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大丈夫)
나뭇가지를 잡는 것은 족히 기이한 일이 아니니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도다.
得樹攀枝未足奇 懸崖撒水丈夫兒
득수반지미족기 현애살수장부아
水寒夜冷魚難覓 留得空船載月歸
수한야냉어난멱 유득공선재월귀
- 야보도천
법이란 진리며 도다. 진리나 도가 좋은 것이라고 해서 그것에 집착을 하게 되면 진리와 도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인간의 집착만 남게 된다.
진리나 도를 마음에 잡아 두는 일이 장한 일이기는 하다. 마치 높은 벼랑에 나뭇가지를 잡고 매달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비로소 장부가 할 일을 마쳤다고 할 수 있다. 법이나 진리나 도마저도 마음에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 마치 높은 벼랑에서 나뭇가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고 상신실명(傷身失命)해야 비로소 대사각활(大死却活)하는 도리가 되기 때문이다. 즉 크게 죽어야 제대로 사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심(禪心)을 아무리 설해야 아는 이가 없으니, 부처님도 수보리도 또한 야보 스님도 외로울 뿐이다.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물은 차고 고기는 물지를 않아 할 일 없이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올 수밖에, 그러나 알아듣는 이가 없어도 이러한 선경(禪境)이 있는 데야 그 아름다운 경치를 숨길 수가 없다. 언젠가는 이해하고 감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 또 이렇게 동문서답하는 말석의 후학이 있어 먹이를 덥석 물지는 못하더라도 미끼를 집적이는 날이 있을 때를 기다려서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②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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