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스님

[스크랩] 빚 없는 삶

수선님 2018. 6. 24. 12:38

 

 

 

 

빚 없는 삶

마성 지음

 

 

소크라테스는 감옥에서 독배를 마시기 전 초연한 자세로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이웃집에 사는 아크레클로서에게 빌린 닭 한 마리를 갚아 주어라?는 것이었다. 이 유언은 소크라테스가 얼마나 ?빚(負債)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律藏}에 의하면 붓다가 깨달음을 이룬 직후 梵天은 부처님을 ?부채 없는 분?이라고 찬탄했다. 역사적으로 붓다는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그 어떤 부채도 없는 삶, 즉 ?無債樂?을 즐긴 분이었다. {經集}에서 붓다는 말하길 ?나는 그 누구에게 고용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이 말씀은 붓다 자신은 그 어떤 빚도 없음을 상징적으로 말한 것이다.

사실 정신적 부채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진 빚이다. 이것은 오직 인격완성인 ?깨달음?을 통해서만 갚을 수 있다. 그런데 물질적 빚은 개인적으로 ?남에게 진 빚?을 말한다. 즉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을 말한다. 이 물질적 빚은 가능한 한 빨리 갚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채무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다. 왜냐하면 부채를 지고 있는 한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의적으로 부도를 내거나 사기행각으로 남에게 크나큰 피해를 주고 도피중인 사람들은 언제나 불안한 마음으로 가슴 조이며 지낸다.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깜짝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금생에 받는 지옥의 고통이다. 지옥이란 꼭 죽어서만 가는 다른 세계가 아니다. 현세에서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는 것도 지옥이다. 비록 이들이 숨긴 돈으로 겉으로 화려한 생활을 누릴 지라고 참된 행복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부처님 당시부터 세상에서 빚을 진 사람은 출가하여 승려가 될 수 없었다. 붓다는 승려가 되는데 있어서 출신 성분을 구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서 빚을 지고 승단으로 피신해 오는 사람의 출가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빚을 지고 있는 한 최고의 안락, 즉 열반을 이룰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물질적·정신적으로 ?부채 없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慶南新聞] 1994년 9월 29일자, 15면.>

 

 

마성스님 - 팔리문헌연구소장  

한국불교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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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원불사(原佛寺)
글쓴이 : 단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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