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계품(入法界品)▣
16. 대흥성(大興城)의 명지 거사(明智居士)
합론,경해소
회론(會論)의 경해소에 명지 거사는 무굴요행(無屈撓行)에 있다 하였다. 무굴요행에 기(寄)한다는 것은 부지런하여 게으르거나 물러남이 없다는 뜻이다. 지명(地名)이 대흥(大興)이라는 것은 대정진(大精進)을 일으키는 연고요, 명지(明智)란 지혜의 덕목이 족한 연고라.
명지 거사를 뵙고 법을 묻다
①명지 거사
경문 이 때 선재 동자는 성안의 네 거리 칠보대 위에 명지 거사가 무수한 보배로 장엄한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자리가 훌륭하여 청정한 마니 보배로 이루어 지고, 금강 제청 보배로 자리가 되었으며, 오백 가지로 장식을 하였는데 하늘 보배 옷을 깔고 번기를 세우고 보배 휘장을 쳤으며 염부단금으로 일산을 삼았다. 청정한 거위의 깃으로는 부채를 삼았고 좌우에는 음악이 들리며 지나가는 중생들이 모두 즐거워하였다.
②중생이 보리심을 얻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고 모든 중생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모든 중생이 생사에서 벗어나게 하고, 모든 중생이 사랑하면서 살게 하고, 애욕을 버리고, 부처님의 지혜를 앙모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좋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보살의 도에 들기를 마음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 것인 지를 알지 못합니다. 보살도를 말씀하여 주소서."
명지 거사가 법을 설하다
①보리심을 낸 이는 만나기 어렵다
"선재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그러한 사람을 만나기가 무척 어려우니라.
만약 이러한 마음을 내는 이는 보살의 도를 이루리니 선지식을 만나는 데 싫어함이 없으며, 선지식을 친근하는 데 게으름이 없으며, 선지식을 공양하는 데 싫어하지 않으며, 선지식을 시봉하는 데 근심을 내지 않으며, 선지식을 섬기는 일을 앙모하며, 그칠 새 없이 가르침을 행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선지식 마음을 받자와 그르침이 없을 것이니라."
보살은 부사의한 해탈 경계를 보인다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려라. 그대가 마땅히 보게 되리로다. 나는 이렇게 말할 적에 한량없는 중생이 갖가지 국토, 갖가지 세계, 갖가지 도시로부터 오는 사람들이 다 같지 않아 우리들이 요청한 법을 설하시니, 이른바 잘 사는 행과 빈궁을 여의는 행과, 위의를 닦는 일과, 굴복하기 어려움을 증장시키는 일과, 성취하는 행과, 위엄과 덕과 힘을 성취하는 일과, 생사의 애착을 버리고 부처님의 진리 속에 들게 하며, 여래의 청정한 모습을 얻게 하여 법을 연설하시니 중생들이 법문을 듣고는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사자궁이요, 거기 장자가 있으니 법보계이니라. 그에게 가서 법을 물을 것이니라."
선재는 선지식을 존중하는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고 그의 발에 절하고 은근히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17. 사자궁성(師子宮城)의 법보계 장자
법보계 장자를 뵙고 법을 묻다
이 때 선재 동자는 남방의 사자궁성 향하여 법보계 장자를 두루 찾았다. 장자가 시장(市場) 한가운데 있는 것을 보고 나아가 그의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도를 어떻게 닦는 지 알지 못하옵니다. 거룩한 이시여, 저에게 보살도를 말씀하여 주소서."
법보계 장자가 법을 설하다
이 때 장자가 선재의 손을 잡고 칭찬하고 거처하는 데 가서 집을 보이며 "선남자여, 내 집을 보라" 고 하였다.
선재가 그 집에 들어가니 한량없는 십층의 누각으로 되었는데 각각의 층층마다 한량없는 보살이 구름처럼 모여 각각의 보살들이 법문을 하였다. 7층에서는 보살들이 메아리 같은 여향인(如響忍)을 얻고 방편과 지혜로 분별하며 관찰하여 벗어남을 얻어서 다 능히 부처님의 바른 법문에 들어갔다.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등근(藤根)이료, 나라에 성이 있음이라. 이름은 보문(普門)이라. 가서 보살도를 물으라."
선재는 엎드려 그의 발에 절하고 은근히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 갔다.
18. 등근국(藤根國)의 보안장자(菩眼長子)
⊙ 합론
경해소 보안 장자는 선현행(善現行) 잘함이다. 선현행이란 지혜가 능히 삼제(三諸)의 이치를 현발(顯發)하여 반야가 현전한 연고라 하였고, 국명(國名)이 등근(藤根)이란 땅에 깊이 들어 꽃이 피어나니 선현행의 반야지가 능히 후에 얻게 됨을 표하나니, 후에 얻게 됨이란, 물(物)을 따라 구르게 되는 고로 이러한 비유로써 등(藤)에 취함이다. 지명이 보문(普門)이란 실상반야(實相般若)가 통하지 못함이 없음이다라고 하였다. (신화엄경 회론 통권 18권, 168, 169p)
보안 장자를 뵙고 법을 묻다
경문 이 때 선재는 등근국(藤根國)에 이르러 그 성이 있는 데를 물었다. 성을 찾아 보문성을 보았는데 백천 마을이 주위에 둘려 있고 장자가 높은 곳에 있는 것을 보고 그 앞에 나아가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도를 알지 못하옵니다. 법을 설하여 주소서."
보안 장자가 법을 설하였다
"선재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능히 모든 사람들의 병을 아노니 풍병, 황달병, 열병, 귀신의 침책, 불에 상한 것 등 여러 가지 병을 내가 방편으로 다 치료하노라. 나는 그들로 하여금 세존의 깨끗한 육신을 나타나게 하려고 방편 바라밀을 칭찬하며,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겁에 머물게 하려고 서원 바라밀을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기쁘게 하려고 지혜 바라밀을 칭찬하며, 깨끗하고 묘한 몸을 얻기를 보시하노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이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다라당(多羅幢)이요, 거기 왕이 있으니 이름이 무염족(無厭足)이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배우라."
그 때 선재는 보안 장자의 발에 절하고 앙모하면서 하직하였다.
19. 다라당성(多羅幢城)의 무염족왕(無厭足王)
⊙ 합론
간략히 십사문(十四門)을 나누리니, 1은 선지식을 바르게 생각해서 승진(昇進)함이요, 2는 다라당성(多羅幢城)에 주(住)함이요, 3은 대중에게 왕의 소재를 물음이요, 4는 대중사람이 궁중에 있다 답함이요, 5는 선재가 나아가 왕이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의 자리에 앉아 멀리 봄이요, 6은 왕의 장엄한 전각들이 장엄함을 봄이요, 7은 왕의 도구로 악을 다스려 벌줌이 통절해 감당하기 어려움이요, 8은 선재가 마음에 의혹을 냄이요, 9는 공중의 하늘이 고하되 선지식의 말씀을 써서 의혹을 없앰이요, 10은 선재가 의심이 사라져 왕 앞에 나아가 절하고 구하는 바를 말함이요, 11은 왕이 선재의 손을 잡고 거느려 궁중에 들어가 경치를 보게 함이요, 12는 황이 환과 같은 해탈문으로 그 몸이 악업을 자작(自作)하고 가지가지 고를 받음을 나타내어 실로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의 마음을 내어 보리심을 발하게 함이라.
무염족왕을 뵙고 법을 묻다
①무염족왕의 방편
경문 왕은 정전(正殿)에서 부처님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다스릴 이는 다스리고 벌을 줄 이는 벌을 주고 소송을 판결하며, 나약한 이는 어루만져 주고, 살생. 훔치는 일. 음행. 거짓말. 이간. 욕설. 싸움. 탐욕. 성내는 일 등을 여의게 함이라.
②무염족왕이 죄인에게 벌을 주다
한량없는 중생이 무염족왕의 법령을 범하는 중생이 모두 무서워 하였음이라. 한량없는 중생이 나라의 법령을 어기는데 남의 것을 훔치고, 은행을 하고, 남의 목숨을 죽이고, 삿된 소견을 내었거나, 원한을 원수로 갚으면, 손과 발을 끊기도 하고, 귀와 코를 베기도 하고, 눈을 뽑고 살가죽을 베끼며, 몸을 오리고, 끊는 물에 삶고, 불에 지지고, 감옥에 가두고 하여 중생이 울부짖는 소리가 지옥과 같았다.
③선재 동자가 무염족왕을 의심하다
선재 동자는 이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려고 보살도를 닦는데 이 왕이 선한 법은 하나도 없고 큰 죄업을 지으며, 중생을 핍박하여 생명을 빼앗으면서도 장래의 나쁜 길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어떻게 여기서 법을 구하며 대비심을 내란 말인가' 하고 의심을 내었다.
④선재동자를 위하여 천왕이 경계하는 법을 설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천왕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선재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보안 장자의 가르침을 생각하라." 선재는 우러러 보면서 말하였다. "나는 언제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천왕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선지식의 말을 떠나지 말라. 선남자여, 보살의 교묘한 방편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생각하여 주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지키는 방편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조복시키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느니라."
법을 설하다
①방편을 보여주다
이 때 무염족왕이 선재 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만일 참으로 악업을 짓는다면 이런 과보와 이런 육신과 이런 권속과 이런 부귀와 이런 자유자재함을 얻었겠는가.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환술과 샅은 해탈을 얻었느니라. 나의 국토에서 살생하고 훔치고 하는 온갖 나쁜 일 저지르는 중생을 다른 방편으로는 나쁜 업을 버리게 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저런 중생을 조복시키기 위하여 나쁜 사람으로 화(化)하여 여러 가지 죄악을 짓고 갖가지 무서운 얼굴을 보이나니 저 나쁜 짓 하는 중생들이 보고는 무서운 마음을 내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겁나는 마음을 내고, 그들이 짓던 나쁜 업을 그치게 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 뿐만 아니라 착한 일을 한 중생에게는 항상 그들이 편안히 있을 곳을 마련하여 주고 상을 주어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은 묘광이요, 왕의 이름은 대광(大光)이니라. 그대는 그 왕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으라."
이 때 선재 동자는 왕의 발에 절하고 앙모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였다.
20. 묘광성(妙光成)의 대광왕(大光王)
대광왕을 뵙고 법을 묻다
"거룩한 이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 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설법하여 주소서."
대왕이 설법하다
왕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한량없는 처소에서 백만 억으로 말할 수 없이 부처님을 뵈옵고 법문을 듣고 관찰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법으로 가르치고, 이 법으로 거두어 주고, 이 법으로 세상을 따라가고, 이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고, 이 법으로 중생에게 방편을 주고, 이 법으로 중생들로 하여금 인자한 마음을 내게 하고, 나는 이 법으로 생사의 애착을 끊고 바른 법락을 즐기며, 업장을 깨뜨리고, 생사의 흐름을 끊고, 진정한 법 바다에 들어가며, 마음 바다를 청정케 하여 신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노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거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서울이 있으니 이름이 안주(安住)며, 거기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부동(不動)이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으라."
이 때 선재는 왕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앙모하면서 물러갔다.
21. 안주왕도(安住王都)의 부동 우바이(不動優婆夷)
부동 우바이를 뵙고 법을 묻다
①선지식의 은혜를 생각하다
선재 동자는 또 생각하기를, '선지식은 모든 나쁜 길을 널리 구호하며, 여러 평등한 법을 널리 연설하며, 평탄하고 험난한 길을 가심을 보여 주며, 대승의 넓은 길을 깨우치게 하시며, 말의 덕성을 일깨워 주어 깨닫게 하시며, 행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며, 보현행으로 널리 인도하며, 법계의 바다에 들게 하여 세상의 법 바다를 보게 하며, 여러 성인의 도량을 널리 주며, 널리 청정법을 증장케 함이니라' 고 하였다.
②부동 우바이의 집의 광명
이 때 선재 동자는 그 삼매의 지혜 광명에서 일어나서 점점 가다가 머무는 서울에 이르러 부동 우바이가 어디 사는가 하고 두루 물엇다.
많은 사람들이 다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부동 우바이는 동녀로서 집에 있어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면서 한량없는 법을 설합니다."
선재 동자는 이 말을 듣고 부모를 본 것처럼 기뻤다. 그 집에 금빛 두루 비추는 광명이 있는데 그녀의 몸에서 나왔다.
③게송으로 찬탄하다
청정한 계를 항상 지키고
여러 가지 큰 '참'을 행하여
꾸준히 노력하여 물러가지 않으니
광명이 온 세계에 밝게 비추네.
부동우바이가 법을 설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꺽을 수 없는 지혜장문(智慧藏門)을 얻었으며, 보살의 견고하게 받아지니는 수행의 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모든 문을 얻었으며, 법을 밝히는 변재의 문을 얻었으며, 고달픔 없는 삼매의 문을 얻었노라."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무량도살라(無量都薩羅)요, 거기 출가한 외도가 있으니 이름이 변행(遍行)이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 고 물으라."
그 때 선재 동자는 그의 발에 예배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히 앙모하면서 하직하였다.
22. 무량도살라성(無量都薩羅城)의 출가 변행 외도(出家遍行外道)
변행 외도를 뵙고 법을 묻다
그 때 선재 동자는 그의 앞에 나아가서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 지를 알지 못합니다.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주시옵소서."
변행 외도가 법을 설하다
"선남자여, 염부제에 있는 96종 외도들이 제각기 야릇한 소견으로 고집을 세우거든 나는 그 가운데서 방편으로 조복시켜 모든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하며,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의 중생의 바다에 방편을 써서 법을 말하여 이익게 하노라."
다음의 선지식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광대요, 거기 향을 파는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우발라화(優鉢羅華)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의 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이 때 선재는 그의 발에 절을 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 백년지대계(白年之大計)
일일지계는 재어(在於) 인시(寅時)요,
일월지계는 재어(在於) 일일(一日)이요,
일년지계는 재어(在於) 일월(一月)이요,
일생지계는 재어(在於) 소년(少年)이라.
윗글은 내가 어릴 적에 동문선습(童文先習)에서 읽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체 만사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계획과 그 계획에 의하여 실행에 옮기는 실천력이 만사를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계획이 잘 서있으면 꼭 이루게 되어 있습니다.
백년대계를 가지고 일을 하고 계획을 잡으라는 것이지요. '백년대계'라는 말은 백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고 일을 하라는 뜻도 있지만, 맡은 바 일을 튼튼히 하라는 뜻도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그 계획서가 서랍 속에서 낮잠을 잔다거나, 아니면 시효가 지나간 뒤의 계획이라든가 하면 있으나 마나 한 것입니다.
가끔 보면 사람은 방안에 누워 매일 기와집을 몇 채씩 짓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실제 무엇 하나 할 줄 모르는 게으름뱅이입니다. 공상만 늘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밥이나 축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폐나 끼치는 존재입니다.
또 하나는 되지도 않을 계획을 가지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면서 주변을 괴롭히는 사람입니다. 사리 판단을 하지 못하여 정신적인 결함이 있다고 하는 말을 내 친구 의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시기가 안 되었다는 것은 틀린 계획이나 다름없습니다.
예컨대 우리 나라가 경제발전을 위하여 여러 가지 계획을 수립하는 데는 일의 순서가 있고, 할 수 있는 계획이 있고, 힘이 벅차서 할 수 없는 계획이 있습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이 개인이나 사회나 그 누구라도 계획이 없다면 인생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병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가락이 곪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병원을 찾아보았지만 도대체 차도가 없는 것입니다. 점점 환부는 커져 가고, 이제는 발목까지 붓고 통증이 심하다 못해서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의사가 권고합니다.
"선생님, 이 병은 바로 발가락을 잘라냈으면 나았을 것인데 이제 발목까지 썩어 들어가니 하는 수 없습니다. 다리를 잘라내야 하겠습니다."
그는 의사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만약 다리를 잘라내면 목숨을 건질 수가 있습니다. 걷는 데는 물론 불편하지만 건강한 몸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만약 환부를 그대로 놔두면 그 환부는 커져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 것입니다.
♧ 고름은 피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고름을 피로 만들려고 하나 고름은 피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피가 썩은 것이 고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고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종기가 난 사람이 있습니다. 종기를 고치는 데는 의사가 반드시 그 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부에 소독약과 항생제를 발라서 다시는 2차 3차 감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아내고, 잘라내는 일인데 왜 아프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는 방편을 동원해야 합니다. 종기의 고름을 짜내고, 그 자리의 환부를 도려내는데 안 된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 아는 일인데도 너무 고통스러울까 봐 그리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환부를 그대로 놔둔다면, 이 사람은 보살의 도(道)를 모르는 사람일 것입니다. 치료도 그렇고 세상일도 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그 시기를 한번 잃으면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고름을 제거해야 새 살이 돋는 것처럼 세상일도 그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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