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달마 대사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시기가 가까워진다. 그대들은 제각기 얻은 바를 말해 보라”
도부(道副)가 대답했다.
“제가 보기엔 문자에 집착되지 않고 문자를 여의지도 않은 것으로써 도를 삼아야 되겠습니다.”
조사께서 “그대는 나의 가죽을 얻었다”고 말씀하셨다.
총지(摠持) 비구니가 말했다.
“제가 알기에는 경희(慶喜)가 번뇌없는 국토를 보는 것 같아서 한 번 보고는 다시 보지 않습니다.”
조사께서 “그대는 나의 살(肉)을 얻었다” 하셨다.
도육(道育)이 대답하되 “사대(四大)가 본대 공하고, 오온(五縕)이 있지 않으니, 제가 보는 바로는 한 번도 마음에 들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조사께서 “그대는 나의 뼈를 얻었다” 하셨다.
마지막으로 혜가(慧可)가 나와서 세 번 절하고 제자리에 서 있으니, 조사께서 “그대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 하셨다.
염·송·어
남명전(南明泉)이 송했다.
“문채없는 인장을 몸소 제시하던 날
도육과 총지가 모두 무시했네.
깊은 산 눈 속에 서 있던 사람만이
세 번 절하고 눈썹이 곤두섰네.
눈썹을 곤두세운 이여!
가죽을 얻었다, 골수를 얻었다 함이 당나라를 속였네.
소실(小室)의 바위 앞엔 티끌 하나 없거늘
뉘라서 신 한 짝 들고 인도로 갔다 하는가.
꽃들이 해 아래 방글거리며 봄이 깊었고
낙엽이 바람 아래 나부끼니 가을이 늦었네.
조사께서 오셨다. 빨리 살펴라.
대중은 보았는가?”
취암종(翠岩宗)이 염했다.
“나는 여기에 가죽도 뼈도 살도 골수도 없으니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해보라 당시에 양(梁)왕의 앞에서 끌어낸 것이 가죽인가? 골수인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이 뜻을 알겠는가.”
감상
깨달음은 깨달음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말이 필요없다. 부처님이 가섭에게 꽃 한 송이를 보이고, 부처님의 질문에 문수가 침묵한 것처럼 달마가 혜가에게 법을 전하는 이치는 그와 같다.
살이다, 가죽이다, 뼈다, 골수다 하는 것은 필요없는 분별을 일으키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당나라를 속인 자는 천하는 속인다. 그런데, 정작 그대는 양 무제 앞에서 무엇을 끌어내었는가. 돌아보지 않고 갔다는데, 관속에 남긴 짚신 한 짝은 또 무슨 연고인고. 꽃들이 해 아래 방글거리니 조사 아닌 조사가 또 다시 찾아 왔구나. 사방 둘레를 살펴보라. 조사가 오셨구나.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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