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스님

[스크랩] 성직자의 기본 예의

수선님 2018. 7. 1. 13:07

 

 

 

 

성직자의 기본 예의

마성 지음

 

 

성직자 가운데 스님과 수녀는 일반인들과 다른 특이한 복장 때문에 그 신분이 노출되어 있다. 간혹 길에서 수녀님들을 만나면 나는 먼저 그들을 향해 합장한다. 어떤 경우는 수녀님이 먼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나를 향해 가볍게 목례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님과 수녀가 길에서 마주치면 약속이나 한 듯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눈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자신이 믿고 따르는 종교는 다를지라도 같은 성직자이기에 상호 존경의 예를 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실천 때문인지는 몰라도 불교와 천주교 사이는 서로 적대적인 감정이 없다.

반면 우리 주변에서 노출되지 않은 종교간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광적인 기독교 신도들의 훼불 행위로 불교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필자가 머물고 있는 절은 도심 한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스님인 나에게 선교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자주 방문한다. 그들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냥 참는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종교인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예의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말지만, 하루종일 불쾌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정확한 통계 숫자는 모르지만 종교 인구가 점차 격감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신세대들은 종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기 때문에 대학의 종교 모임은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인들 스스로 종교간의 갈등을 조장시킨다면 결국 종교에 대한 불신감만 초래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마치 정치인들이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이전투구의 싸움을 계속하는 동안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인 모두를 불신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종교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남의 종교를 헐뜯거나 비방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은 다종교 시대이기 때문에 종교간 상호 공존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성직자 상호간에 최소한의 예의부터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종교에 종사하는 지도자들이 솔선하여 타종교의 성직자를 존경하는 풍토가 확산된다면 종교간의 갈등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다.

<[慶南新聞] 제15506호, 1996년 4월 13일자, 12면.>

 

 

마성스님 - 팔리문헌연구소장  

한국불교개혁

http://cafe.daum.net/wonbulsatemple

 

 

 

 

 

출처 : 원불사(原佛寺)
글쓴이 : 단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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