리에 뿔이 있는지 잘 점검하라.”라고 하면서, “닮기는 닮았는데, 아직 진짜가 아니니, 아마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까 걱정스럽다.”라고 착어하고 있다. 용두사미라는 말은 〈전등록〉제12권에 처음 등장하는 말로 처음 큰 소리로 고함친 이 스님이 뒤에는 꼬리를 감추는 것을 말한다.
목주 화상은 “그렇게 서너 차례 고함을 친 다음은 어찌하려는가?” 라고 다구 쳤다. 즉 그대가 처음 한두 번 고함(喝)은 대단한 기세였는데, 다시 세 번 네 번 고함을 친 뒤에는 어떻게 할 참인가? 라고 목주 화상이 먼저 그 스님의 입을 봉쇄하기 위해 선수를 치고 있는 말이다. 즉 그대가 진정 대장부라면 불법의 안목과 지혜로 이 문제를 뚫고 나와 봐라!
원오는 목주 화상의 지혜작용(機鋒)이 날카로워서 누구한 사람 머리를 내미는 자가 없다고 하면서 이 스님이 “어디로 도망갔는가? 어디로 들어갔나?”라고 착어하고 있다.
목주 화상이 선수 치는 말에 그 스님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스님이 처음 한 두 번고함(할)을 친 것도 진짜 불법의 안목을 갖춘 할이 아니라 가짜로 흉내 낸 할이었다는 사실이 들어 났기 때문에 용두사미라는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원오는 “그 스님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라고 착어를 하고 있는데, 기세등등한 그 스님은 어디로 도망갔지? 꼬리를 감추고 도망 가버렸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목주 화상은 주장자로 곧장 치면서 “이 사기꾼 같은 놈(掠虛頭漢)!” 이라고 말했다. 掠(략)은 탈취하다는 의미로서 허위로 한갓 남의 말이나 언어 문자를 모방하여 적당히 흉내만 내는 엉터리 사기꾼을 말한다. 불법수행을 진실로 하지 않고 착실하지 못한 엉터리 수행자를 꾸짖는 말이다. 참선 수행은 몸과 목숨까지 아끼지 말고 우직하고 착실하게 정진해야 한다.
〈임제록〉을 비롯하여 당대의 어록에도 선승이 학인들을 지도하는 차원에서 일체의 사량 분별을 차단하는 직접행동으로 고함(喝)을 하거나 방망이를 내리치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당시에도 선승들이 불성의 지혜작용으로 활용하는 할(喝)을 흉내 내는 엉터리 사기꾼 같은 수행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설두 화상은 이 공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읊고 있다.
“두 번의 할(兩喝)과 세 번의 할(三喝). 작가 선객은 근기에 맞출 줄 알았네. 만약 범의 머리에 올라탔다고 여긴다면, 둘 다 눈먼 장님이 되리라. 누가 눈먼 장님인가? 온 세상에 들추어내어 사람들께 보여 줘라.”
두 번의 할(兩喝)은 스님이 목주 화상에게 두 번이나 할을 한 것이고, 세 번의 할(三喝)은 목주 화상이 스님에게 세 번 네 번 할을 한 뒤에는 어떻게 하려는가? 라고 반문한 것을 말한다. 작가 선객은 목주 화상을 지칭하는 말로, 목주는 지혜 작용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스님에게 세 번 네 번 할을 한 이후에는 어떻게 하려는가? 라고 선수를 친 임기응변이 뛰어난 것을 읊고 있다.
“만약 범의 머리에 올라탔다고 여긴다면, 둘 다 눈 먼 장님이 되리라.”라고 읊고 있는 말은 목주화상 앞에서 두 번이나 고함(喝) 치는 스님의 할을 마치 범을 타고 질주하는 기세로 인정한다면 할을 한 스님과 이 공안을 읽고 그렇게 인정한 당신이나 두 사람 모두 불법의 안목 없는 장님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어째서 장님이라는 말인가? 이 공안을 읽고 있는 당신도 천하의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견해를 들추어내 제시해보도록 하라. 그대의 안목도 천하의 사람들에게 한번 점검 받아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불법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눈 뜬 장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잘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 모두가 불법의 대의와 정법의 안목을 구족하지 못한 장님이 되고 말 것이다.
설두는 여기서 이 공안을 읽는 수행자들에게 불법을 지혜를 구족하지 못한 안목 없는 눈먼 장님(漢)이라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설두가 말한 눈먼 장님은 누구인가?
성본스님/동국대 불교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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