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계품(入法界品) ▣
27. 선도성(善度城)의 비슬지라( 瑟 羅)거사를 찾아 법을 묻다
수순견고일체선근(隨順堅固一切善根)에 회향한 선지식
그 때 선재는 가다가 선도성에 이르러 비슬지라 거사의 집에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을 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비슬지라의 설법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열반의 경계에 들지 않음이라. 나는 여래가 열반에 든다고 생각을 내지 않노라. 나는 시방의 부처님 여래가 필경에 열반에 들지 않음이니 중생을 조복하시기 위하여 일부러 보이시는 것은 제외니라. 선남자여, 내가 전단좌 여래의 탑문을 열 때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불종무진(佛種無盡)이라. 나는 이 삼매를 들어 생각마다 한량없이 훌륭한 일을 다 아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보달낙가 산이 있고 거기에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관자재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 지 물을 것이니라."
비슬지라 거사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다 위에 산이 있고 성인이 있으니
보배로 되어서 아주 깨끗해
꽃과 과일 두루하여서
그대는 거기 가서 공덕을 물으라.
선재는 그의 발에 절을 하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물러났다.
수순일체중생회향(隨順一切衆生廻向)선지식(善知識)
28. 보달낙산(補撻洛山)의 관자재 보살(觀自在菩薩)
관자재 보살을 뵙고 법을 묻다
경해
소 제 7은 등수순일체중생회향(等隨順一切衆生廻向)이다. 선우(善友)의 이름인 관자재(觀自在)는 삼업(三業)으로 귀향(歸向)하면 육통(六通)으로 인연에 따라 섭리(攝利)가 난사(難思)일새 이름이 관자재이니 이를 말미암아 두루 변재하니 중생은 수순함이라.
환(歡)은 능환(能歡)이니 일체에 통함이요, 세(世)는 소(所)이니 일체 세(世)에 통(通)함이다. 만일 음(音)이라 할진대 또한 소(所)에 통(通)함이니 소구(所救)의 일체의 기(機)요, 만일 자재(自在)라 원할진대 능화(能化)의 용(用)에 속(屬)함이다. <同卷 二十四>
경문 그 때 선재 동자는 일심으로 비슬지라 거사의 법을 듣고 보살의 해탈하는 갈무리에 들어가고, 보살의 생각따라 힘을 얻었다. 그 때 향풀이 가득히 깔려 있는데 관자재 보살이 금강보석 위에서 가부좌하고 앉았고 항량없는 보살들도 보석 위에 앉아서 공경하여 관자재 보살의 대비 법문을 들었다.
이 때 선재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쳐다보면서 생각하기를, '선지식은 여래다. 선지식은 법구름이다. 선지식은 모든 공덕의 광명'이라고 생각하였다.
선재 동자를 찬탄하시다
그 때 관자재 보살이 멀리서 온 선재 동자를 보고 말하였다.
"잘 왔도다. 그대는 대승의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주고 정직한 마음으로 불법을 구하고 자비심으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구나."
관자재 보살의 설법
관자재 보살이 말하였다
"착하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구나. 나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에 들어 해탈문을 성취하였느니라. 중생을 위하여 거두어 주기도 하며, 육신을 나투어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고, 갖가지 부사의한 빛과 광명을 나타내어서 거두어 주며, 음성으로써 거두어 주기도 하며, 위의로써 거두어 주기도 하며, 법을 말하며, 신통을 보여 주기도 하며, 마음을 깨닫게 하기도 하고, 형상으로 변화하여 성숙시키기도 하느니라."
관자재 보살이 정취 보살에게 나아가기를 권유하다
관자재 보살이 선재 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기 온 정취 보살을 보았느냐?"
선재가 말하기를, "보았나이다."
관자재 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행도를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가 하고 물으라."
진여상(眞如相)화향 선지식
29. 정취 보살(正趣菩薩)
정취보살을 뵙고 보살의 행을 묻다
그 때 선재 동자가 가르침을 받고 나아가서 정취 보살에게 절을 하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한 이여, 어떻게 보살행을 닦아야 하나이까. 어떻게 보살도를 닦아야 할 지를 모르나이다.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정취보살의 설법
"선남자여, 이 일은 알기 어려우나 모든 세간의 하늘. 사람. 아수라. 바라문들은 알지 못하느니라. 오직 용맹하게 정진하여 물러나지 않고 겁이 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선지식이 거두어 주고, 부처님이 생각하시고, 보살의 근기를 얻고 지혜의 눈을 얻어 배움이 있고 능히 알고 능히 말하느니라."
다름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타라발저(墮羅鉢底)라는 성이 있고, 거기 신이 있으니 이름은 대천(大天)이니라.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 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절을 하고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무박무착해탈(無縛無着解脫)
30. 타라발저성(墮羅鉢底城)의 대천신(大天神)
보살행을 묻다
그 때 선재 동자가 대천신에게 가서 긔의 발에 절하고 앞에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한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할지 알지 못하나이다.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대천신의 설법
이 때 대천신이 네 손을 길게 펴서 네 바다의 물을 움키어 얼굴을 씻으며 황금빛을 선재 동자에게 흩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은 보기 어렵고 듣기 어렵고 세간에 나오기 힘들어서 중생 가운데 가장 제일이며, 사람들 가운데에서 분다리꽃이니라. 미혹한 이에게는 편안한 길을 가리키고 길잡이가 되어 중생을 인도하여 불법의 문에 들어가게 하며, 법의 대장이 되어 온갖 지혜의 성을 수호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해탈을 얻었노라. 이름이 구름그물이니라."
이렇게 말하면서 선재 앞에 금더미, 은더미, 유리더미, 자거더미, 마노더미, 큰 보배꽃더미, 보배영락더미, 보배마니더미, 모든 장엄더미, 여의주더미들을 산같이 나타내 보이었다.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갈제국의 보리도량에서 땅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안주(安住)니라. 그에게 가서 어떻게 보살행을 닦아야 하는지 도를 물으라."
이 때 선재는 대천신의 발에 절을 하고 하직하고 떠났다.
등법계무량(等法界無量)회향 선지식
31. 보리도량(菩提道場)의 안주신(安住神)
안주신을 뵙고 법을 묻다
①땅의 신들이 선재 동자를 찬탄하다
그 때 선재 동자는 걸어서 마갈제국의 보리도량에 있는 안주신의 처소에 갔다. 백만의 땅 주지신들이 함께 있어서 서로 말하였다.
"여기서 오는 동자는 곧 부처님의 장[佛藏]이니 반드시 모든 중생의 의지처가 될 것이며, 반드시 모든 중생의 무명을 깨뜨릴 것이다.
이 사람은 이미 법왕의 문중에 났으니 마땅히 때[垢]를 여의고 지혜 보배광명을 열고 삿된 외도를 꺽으리라."
②안주신과 땅의 신들이 광명을 놓다
이 때 안주신 등 백만의 신들이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치니 온 땅이 한꺼번에 진동하며 갖가지 보물이 곳곳에서 장엄하며, 깨끗한 그림자와 흐르는 빛이 번갈아 사무치었다.
안주신이 설법하다
이 때 안주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잘 왔도다. 동자가 이 땅에 선근을 심었을새 내가 나타나노니, 그대는 보려는가?"
그 때 선재 동자가 땅신에게 수없이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한 이여, 보려 하나이다."
이 때 땅신이 발로 땅을 눌러서 백천의 아승지 보배광이 저절로 솟아오르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보배광명은 그대를 따라다니나니 이것은 그대가 옛적에 심은 착한 뿌리의 과보이며, 그대의 복덕으로 유지되는 것이니 그대 마음대로 쓰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갈제국의 가비라성에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바산바연저(婆珊婆演底)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 동자는 긔의 발에 절하고 앙모하면서 떠났다.
십지우(十地位)선지식
32. 바산바연저 주야신(婆珊婆演底晝夜神)
제1환희지 선지식 바산바연저주야신(主夜神)을 뵙고 법을 묻다
이 때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안주신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보살의 깨뜨릴 수 없는 지혜광 해탈을 생각하였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저는 선지식을 의지하여 여래의 공덕과 법장을 보호하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온갖 지혜에 이르는 길을 보여 주소서. 그 길을 행하여 열 가지 힘의 지위에 이르고자 합니다."
주야신의 설법
그 때 주야신이 선재 동자에게 말하엿다.
"선재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는 깊은 마음으로 선지식을 공경하여 말을 듣고 가르치는 대로 수행하는 연고로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선남자여, 나는 밤이 깊고 바람이 고요하여 중생이 쏘다닐 때나 구름이 끼고 안개가 끼고 태풍이 불고 억수가 퍼붓고 해와 달의 빛이 어두워 지척을 분별 못할 때에 중생들이 바다에 들어가서 방향을 모르거나 길을 잃거나 황급해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를 보고는 내가 갖가지 방편으로 그들을 구제하여 주노라. 윶지에서도 험준한 산악에서도 아름다운 달빛과 햇빛을 밝게 밝혀 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공포가 없는 곳에 이르러 끝까지 ㄹ안락하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나는 항상 어둠을 깨뜨리는 수승한 공덕으로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이 때 선재 동자는 한량없는 법문을 듣고 게송을 말하고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33. 제2 이구지(離垢地) 선지식 보덕정광 주야신(普德淨光主夜神)
보덕정광 주야신의 설법
밤을 맡은 신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능히 보살의 행을 원만히 하는 열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하나는 청정한 삼매를 얻어 청정한 눈을 얻음이요, 부처님의 경계에 이르러 중생을 조복함이요, 부처님의 음성을 얻어 모든 중생의 말과 같아서 온갖 세상 법륜을 굴림이요, 부처님께서 중생을 조복시키는 부사의하고 자재한 힘을 앎이니라."
부처님의 몸매를 보아라
청정한 모습으로 장엄을 하시고
잠깐 동안에 신통한 힘으로
법계에 가득하시니라.
노사나 부처님께서
도량에 바른 깨우침 이루고
모든 법계에서
법륜을 굴리시니라.
이 근처에 밤 맡은 신이 있어
이름은 희목관찰이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의 수행을 물으라.
이 때 선재는 그의 발에 절을 하고 수없이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죽지 않고는 살 수 없음
'진아(眞我)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진아는 마음을 초월해 있고, 그는 깨달음만을 통하여 살아 나옵니다. 진아는 마음을 비워 버리지 아니하면〔無我〕 그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마치 진아는 보자기에 싸여진 보물과 같기도 합니다. 우리들이 나라고 하는 것은 마치 보자기에 싸여진 안의 것이 아니라 그 보자기를 말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러므로 그 보자기 안에 있는 것을 갖고 말해야 합니다.
내가 죽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즉 가아(假我)를 죽이지 않고는 참나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죽는다는 것은 육신이 죽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육신도 거짓일 따름입니다. 죽은 마음은 곧 무아(無我)를 말합니다. 무아는 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참 나를 보는 즉시 그 참 나를 위하여 나라는 존재를 그 영혼 위에서 확인하여야 합니다. 잠자고 먹고 말하고 일하는 나는 순수한 '내'가 아니며 그것은 꾸며진 나일 뿐입니다. 그 내면에 존재하는 순수실체(純粹實體)가 따로 있습니다. 무지와 망상으로부터 벗어나 있고, 생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내가 있습니다. 그것을 '광명(光明)'이라 합니다. 그 광명은 나와 함께하는 모든 광명과 동일합니다.
어느날 하늘에 떨어지는 섬광(閃光)을 가끔 봅니다. 우리들은 별똥별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육신이 죽어서 어디론가 가버릴 때에도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어떠한 인간을 말하는가. 그것은 깨달은 영혼입니다. 깨침은 곧 광명이라는 존재와 합일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한량없는 빛을 갖고 있습니다. 그 빛은 내 안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놓았습니다. 그러나 밝은 해가 뜨고 그 햇빛이 방안에 들어오게 되면 촛불 같은 것은 필요 없게 됩니다.
발광지(發光地)선지식
34. 희목관찰중생 주야신(喜目觀察衆生主夜神)
희목관찰중생 주야신이 선재 동자에게 가피를 내리다
경문 이 때 기쁜 눈으로 보는 싱은 선재 동자에게 가피를 내려 선지식을 친근하면 모든 착한 뿌리를 내어 성숙하게 함을 알게 하였다. 이 때 선재 동자는 이러한 생각을 내었다.
'선지식을 친근함으로써 지혜의 길을 용맹하게 닦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써 큰 서원 바다를 빨리 내게 하고 선지식을 친근함으로써 모든 중생을 위해서는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그지 없는 고통을 받지 않고 항상 법계를 반연하여 조금도 동하지 않고 시방 세계에 가리라' 하였다.
희목관찰중생주야신의 설법
ⓛ보시 바라밀
"이른바 한량없는 몸을 나투어 시방의 모든 세계에 가득하여서 보살들이 보시 바라밀다를 행하던 일을 말하여 모든 일에 중생을 위하여 다 버리는 것이니 마음이 평등하여 교만한 마음을 갖지 않고 주되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게 함이니라."
②지계 바라밀
"중생의 수효와 같이 한량없이 나툰 몸을 내어서 법계에 가득하여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깨끗한 계율을 지킬 것이니 죄를 짓지 않고 여러 가지 고행을 하여야 한다. 뒤바뀐 것을 버리고 부처의 경계에 있어서 여래의 계율을 지켜야 하느니라."
③인욕 바라밀
"이른바 오리고 꾸짖고 때리고 업신여기고 욕하여도 태연히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중생에게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말 것이니 모든 중생의 번뇌를 끊으며, 중생의 미천하고 누추하고 염증을 내고 함을 참는[忍] 것이니 여래의 청정하고 미묘하고 위없는 몸을 말하며 즐거움을 내게 하느니라."
④정진 바라밀
"또한 중생 세계와 갖가지 몸구름을 내어 중생들의 좋아함을 따라서 용맹하게 정진하여 모든 지혜로 도(道)를 도와주는 법을 닦으라.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말며, 여래의 청정하고 미묘하고 위없는 몸을 말하여 즐거움을 내게 할지니라."
⑤선정 바라밀
"또한 갖가지 한량없는 몸구름을 내어서 여러 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여 나쁜 버릇을 버리고 모든 감관을 숨겨서 보호하며, 세상의 오욕락을 좋아하지 말라고 가르치느니라. 또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와 신통한 힘으로 변화해서 나타나서 자유자재하게 유희함을 말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하고 기뻐서 모든 근심을 여의고 마음이 깨끗하여 법을 소중히 여기어 닦아 증장케 하니라."
⑥반야바라밀
"또한 온갖 중생 세계와 갖가지 구름을 내어서 그들을 위하여 선지식에게 공양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받아 지니되 부지런히 정진하고 게으르지 말라고 말하느니라. 중생의 작은 소견을 깨뜨리어 지혜의 해가 떠서 중생의 어리석은 어둠을 피하여 환희하여 온갖 지혜를 이루었느니라."
선재 동자가 자재한 힘을 내는 해탈을 얻다
이 때 선재 동자가 위에 나타난 모든 희유한 일을 보고 듣고는 생각 생각에 관찰하고 이해에 깊이 들어가 편안하게 머물렀으며, 부처님의 부사의한 세력과 널리 기뻐하는 당기의 자재한 힘을 내는 해탈을 얻었다.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 모인 대중 가운데 주야신(主夜神)이 있으니, 이름이 보구중생묘덕(普救衆生妙德)이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에 들어가며, 보살도를 깨끗이 하는가를 물으라."
이 때 선재 동자는 긔의 발에 절하고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염혜지(焰慧地)선지식
35. 보구중생묘덕 주야신(普救衆生妙德主夜神)
보구중생묘덕 주야신에게 법을 묻다
선재 동자는 기쁜 마음으로 중생을 보는 주야신에게 널리 기쁜 당기의 해탈문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나아갔다. 이 때 광명을 놓아 선재동자의 정수리에 들어가니 이와 같은 원을 세우고 널리 중생을 구호하는 보구중생묘덕 주야신에게 나아가니 그 주야신은 선재를 위하여 보살이 중생을 조복하고 해탈의 신통함을 보이고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지혜 등불 두루 비추는 청정당기라.
중생들을 구호하는 까닭
"또한 모든 중생으로서 난생. 태생. 습생. 화생. 형상 있는 것. 형상 없는 것. 생각 있는 것. 생각 없는 것. 생각 있지도 않고 생각 없지도 않은 것들이 앞에 나타나면 구호함을 알라."
보구중생묘덕 주야신이 태어난 과거 세계
"이제 부처님의 힘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지나간 엣적 부처님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원만청정이요, 세계의 이름은 비로자나 대위덕이니라. 그 부처님의 세계는 일체 향왕 마니 보배로 자체가 되고 여러 보배로 장엄을 하였으며, 매없는 광명마니왕 바다에 머물렀다.
또 이 세계의 동쪽 윤위산(輪圍山) 곁에 천하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등불꽃당기라. 농사를 짓지 않아도 벼와 기장이 풍부하고 궁전과 누각이 모두 훌륭하니라. 또 한량없는 여러 가지 음악이 나오는데 바람이 부는 대로 묘한 음악을 연주하며, 일월광명 마니 보배가 밤낮으로 빛나며 쾌락이 끊어지지 아니하엿다. 뿐만 아니라 백만억 나유타 마을이 있으며 그러한 도성과 마을에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 궁전과 숲이 있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주야신(主夜神)이 있으니 이름이 적정음해(寂靜音海)라. 마니광명당당기장엄연꽃자리(摩尼光明幢幢旗莊嚴蓮華座)에 앉아 있으며 백만 아승지 주야신들이 앞뒤로 둘러싸였느니라. 그에게 가서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 것인가를 물으라."
이 때 선재가 그의 발에 절하고 은근히 앙모하면서 하직하였다.
난승지(難勝地)선지식
36. 적정음해 주야신(寂靜音海主夜神)
적정음해 주야신을 뵙고 법을 묻다
그 때 선재 동자는 중생을 널리 구호하는 묘한 덕 맡은 신에게 보살이 온갖 세간에 나타나서 세간을 조복시키는 해탈 법문을 듣고 주야신에게 가서 절하고 법을 물었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저는 선지식을 의지하여 보살도를 배우고자 합니다. 바라옵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시고 저를 위하여 보살도를 말씀하여 주소서."
적정음해 주야신의 설법
그 때 주야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재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선지식을 의지하여 보살의 행을 구하려 하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광대한 기쁨을 내는 장엄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평등하고 즐거운 마음을 내었느니라. 나는 모든 세간의 티끌을 여의고, 청정하고 견고하게 장엄하여 깨뜨릴 수 없는 좋아하는 장엄을 얻었노라. 나는 항상 중생의 갖가지 폐단을 없애니 중생이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을 여의게 하려는 마음을 내었느니라. 어떤 중생이 가옥이나 궁전에 애착을 보이면 여러 가지 집착을 떠나 여의게 하느니라. 부모나 형제 자매를 그리워하면 나는 그에게 법을 말하여 생사의 애착을 버리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가엾은 중생을 평등하게 하느니라. 나는 어떤 중생이 신체가 북구됨을 보면 법을 말하여 여래의 청정한 육신을 보게 하느니라. 또 나는 어떤 중생이 탐심이 많은 것을 보면 부정관(不淨觀)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 생사에 애착을 끊게 하느니라."
사바 세계에서 수행하는 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발심한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묻거니와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티끌 수 겁 전에 불퇴전법계음(不退轉法界音) 여래의 법문을 듣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내었고, 두 티끌 수겁 동안 보살행을 닦았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이 보리도량의 여래의 모임 가운데 주야신이 있으니 이름은 모든 성을 수호하고 위력을 증장하는 수호일체성 (守護一切成)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이 때 선재 동자가 그의 발에 엎드려 절을 하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현전지(現前地)선지식
37. 수호일체성 주야신(守護一切城主夜神)
수호일체성 주야신을 뵙고 법을 묻다
이 때 선재 동자가 고요한 음성바다 주야신의 가르침을 따라 그가 말한 법문을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낱낱 글귀를 하나도 잊지 않고 수호일체성 주야신이 있는 곳으로 갔다.
수호일체성 주야신의 설법
"선남자여, 그대가 모든 중생을 구호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여래께 공양하기 위하여, 중생을 구호하기 위하여, 부처님 성품을 수호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의 마음을 따라 법비를 내리기 위하여 보살들의 수행하는 문을 묻는구나."
①보살의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 해탈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을 얻어 해탈을 얻었고, 큰 법사가 되어 거리낌없으니 모든 부처님의 법장을 잘 열어 보이는 연고이며, 큰 자비의 힘을 갖추었으니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보리심에 머물게 하기 위함이니라."
②갖가지 법을 말하다
"선남자여, 나는 중생에게 듣는 지혜의 법을 말하기도 하고, 중생에게 생각하는 지혜 법을 말하기도 하고, 중생에게 닦는 지혜의 법을 말하기도 하고, 부처님의 수기 바다의 법을 말하기도 하고, 한 여래께서 한 살바야 마음 바다 법을 말하기도 하고, 선남자여, 이러한 말할 수 없는 법문으로 중생에게 말하느니라."
수승한 보살의 일을 찬탄하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의 해탈을 알고 세간 사람들로 하여금 부질없는 마음을 여의고 두 가지 말을 하지 아니하며, 진실한 말을 하고 청정한 말을 하게 할 뿐이니 저 보살 마하살이 모든 말의 성품을 알아 생각 생각마다 모든 중생을 자유롭게 깨닫게 하며, 모든 중생들이 음성 바다에 들어가서 온갖 말을 다 분명하게 하며, 모든 법문 바다를 다 분명하게 보ㅕ, 온갖 법을 모두 포섭한 다라니에 이미 자재하여졌으며, 잘 관찰하고 법륜을 성취한 연고이니 그런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부처님 회중에 주야신이 있으니 이름은 모든 나무의 꽃을 피우는 개부일체수화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온갖 지혜를 배우며, 어떻게 모든 중생들을 편안히 있게 하여 온갖 지혜에 머물게 하는가를 물으라."
원행지(遠行地)선지식
38. 개부일체수화 주야신(開敷一切樹華主夜神)
개부일체수화 주야신을 뵙고 법을 묻다
이 때 선재 동자는 보살의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서 의 해탈문에 들어가서 모든 나무의 꽃을 피우는 주야신에게 나아가서 보니 주야신의 몸이 보배 향나무로 이루어졌다. 주야신은 누각 안에서 보배로 만든 사좌자에 앉았는데 백만의 주야신이 함께하였다.
"거룩한 이시여, 바라옵건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개부일체수호 주야신의 설법
"선남자여, 세존이 옛적에 보살로 계실 때 모든 중생들이 내 것이라 하는 데 집착하여 무명이라는 어두운 밤에 머물며, 여러 소견의 숲에 들어가서 탐애에 얽매이고, 성내는 데 깨지고 어지럽히고, 미워하는 데 감기어 나고 죽는 데 윤회하고, 빈궁하고 피곤하여 부처님이나 보살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이와 같음을 알고 나는 보살의 힘을 얻어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법계와 허공계에 두루하여 모든 중생의 앞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비내리어 그들의 욕망대로 뜻에 만족하게 환희케 하며, 후회하지도 인색하지도 아니하며,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교화하고 성숙케 하여 온갖 갖가지 지혜와 복덕 바다를 증장케 하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이 도량 안에 주야신이 있으니 이름은 큰 서원 정진력 주야신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으라."
그 때 선재 동자는 그의 발에 절을 하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부동지(不動地)선지식
39. 대원정진력 주야신(大願精進力主夜神)
대원정진력 주야신을 뵙고 법을 묻다
그 때 선재 동자는 대원정진력 주야신에게 나아갔다. 해와 달, 별 그림자인 몸을 나투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모두 볼 수 있는 몸을 나투고, 부처님 계신 데에서 예배하는 몸을 나투고, 부처님의 법을 받아 지니고 잊지 않는 몸을 나투고, 보살의 큰 서원을 이룩하는 몸을 나투고, 광명이 시방에 가득한 몸을 나투고, 법의 등불로 세상의 어둠을 두루 없애는 몸을 나투었다.
대원정진력 주야신의 설법
"선남자여, 한량없는 모양의 육신의 모양을 나타내리는 이른바 갖가지 육신, 육신 아닌 육신, 청정한 육신, 모든 것으로 장엄한 육신, 광명을 내는 육신, 모든 음성을 잘 갖춘 육신, 얻기 어려운 육신, 용맹스러운 육신, 세간에 가릴 이 없는 육신을 나타내느니라.
또한 일체 번뇌를 없앤 육신, 공덕 바다를 말하는 육신, 복밭인 육신, 중생의 몸이 헛되지 않는 육신, 큰 자비 바다를 구족한 육신, 바른 생각을 내는 육신, 신통 변화를 내는 육신,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는 육신, 모든 악을 여의고 법계 바다에 두루하는 육신, 모든 여래의 회중에 두루 태어나는 육신을 나타내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이 염부제 람비니(嵐毘尼) 숲 동산이 있고 그 숲 속에 묘덕이 원만한 신이 있으니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으라."
이 때 선재 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을 하고 합장하고 우러러 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선혜지(善慧地)선지식
40. 람비니림신(嵐毘尼林神)
람비니 숲의 신을 뵙고 법을 묻다
그 때 선재 동자는 큰 서원 정진하는 힘으로 모든 중생 구호하는 주야신에게 보살의 해탈을 얻고 생각하고 닦으며 분명히 알고 정진하며 람비니 숲에 이르러 묘덕신을 두루 찾았다. 선재 동자가 그를 보고는 그의 발에 절을 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보살행을 어떻게 닦으며 여래의 가문에 나서 세상의 큰 광명이 되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바라옵건대 말씀해 주소서."
람비니 숲 신이 법을 설하다
"선남자여, 평등한 광명으로 태어나나니 이 보살이 '여러 가지 행을 구족히 하고 중생을 널리 교화하되, 모든 가진 것을 능히 버리고 부처님의 청정한 계율에 머물며, 참는 법을 구족히 하여 부처님의 법인(法忍)의 광명을 얻으며, 깨끗한 지혜가 원만하여 지혜의 해(日)로 모든 법을 다 밝히며, 장애 없는 눈을 얻어서 진실한 법의 성품에 들어가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이 가비리성 중에 석종(釋種)의 여자가 있으니 이름이 구파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나고 죽는 속에서 중생을 교화하는가를 물으라."
선재 동자는 그의 발에 절을 하고 은근히 앙모하면서 하직하였다.
법운지(法雲地)선지식
41. 석녀 구파(釋女瞿波)
석녀 구파를 뵙고 법을 묻다
이 때 선재 동자는 가비라성을 향하면서 태어나는 해탈을 생각하고 닦아 더 늘게 하며, 광대하게 하여 기억하고 버리지 아니하며, 점점 행하여 보살들이 모여 있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대한 강당에 이르렀다. "잘 오셨도다." 하고 선재 동자를 맞이하는 석녀 구파에게 선재 동자가 물었다.
"마음의 광대한 서원을 항상 버리지 않고, 방편 문에 들어가 여래의 큰 공덕 바다를 성취하엿고, 묘한 변재를 얻어 중생들을 잘 조복시키고, 거룩한 지혜의 몸을 얻어 항상 수행하고,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이 차별함을 알아 부처님의 도에 나아가나이까?"
석녀 구파의 설법
그 때 구파 아가씨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재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보살 마하살의 도를 묻는구나. 보현의 모든 행과 원을 닦아 이렇게 묻는구나.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가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아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약 보살이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 광명인 보살의 행이 능히 원만하게 하리라. 이른바 선지식을 의지하는 연고이며, 청정한 욕망을 얻는 연고이며, 지혜를 얻는 연고이며, 부처님의 법을 듣는 연고이며, 항상 세상 부처님을 버리지 않는 연고이며, 모든 여래가 보호하고 염려하는 연고이며, 생사를 모두 끊는 연고이니, 이것이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만일 보살이 이 법문을 들어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의 광명 보살의 행이 능히 원만케 되느니라.
불자여, 보살이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 정진에서 물러나지 아니하며 다함없는 부처님 법을 닦아 내느니라. 모든 지혜와 서원을 버리지 아니하며, 모든 법계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하고, 마음에 모든 존재의 바다를 향해 항상 떠나며, 모든 보살의 모든 서원을 성취하며, 보살의 걸림없는 지혜를 깨끗이 닦는 것이다. 불자여, 마땅히 이 법으로써 너의 선지식을 섬기라. 그리고 어기지 말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이 세계 안의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마야 부인이 있으니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도를 닦으며,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보살의 업을 짓고 영원히 물러가지 아니하며, 보살의 도에 머물고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행을 닦으며, 대승의 원을 내어 중생의 선근을 증장케 하기를 어떻게 하면 쉬지 아니하느냐고 물으라."
♧ 무위와 열반, 버터와 빠다 그리고 된장
불교를 배우다 보면 낯선 단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교는 어려운 종교'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교는 우리 나라에서 탄생한 종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나라에서 탄생된 것이라면 사정은 조금 달라졌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컴퓨터에서 쓰는 용어와 같습니다. 만약 컴퓨터가 우리 나라에서 만든 물건이라면 당연히 우리 나라 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컴퓨터를 요술상자 라든지 뭐 여러 가지 이름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이고,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불교가 어렵다고 들 하는 것입니다. 꼭 용어 문제로 어려운 것만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고행한다든가 알 수 없을 듯한 마음을 알아낸다는 것 자체가 난해한 문제입니다.
불교가 어려운 것은 다종(多種)이라는 데 있습니다. 우선 경전의 종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대승경전, 소승경전, 경·율·론 삼장으로 구분되고, 다음으로는 선문답이라는 형식 자체가 사람들에게 어렵습니다. 다른 종교나 다른 서적들은 모두가 이 세상 일들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마치 컴퓨터를 우리가 만들었으면 우리들이 이해하기가 쉽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불교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 일들만 말씀한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무한한 우주의 신비스러운 일들을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다음으로 어렵다고 하는 것이 한자 때문입니다. 불교는 중국으로 넘어 오면서 한문 문화권에 들어와 엄청난 글을 만들어 냈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새로운 사상의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한자도 만들어야 했고, 사상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인도말로 된 경전을 한자로 고치고 번역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무위(無爲)는 도가(道家)의 말입니다. 불교가 처음으로 중국에 들어 왔을 때 열반(Nirv a)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설명할 길이 없자 하는 수 없이 도가의 말을 끌어다가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기독교가 불교의 용어를 갖다 쓸 수밖에 없듯이 말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기독교에는 장로(長老)가 있습니다. 장로란 불교에서 가장 어른 스님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랬듯이 불교에서 열반의 버금가는 말로 무위(無爲)를 처음으로 차용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불교는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니르바나'를 한자로 열반(涅槃)이라고 고쳐 쓰기 시작했습니다. 버터가 처음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먹어 보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음식이었습니다. 그 후 우리 나라의 된장과 같은 것이 버터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이해를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버터를 모르기에 음이 변질되어 '빠다'라고 불렀습니다. 버터라는 원음은 사라지고 빠다가 남은 것이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빠다 속에 버터라는 말의 의미의 '버터의 맛'이 고스란히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듯이 열반(涅槃)이라는 한자에 '니르바나'라는 말의 의미가 고스란히 남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불교를 공부하다 보면 언제쯤인가는 부처님의 맛이 고스란히 남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언어에 대하여는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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