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修心訣)(19)
보배 있는곳 알고도 구하지 않겠는가
지금 만약 닦지 않으면 만겁에 어긋나고, 지금 만약 억지로라도 닦으면 닦기 어려운 수행도 점점 어렵지 않게 되어 공행(功行)이
저절로 나아갈 것이다. 슬프다, 지금 사람은 배가 고프면서도 맛난 음식을 보고 먹을 줄을 알지 못하고, 병이 들어 의사를
만났어도 약을 먹을 줄 모르는구나. 참으로 ‘어떻게 할까,어떻게 할까’ 하며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찌할 수 없다.
또 세상 유위(有爲)의 일은 그 형상을 볼 수도 있고 그공덕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시람들이 한 가지 일만 얻어도 희귀하다고
감탄한다. 그러나 나의 이 마음은 그 형상을 볼 수도 없고 말로 표현할 수도 없으며 마음으로도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천마와 외도들이 훼방하려 해도 길이 없고 제석천과 범천의 모든 하늘이 칭찬하려 해도 미치지 못하는데 하물며 얄팍한 범부의 무리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우물안 개구리가 어찌 바다의 넓음을 알며, 여우가 어찌 사자의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말법 세상에 이 법문을
듣고 희유한 생각을 내어 믿고, 이해하여 받아 지니는 사람은 이미 한량없는 겁동안 모든 성인을 받들어 섬겨서 모든 선근을 심고
지혜의 바른 인연을 깊이 맺은 최상의 근기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금강경>에 ‘이 글귀에 능히 신심을 내는
사람은 이미 한량없는 부처님의 처소에서 모든 선근을 심은 것이다.’ 하였고, 또 ‘이 법은 대승의 마음을 낸 사람과 최상승의
마음을 낸 사람을 위하여 설한다.’하였다. 도를 구하는 사람은 겁내거나 약한 마음을 내지 말고 부디 용맹스런 마음을 내어야 한다. 숙세에 맺은 거룩한 인연 가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처럼 수승한 근기를 믿지 않고 스스로 못났다고 하여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금생에 닦지 않으면 비록
숙세에 선근이 있다 해도 지금 그것을 끊어버리는 것이 되므로 더욱 어려워지고 점점 멀어질 것이다. 이미 보배 있는 곳에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만겁에 회복하기 어려우니 청컨대 부디 삼가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어찌 보배가 있는 곳을 알고도 그것을 구하지 않다가 오래 외롭고 가난함을 원망하겠는가. 만약 보배를 얻으려거든 그
가죽주머니를 놓아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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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다,
원
컨대
수심결(修心訣)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1158~1210)의 저서
출처: Buddhapia, 김원각<시인·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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