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화엄경 그 진리의 세계
▣ 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 ▣
1. 불찰세계 보살대중이 모이다
경문 그 때 부처님의 신력(神力)으로 시방의 대보살들이 모였는데 낱낱이 각각 불찰 미진수의 보살들로 더불어 함께하시어 백 불찰 미진수의 국토 밖에 있는 보살들도 좇아와서 모이었느니라. 그 때 모인 대보살들은 이름이 법혜(法慧) 보살과 일체혜(一切慧)보살과 승혜(勝慧)보살과 공덕혜(功德慧)보살과 정진혜(精進慧)보살과 선혜(善慧)보살과 지혜(智慧)보살과 진실혜(眞實慧)보살과 무상혜(無上慧)보살과 견고혜(堅固慧)보살들이 모이었음이라.
2. 대보살들이 온 세계
대보살들이 온 세계는 이른바 인다라화(因陀羅華)세계와 파두마화(波頭摩華)세계와 보화(寶華)세계와 우발라화(優鉢羅華)세계와 금강화(金剛華)세계와 묘향화(妙香華)세계와 열의화(悅意華)세계와 아로나화(阿盧那華)세계와 나라타화(那羅陀華)세계와 허공화(虛空華)세계였느니라. 이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온 방위를 따라 각기 비로자나장 사자좌를 변화하여 만들고 그 자리 위에 가부좌를 맺고 앉았음이라.
3. 부처님께서 광명을 놓으시다
그 때에 세존께서 부사의한 신력으로 백천 억의 묘한 빛 광명을 놓으시어 널리 시방의 일체 세계와 수미산 꼭대기 보살들이 와서 모인 것처럼 수미산 꼭대기 제석궁전에서 그 가운데에 계시는 부처님과 대중들을 비추시니 모두 나투지 않음이 없었음이라.
⊙ 합론
장차 이 품을 해석함에는 네 가지로 분별하리니 일(一)은 품(品)의 이름을 해석하고 이(二)는 품의 뜻을 해석하고 삼(三)은 십주(十住) 육품의 경 뜻을 회통합이라. 사(四)는 글을 따라 해석함이라.
첫째, 법혜 등 열 보살이 각각 위치를 따라서 수행하는 법으로서 스스로 게를 찬하여 믿음을 좇아오는 보살들로 하여금 본받아 깨달음에 들게 함으로 이품이 게찬품이 된다.
둘째, 품의 온 뜻을 해석한다는 것은 이미 수미산에 오르매 제석천왕이 게(偈)로써 이미 부처님의 찬탄을 밝혔거니와 이 품은 십주의 당위(當位)보살이 법문을 열어 부처님의 찬탄함으로 신심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위(入位)함을 연 연고라. 처음은 과거불을 찬탄함이요, 두 번째는 현재불을 찬탄함이요, 미래불이라 하는 것은 곧 이 지위에 들은 자가 곧 이것이라.
셋째, 수미정상게찬품은 법을 게찬(偈讚)하여 승진(昇進)의 이치와 근수(勤修)함을 밝힘이라. 당위(當位)의 수행인과와 십행에 향하는 인(因)임을 밝힘이라.
넷째 경의 뜻을 따라 품을 다시 열하나로 나눔이라.
4. 동방 법혜보살의 찬탄 게송(偈頌)
경문
부처님께서 광명을 놓으시니
널리 보니 세간의 부처님이
수미산 정상(頂上)의
승묘전(勝妙殿) 가운데 머무시도다.
저 모든 큰 모임 가운데에
입위(入位)한 대중 보살이
모두 시방으로부터 오시어
자리를 하고 편안히 앉으셨네.
불자들이여, 그대들은 마땅히 볼지어다
여래의 자재한 힘으로
일체의 염부제에
부처님이 계시다 말하느니라.
낱낱이 세계 가운데에
발심하여 불도를 구하시니
이러한 서원력에 의지하여
보리행을 닦으셨느니라.
부처님을 보아도 부처님을 보지 못하는도다.
5. 남방 일체보살의 찬탄
설사 백천 겁 동안에
항상 여래를 보더라도
진실한 뜻에 의지하지 않고
세상을 구하는 자를 볼진대
이 사람은 모양에 집착하여
어리석고 미혹함을 자라게 하여
생사의 지옥에 얽매여서
눈이 멀어 부처님을 보지 못하리라.
온갖 법이 나지도 않고
온갖 법이 없어지지도 않나니
만약 능히 이와 같이 안다면
모든 부처님은 항상 그 앞에 나투리.
6. 서방 승혜보살의 찬탄
미혹하여 앎이 없는 자는
헛되이 오온(五蘊)의 모양만 취하여
참된 진리 알지 못하니
이런 사람은 부처님을 보지 못하리.
비유컨대 어둠 속의 보배를
등불 없이는 볼 수 없듯이
부처님 법도 말하는 사람 없으면
비록 지혜는 있더라도 부처님 보지 못하리.
마치 눈에 눈병이 얻으면
깨끗하고 참모양을 못 보듯이
이와 같이 마음도 깨끗하지 못하면
부처님의 법을 보지 못하리.
⊙ 합론
법혜 보살로 좇아서 수행하는 바의 사람을 이름이니 여래지혜를 말하여 이름함이요, 세계가 인다라화 세계라 함은 인다라는 능주(能主)하니 능주라 하는 것은 시방 일체 세계 가운데에 시현 성불함을 이를새 능히 시현하여 중생을 제도하여 이끌어 능히 그 행화(行華)로써 자타의 지혜를 열어서 폄이라. 중생은 무명에 미혹하여 어두운 장애가 많이 막힘일새 세계의 티끌 같은 것에 비유하였음이 라. 법신지혜로 능히 깨끗이 하여 청량하여 달과 같은 곳에 이름이 각각 부처님의 처소에서 행하는 바가 청정범행이라. 이러한 계위의 보살이 묘혜(妙慧)가 현전하매 제행(諸行)의 체(體)가 자정(自淨)한 고로 법성지혜가 법에 맡겨서 운위하여 체가 생멸이 없는 곳으로부터 인(因)해 자심불과(自心佛果)를 표함이라. 이런 고로 발심한 보살은 응당 불지혜문(佛智慧門)을 발현하여 능히 번뇌에 물드는 바가 없으면 문득 곧 부처님 지위에 듦이라 하니라.
7. 북방 공덕해보살의 찬탄
경문
자기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어떻게 바른 진리를 알리요
전도된 지혜로 말미암아서
온갖 악을 키우네.
내가 옛적에 고통을 받은 것은
내가 부처님을 보지 못한 까닭이니
마땅히 법의 안목을 깨끗이 하여
응하여 부처님을 볼지로다.
8. 상방 견고혜보살의 찬탄
거룩하시어라 큰 광명이시여
용맹하신 무상사(無上師)이시여
미혹한 군생 이익케 하시려고
세간에 나오셨도다.
오직 정등정각을 이루시고
덕을 갖춘 공덕으로
일체 능히 천상 인간 사람을
능히 구호하시네.
우리들이 세존을 뵈오면
큰 이익을 얻게 되나니
이러한 묘한 법을 들으면
마땅히 부처님 진리 얻으리.
이제 노사나 부처님 뵙고
청정한 믿음 내어 더욱 더하리.
♧ 인간의 가치
불교의 인간관은 처음부터 명백합니다. 그것은 인간은 불성을 머금은 존재라는 것, 모든 생명과 인간은 함께 불성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이것은 지극히 인간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성을 머금은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바로 이 사회를 어떻게 보느냐 와도 직결됩니다. 불성을 갖고 있는 인간들이 실현하려고 하는 사회는 무엇인가? 인간을 모르면 사회의 정의나 소위 불교인들이 말하는 불국토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가 다 갖고 있을 위대한 존재를,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사회를 바르게 한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불성을 품고 있는 인간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사회정의 입니다. 인간이 살고 있는 집단의 구조를 어떤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가를 생각할 때 그것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틀을 짜는 것입니다.
불교의 가치는 반드시 목적이 있는데, 그 목적이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기해방(해탈)으로 이어집니다. 극락이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곳의 불토불국(佛土佛國)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세속적으로 전체를 성취하는 것이 정치라면 불교적으로 그러니까 출세간 적으로 전체를 실현하는 것이 종교요, 불토의 실현입니다. 본래 정치가 권모술수가 넘쳐 나는 속성을 갖고 있다면 종교는 그 권모술수를 뛰어넘어, 그것을 그치게 하고 바로하여 근본으로 돌리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가 '속(俗)' 이라면 종교는 '성(聖)'입니다. 소위 '속' 이 '성' 으로 가려는 노력은 있어도 '성' 이 '속' 으로 가는 일은 없습니다. 과학, 정치, 그리고 세계가 어떻게 흘러 가더라도 우리들은 불교의 정신으로 이 사회를 보지 아니하면 안 됩니다. 불교의 정신은 인류를 구제 하는 것입니다. 과거는 제왕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인간이 제왕이 되어 그 대접을 받는 시대를 만들어야 될 것입니다.
오늘 이러한 부처님의 가치와 종교의 가치를 말하는 것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을 위하여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전체를 향하여 하는 말씀입니다.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알지 못하는 불자들이라면 불국토 건설은 헛구호가 될 것입니다. 불교의 가치는 이러한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부처님의 진실을 알아서 그것을 사회정의의 바탕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모든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금이 좋은 것이지만 금을 쓸 곳을 찾아야 합니다.
불교를 짊어질 성스러운 숙제가 나한테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불교를 이해하는 것이며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인간시대, 즉 인간이 완성되는 시대가 도래하지 아니하면 이것을 해낼 수가 없습니다.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는 실패도 본래 안고 있는 것입니다.
화엄경백일법문(華嚴經百日法門) -장산 저- 불광출판부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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