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염송

[스크랩] 禪門拈頌 16. 바람과 깃발(風幡)

수선님 2018. 7. 15. 13:11

깨침과 깨달음

 

본칙

6조 혜능대사가 인종법사(印宗法師)의 회상에 있을 때 두 스님이 바람과 깃발을 보고 다투는 것을 보았는데, 하나는 ‘바람이 움직인다’하고 다른 하나는 ‘깃발이 움직인다’고 하였다.

이에 6조가 말하되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하니 두 스님이 깜짝 놀랐다.

염·송·어

대홍은(大洪恩)이 송했다.

“바람도 깃발도 아니라니 어디서 찾으랴.
바람과 기라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남의 말만 따르는 일, 큰 잘못이다.
한 마디가 근기에 맞는다 해도 크게 어긋나리라.
잘못이여, 잘못이여!
콧구멍이 하늘을 흔들어서 구멍을 내었네.”

안탕천(雁蕩泉)이 송했다.

“바람도 아니요 깃발도 아니라니
벼 베는 낫의 날이 초생달 같구나.
조사의 정확한 말 뜻 뉘라서 알꼬.
남악과 천태 사이엔 만 겹의 산이 있네.”

원통수(圓通秀)가 송했다.

“바람도 아니요 깃발도 아니라니
이것을 밝힐지라도 마음을 깨닫기는 쉽지 않으리.
이러쿵 저러쿵한 말 알려 말고
찰간대 위를 조용히 살펴보라.”

장노색(長蘆 )이 송했다.

“바람도 아니요 깃발도 아닌 것이 찰간 깃대 끝에 한가로이 보이네.
원통(圓通)의 불법이란 별난 것이 아니라서 여전히 콧구멍은 눈앞에 있네.”

감상

바람이나 깃발을 보지 말고, 콧구멍을 보라. 마음이다 아니다 또한 부질없다. 찰간대 위에 움직이지 않는 한가로운 마음이 있다.

마음을 깨닫는데, 마음이라고 하면 벌써 마음이 아니다. 바람이 깃발을 흔드니 깃발이 휘날리는데, 휘날리는 것만 본다면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 휘날리지 않는 마음의 자리를 찾는 것이 마음을 깨닫는 길이리라.

눈앞의 콧구멍도 보지 못하는데, 무슨 마음의 깨달음이 있겠는가.

청마(靑馬)는 〈깃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지어의 손수건’.

여기서 끝내야 하는 시를 그는 여기서 끝내지 못하고 더 나아가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 안 그는’ 이라고 부연했다.

하늘에 깃발을 맨 처음 단 그는 6조 혜능이 아닐까. 발레리는 명시 〈해변의 묘지〉에서 ‘바람이 인다…살려고 애써야겠다’고 했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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