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산당에 말없이 앉아있으니
적적하고 고요함은 본래 자연 그대로더라.
무슨 일로 서풍은 임야를 흔들어서
차가운 날 외기러기를 하늘 멀리 울고 가게 하는가.
山堂靜夜坐無言 寂寂廖廖本自然
산당정야좌무언 적적요요본자연
何事西風動林野 一聲寒雁唳長天
하사서풍동임야 일성한안려장천
- 야보도천
용학스님 사진
이 글은 야보도천(冶父道川) 스님께서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대목에 대하여 착어한 것이다. 금강경의 이 대목에서 천하의 육조 혜능 스님이 마음의 눈을 뜨고 오조 스님의 법을 이은 인연이 있기도 하여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새기는 글이다.
야보 스님도 또한 우리들 마음의 진상을 그대로 표현한 이 글에서 선시를 통하여 더욱 멋있게 표현하였다. 마음이란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인연을 따라 흐르고 변화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마음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이치를 위반하고 억지를 부리면서 살아가는 데서 무리가 따른다. 무리가 따르면 고통이 야기된다. 불심이 아니다. 선심이 아니고 지혜로운 생활태도가 아니다.
고요한 밤 산당에서 말없이 앉아 있으면 얼마나 적적하고 또 고요한가. 그러나 그 고요한 것이 결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정해질 수도 없고 고정되어 있어도 안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그리고 마음의 이치이기도 하다.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쓰듯이, 서풍이 가만히 불어 막 잠이 들려고 하던 기러기가 바람결에 놀라 한 소리 길게 외치며 먼 하늘로 날아간다.
멋진 한 폭의 그림이다. 그야말로 선화다. 고요하면서 작용하고 작용하면서 고요한 것이 완벽한 조화다. 자연스런 마음의 모습을 잘 그렸다. 이 그림으로써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쓰는 도리를 표현하였다. 이럴 때의 서풍은 선서(禪西)에서 불어오는 선풍(禪風)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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