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공간

경전에 나타난 이상적 지도자상

수선님 2018. 8. 19. 12:48

경전에 나타난 이상적 지도자상

 

 

불교 경전에는 지도자나 리더십 등과 같은 직접적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불교 교단의 형성 과정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최고의 지도자였다. 또한 교단에 입문한 출가 수행자들 중에서도 장로와 원로들이 있었으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승가 대중이 형식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 평등한 관계를 형성하였다고 해도 교단 내에서 지도자와 지도력이 형성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면 그 가운데서 지도자와 지도력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종교도 조직 체계를 갖추게 되면 구성원의 위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위계가 형성되면 각자에게 위계에 따른 역할이 부여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불교 교단에서도 지도자의 이상적 모습과 더불어 여러 가지 지도력의 유형들을 찾아볼 수 있다.

 

불교 교단은 폐쇄된 조직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사회와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따라서 불교의 지도자는 교단 내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사찰이 만들어지고 많은 신도들이 유입되어 포교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불교에 기반을 둔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이 글에서는 불교 지도자를 ‘불자로서 교단 내외에서 큰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불교에서 지도력의 원천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또한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실천하며 중생교화에 앞장서는 비구 및 비구니 스님들도 출·재가 대중을 이끌어 가는 여러 형태의 불교 지도자이다. 그리고 재가불자 우바새와 우바이도 재가 불교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부처님은 출·재가 불교 지도자의 이상적 모형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모형은 《앙굿따라니까야》 〈서원의 경(A죚yaaa죚cana sutta)〉(A4:176)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 경전에서 부처님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 사부대중 각각에 대하여 두 명씩 총 8명의 제자 이름을 밝히고 있다. 부처님이 특별히 제자들 중 표준·척도·저울·모범1) 등을 언급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수행력과 역할에 대하여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앙굿따라니까야》 제1권 〈으뜸의 품〉(A1:14:1~80)에서는 신분별로 으뜸가는 제자들을 언급하고 있다. 이 경전에서는 각 분야에서 으뜸가는 제자들을 비구 스님 47명, 비구니 스님 13명, 우바새 10명, 우바이 10명 등 총 80명의 제자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부처님이 80명의 제자들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질과 역량, 그리고 역할 때문이다. 이들은 부처님 재세 시에 분야별로 수행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했던 불교 지도자들이다.

 

불교의 여러 경전을 살펴보면 불교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언급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포괄적으로 표현되는 수행력이라는 것도 불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의 하나이다.

 

이 글에서는 경전에 나타난 불교 지도자의 모습을 분석하기 위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하였다. 하나는 불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의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불교 지도자의 역할의 관점이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서 주요 제자들의 활동 과정에서 나타난 불교 지도자의 이상적 유형에 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2. 경전에 나타난 불교 지도자의 자질과 역할


불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출가 사문(沙門, Sramana)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부처님은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출가하여 가사를 입게 되면 세속에서의 계급은 없어지고 다만 석가 제자의 사문이라고 불릴 뿐이다.”2)라고 출가 사문을 정의한 바 있다. 또한 “나를 따르는 승가 대중은 바다와 같고, 나의 가르침인 사성제(四聖諦)는 큰 강과 같아서 온갖 번뇌를 없애 버리고 열반성으로 들어간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사문이 되려면 사성제로 모든 번뇌와 망상을 벗어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중아함경》의 〈대본경〉에서는 사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은혜와 사랑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되, 보고 듣는 것들을 잘 억제하여 외부 세계에 대한 욕망에 물들지 않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생명들을 다치거나 해치지 않으며, 괴로움을 만나도 걱정하지 않고, 기쁨에 처해도 좋아하지 않아서 자기를 억제하는 마음이 대지와 같은 사람을 사문이라고 한다.

《앙굿따라니까야》 〈사문경〉(A:4:239)에서는 사문을 예류자, 일래자, 불환자, 아라한 등 네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사문은 “오직 불교 교단에만 있을 뿐 다른 교설들에는 사문들이 텅 비어 있다.”라고 설하였다. 여기서 아라한은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解脫)과 통찰지를 통한 해탈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무른 네 번째 사문”을 말한다. 즉 아라한은 심해탈(心解脫)과 혜해탈(慧解脫)을 성취하고 최상의 지혜를 체득하여야 한다.

 

사문 중에서도 지도자가 되는 장로는 다섯 가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이 경전의 가르침이다. 《앙굿따라니까야》 제5권 〈분석적 이해의 경〉에서는 존경받는 장로가 갖추어야 할 능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수행승들이여, 의미에 대한 분석적 이해, 원리에 대한 분석적 이해, 언어에 대한 분석적 이해, 변재에 대한 분석적 이해 등은 동료 수행자의 크고 작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그것에 정통하여 올바른 수단을 강구하여 행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전념하는 것이다3)


이 내용에 대하여 역자에 따라서는 다소 다른 표현으로 번역하는 사례도 있다.4) 즉 의미에 대한 분석적 이해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혹은 ‘뜻과 결과에 대한 의무애행(義無碍行)’등으로 번역한다. 의무애행에서 의(義, attha, 결과)란 ‘원인에 대한 결과’를 말하며, 이것은 인과법을 체득하는데 걸림이 없음을 의미한다. 《청정도론》에서는 의무애행(뜻에 대한 무애행)에 대하여 “무엇이든 조건 따라 일어난 것, 열반, 부처님이 설하신 경의 뜻, 과보로 나타난 마음, 단지 작용하는 마음 등의 법칙에 내포된 의미를 알고, 이런 뜻을 반조할 때 그 뜻에 대해 통달한 지혜5)”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리에 대한 분석적 이해는 ‘조건(paccaya)이 이런저런 결과를 낳게 하고 생기게 하고 가져오게 하는 법’을 통달한 것을 말한다는 의미에서 법무애행(法無碍行)이라고 한다. 법무애행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원인, 성스러운 도(道), 그리고 선업(善業)과 불선업(不善業)에 통달한 지혜’를 의미한다.

 

언어에 대한 분석적 이해는 사무애행(辭無碍行)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뜻과 법에 대해서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는 지혜’를 의미한다. 특히 청법자의 언어 능력을 고려하여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장애가 없음을 말한다.

 

그리고 변재에 대한 분석적 이해는 변무애행(辨無碍行)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원인과 결과 및 그것이 의미하는 뜻과 그것을 설명할 줄 하는 지혜 등에 대하여 대상과 역할을 상세하게 아는 지혜를 의미한다.6)

 

사무애행을 갖춘 장로는 “그 시대에 사는 사람으로서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청정함을 지키고 활동적이어야 동료 수행자들에게 사랑스럽고, 마음에 들고, 존중을 받고, 존경을 받는다.”라고 부처님은 강조하셨다. 이는 장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즉 불교 지도자는 그에 수반하는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동시에 시대적 사명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 삶 속에서 실천해야만 불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다.

 

《앙굿따라니까야》 제5권 〈장로의 품〉에서는 수행승들 중에서 동료 수행자들에게 사랑스럽고, 마음에 들고, 존중을 받고, 존경을 받는 장로가 되는 조건을 몇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장로는 탐·진·치 삼독심과 분노 및 교만 등을 야기하는 것이 있어도 그것들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7) 이것은 낮은 단계의 다섯 가지 장애, 즉 오하분결(五下分結)8)을 없애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장로는 어떤 조건이 형성되더라도 다섯 가지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장로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 위선, 잔인함을 여의어야 한다.9) 장로는 탐·진·치 삼독심을 제거한 것은 물론이고 위선적인 허위의식과 잔인함을 제거하여 자비를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장로는 궤변하지 않고, 허담하지 않고, 점을 보지 않고, 예언을 하지 않고, 이익으로 이익을 구하지 않아야 한다.10) 이 말은 인과법에 어긋나는 말을 하지 않고, 인과법에 근거한 삼명(三明)의 지혜를 체득해야 함을 의미한다.

 

넷째, 장로는 믿음이 있고, 부끄러움을 알고, 창피함을 알고, 열심히 노력하고, 지혜가 있어야 한다.11)

 

다섯째, 장로는 형상을 참아내고, 소리를 참아내고, 냄새를 참아내고, 맛을 참아내고, 감촉을 참아내어야 한다.12) 이것은 색성향미촉법의 여섯 가지 대상에 대하여 집착을 일으키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여섯째, 장로는 계행을 지키고,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바르게 호지하고 잘 정리하며, 훌륭한 말솜씨를 지니고 세련된 언어로 신뢰할 만하게 말하고, 사선정을 성취하고, 번뇌가 없이 심해탈과 혜해탈을 성취해야 한다.13)

 

일곱째, 장로는 출가한 지 오래되고, 명성을 얻어 출·재가의 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적절한 공양물을 얻을 수 있고, 많이 배워 통찰지를 갖추고, 올바른 견해와 세계관을 갖추고 많은 사람들을 올바른 가르침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14)

 

이러한 가르침을 출·재가의 지도력과 연관시켜 본다면 ① 계행을 고루 갖추는 위의 리더십 ② 경의 도리를 많이 아는 교육교역자의 리더십 ③ 중생제도 능력을 갖춘 포교 리더십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중에서 위의 리더십은 자질론을 강조한 것으로, 교육 교역자는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고, 포교 리더십은 현실 사회에서의 실천적 능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서원력(誓願力), 섭수력(攝受力), 인욕력(忍辱力), 선정력(禪定力) 등은 중요한 리더의 자질이며, 반드시 갖추어야 할 규범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15)

 

《앙굿따라니까야》 제7권에서는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규범적 자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앞서 말한 수행자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비구들이여, 일곱 가지 법을 갖춘 비구는 오래지 않아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과 통찰지(通察智)를 통한 해달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具足)하여 머물게 된다. 무엇이 일곱인가?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믿음이 있고, 계를 잘 지키고, 많이 배우고, 한거(閑居)하고, 열심히 정진하고, 마음챙김을 가지고, 통찰지가 있다.16)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일곱 가지 자질은 신심, 계행, 교학, 한거, 정진, 정념, 통찰지 등의 성취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앙굿따라니까야》에서는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다른 일곱 가지 법을 설명하는 부분도 있다. 그것은 “이득을 탐하지 않고, 존경을 탐하지 않고, 멸시받지 않는 것을 탐하지 않고, 양심이 있고, 수치심이 있고, 원하는 바가 적고, 바른 견해를 가져야 한다.” 등이다.

 

포교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는 실천적 리더십으로는 《중아함경》 〈칠법품〉에서 제시하고 있는 일곱 가지 조건을 응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일곱 가지 법은 다음과 같다.

 

만일 어떤 비구가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곧 현성(賢聖)의 도(道)에 환희(歡喜)를 얻어서 바로 번뇌(煩惱)가 다 없어지리라. 그 일곱 가지란 이른바 비구가 법(法)을 알고, 뜻을 알며, 때를 알고, 절제를 알며, 자기를 알고, 무리를 알며, 사람의 잘나고 못남을 아는 것이다.17)


여기서 ‘법을 안다’는 것은 진리로 표현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꿰뚫어 볼 줄 아는 것을 말한다. ‘뜻을 안다’는 것은 가르침의 의미를 파악하고, ‘때를 아는 것’은 대상에 따라서 어느 때 어떤 것을 가르치고 어떻게 수행을 이끌어 주어야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수행자는 절제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자기 자신의 근기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중생의 무리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갖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어떤 특성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만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없다.


3. 경전에 나타난 불교 지도자의 유형


1) 출·재가 수행자의 표준과 척도

《앙굿따라니까야》나 《수타니파타》에서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의 표준과 척도를 말씀하신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제자들이 경전에서 말하는 불교 지도자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은 제자들의 표준과 척도로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 사부대중을 각각 2명씩 언급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구는 싸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 비구니는 케마와 우빨라완나, 우바새는 따와 핫따까, 우바이는 쿳쭈따라와 벨루깐다끼야 등이다.

 

비구 수행자의 표준과 척도로 언급된 싸리뿟따(Sa죚riputta)와 마하목갈라나(Maha죚moggallaa죚na)는 부처님의 상수제자로서 10대 제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평가받는 제자들이다. 싸리뿟따는 출가 전 속명이 우빠띳싸(Upatisssa)로 마가다국의 왕사성 인근에 있는 나란다 지역 출신이다. 마하목갈라나도 싸리뿟따와 같은 지역 출신으로 바로 인접한 동네에 살고 있었으며,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던 죽마고우였다.

 

두 사람은 15세 되던 무렵에 이미 세간의 학문을 섭렵하고 나서 죽지 않는 불사의 진리를 배우고자 출가를 결심하였다. 이때 찾아간 종교인이 육사외도 중의 한 사람인 산자야18)로 두 사람은 그의 문하로 출가하였다. 그러나 산자야의 가르침에 만족하지 못한 두 사람은 다섯 비구 중의 한 사람인 앗싸지(Assaji, 阿說示) 존자의 인도로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부처님으로부터 사성제와 연기법의 이치를 듣는 순간 이미 두 사람은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하였고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가 되었다.

 

싸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는 상수제자로서 20년간 부처님을 직접 시봉하였으며, 약 40여 년간 함께 수행하였다. 두 사람은 부처님을 대신하여 설법을 하기도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하면서 교단의 발전에 헌신적으로 기여하였다.

케마(Khema죚)와 우빨라완나(Uppalavannaa죚)는 비구니 교단이 형성된 초기에 교단에 귀의하고 수행자가 되었다. 케마는 빔비사라 왕의 왕비의 신분이었으며, 색교(色驕)에 빠져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다가 부정관의 가르침을 듣고 교단에 귀의하여 수행자가 되었다.

 

재가불자 중 우바새의 표준과 척도는 따(Citta)와 핫따까(Hatthaka)이다. 따는 마하나마 장로의 가르침을 듣고 불환과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재가불자로는 드물게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법을 통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주고 일깨워 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핫따까는 사섭법을 가장 잘 실천한 재가불자 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알라위(A죚lavi)의 왕자 출신으로 500명이 넘는 많은 대중을 거느리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핫따까 장자여, 그대는 지금 많은 대중을 거느리고 있는데 어떤 법으로 그들을 이끌어 들이는가?” 하고 물었다. 이에 대하여 핫따까는 “세존께서 가르치신 대로 은혜로써 베풀고, 부드러운 말로써 대하고, 상대방을 이익되게 하고, 행동을 같이하는 등의 네 가지로 대중을 이끌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핫따까는 불환과에 들었다는 수기를 받을 정도로 수행력을 인정받았다.

 

재가불자 중 우바이의 표준과 척도로는 다문제일 쿳쭈따라와 선정제일 벨루깐다끼야가 언급되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선정수행을 닦고 불환과의 지위에 도달한 여성 재가불자이다. 쿳쭈따라와 관련된 이야기는 뒷부분에서 설명되고 있다. 벨루깐다끼야는 벨루깐다에 살았던 난다의 어머니를 말하는데 웃따라 난다마따(Uttara죚 Nandamaa죚ta죚)와는 다른 사람이다. 벨루깐다끼야는 아들 난다가 왕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마음속에 조금의 동요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재가불자의 표준과 척도로 거론된 네 사람의 특징은 첫째, 사쌍팔배 중 세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불환과라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이다. 둘째, 선정수행을 성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설법과 교화를 위하여 매우 열심히 활동하고 헌신하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초기교단의 재가 불교 지도자로서 기여도가 매우 컸다.



2) 부처님 재세 시의 출가자 리더십 유형19)

 

《앙굿따라니까야》 제1권에는 부처님 재세 시에 활동했던 여러 제자들 중에서 으뜸 제자들이 다수 거명되고 있다.20) 이들 으뜸 제자들은 교단이 형성되던 초기에 부처님께 귀의하고 함께 수행하면서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한 수행자들이다. 이들의 활동 양태와 특징들을 분석한다면 초기 출가자들의 리더십 유형을 분류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경전에서 언급한 제자들의 활동 사항을 분석해 본 결과 초기 출가자들의 리더십 유형은 ① 계행적 리더십, ② 수행적 리더십, ③ 지혜적 리더십, ④ 신통적 리더십, ⑤ 설법적 리더십, ⑥ 위의와 가람수호의 리더십 등 일곱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것을 다시 재분류해 보면 계정혜 삼학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수행자와 위의와 역할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수행자로 구분할 수 있다.

 

계행·선정·지혜 등과 관련하여 능력을 보인 수행자는 계정혜 삼학으로 분류할 수 있고, 신통력을 발휘하거나 설법 능력이 뛰어난 수행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의를 인정받거나 가람 수호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수행자는 역할 중심의 리더십 유형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이렇게 분류할 경우 수좌형과 보살형의 리더십으로 단순화시킬 수도 있다.

 

다만 초기 출가자들의 대부분은 일상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수행에 동참하였기 때문에 모두가 수좌였으며, 또한 안거가 끝난 다음에는 모두가 흩어져서 중생구제와 전법을 위한 교화 활동에 나섰기 때문에 동시에 보살형으로도 분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초기불교 수행자의 리더십을 수좌형과 보살형의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여기서는 앞에서 제시한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부처님 재세 시의 직제자들을 구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21)


① 계행적 리더십

계행을 지키는 것은 승가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로서 부처님의 제자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위의에 속한다. 부처님 재세 시의 수많은 제자들의 대부분은 계행에 철저하였기 때문에 다수가 계행의 실천을 통한 리더십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제자들 가운데서 네 명의 수행자들은 특별히 계행이 뛰어나다고 부처님으로부터 칭찬을 들은 바가 있다. 그들은 율을 호지하는 데 으뜸인 우빨리(Upali)와 장로니 빠따짜라(Pata죚ca죚ra죚), 남루한 옷을 입고 수행한 모가라자(Moghara죚ja), 끼사꼬따미(Kisa죚gotami) 장로니 등이다.

우빨리는 아함부 경전 중에서도 율장을 송출하여 결집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수행자이다. 부처님 생전에도 많은 비구들이 우빨리에게 계율을 배우고 싶어 할 정도로 계율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추앙받았다. 비구니 수행자로서 계율의 최고는 빠따짜라가 으뜸으로 칭송받고 있다. 모가자라와 끼사고따미는 수행자로서의 계행을 지키면서 동시에 항상 남루한 옷을 입고 수행한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이들의 사례는 수행자의 계행에 근거한 의식주 생활 그 자체가 바로 승가 지도력의 원천임을 보여 준다.

② 수행적 리더십

수행적 리더십은 선정을 닦는 수행 과정에서 으뜸인 제자들을 구분하기 위한 개념적 표현이다. 교단 초기의 근본불교 시대에 수행적 리더십을 발휘한 부처님의 제자들은 매우 많다. 그들 중에서 《앙굿따라니까야》에서 언급하고 있는 제자들을 사례를 살펴보면 두타제일 마하깟싸빠(Mahaa죚kassapa)가 가장 으뜸이며, 마음의 전개에 능숙한 것으로 인정받은 쭐라빤다까(Cullapanthaka), 해공제일로 알려진 수부띠(Subbuti), 육근 정진에 뛰어난 난다(Nanda), 열심히 정진하는 자들 가운데 으뜸인 소나꼴리위사(Sonakol1죚visa), 아카시아 숲속에서 정진을 한 레와따(Revata), 무애행이 뛰어난 마하꼿띠따(Mahaa죚kotthitta), 비구니로 선정력이 뛰어난 쑨다리난다(Sundarinanda), 열심히 정진하는 수행자들 가운데 비구니로 으뜸인 소나(son.aa죚) 존자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마하가섭은 두타행을 철저하게 수행함으로써 당시에 명성이 높았던 제자였으며,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드신 이후 제1차 경전 결집을 이끌어 내고 교단을 안정시켰다. 해공제일로 알려져 있는 수보리는 ‘평화롭게 머무는 자들 가운데서 으뜸’ 즉 선정제일로 언급되어 있다. 수보리는 무쟁삼매(無爭三昧)를 체득한 제자로서 금강경의 주인공이다. 수보리는 또한 공양받을 만한 자들 가운데 으뜸으로도 일컬어진다. 레와따(Revata)는 ‘아카시아 숲 속에서 머무는 자들 가운데서 으뜸’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험한 숲 속에서 선정을 닦는 수행에 열중하였다. 레와따는 사리불 존자의 막내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③지혜적 리더십

승가의 지도력이 사회적으로 표출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견(正見)과 통찰지(通察智)의 성취이다. 정견과 통찰지는 표현이 다를 뿐 같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고통에 대하여 바르게 알고, 그 고통의 근원을 알며, 고통을 극복한 열반을 알고, 그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을 명확하게 아는 것’을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사성제의 진리를 체득하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능력을 지혜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22)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지혜가 뛰어난 수행자는 ‘법의 사령관’이라고 불리었던 지혜제일 사리불(Sa죚riputta), 비구니 지혜제일 케마(Khema죚), 최상의 지혜를 증득한 밧다 깟짜나(Bhadda Kaccaa죚naa죚) 등이 거명되고 있다.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을 대신하여 설법을 할 정도로 뛰어난 지혜를 증득하였으나 상수제자로서 부처님보다 일찍 열반에 들었다.

부처님 제세 시에 아라한의 경지에 오른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사성제의 지혜를 체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성제는 아라한의 경지에 들어가는 불이문(不二門)이며, 동시에 불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문(智慧門)이라고 할 수 있다. 지혜력을 바탕으로 발휘되는 승가의 지도력은 사성제의 지혜로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능력이다.

 

④ 신통적 리더십

불교 교단에서 수행자들이 신통력을 보이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부처님을 찾아온 사람들이 “제자들이 신통을 보이면 사람들이 더욱 더 부처님을 존경하고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려도 부처님은 거절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신통을 보이신 기록이 경전에 나타나기도 한다.23)

부처님의 제자들이 보인 신통은 기적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삼명육통(三明六通)의 신통력을 의미한다. 즉 숙명통, 누진통, 천안통, 타심통, 천이통, 신족통 등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경전에 많이 언급되는 신통력은 주로 인과법을 통해서 전생을 알 수 있는 숙명통, 그리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천안통 등이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신통제일의 수행자는 마하목갈라나(목건련)라고 할 수 있다. 마하목갈라나는 신통력으로 아귀지옥에서 고통 받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자신의 신통력으로 어머니를 구제하지 못하자 부처님께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천안제일 아누룻다(Annuruddha, 아나율)는 천안통을 증득한 제자로 알려져 있다.

비구니 수행자 중에서 신통제일은 우빨라완나(Uppalavan.n.a죚)이다. 그녀는 등불의 불꽃을 보고 선정을 깨우쳤으며 선을 증득하여 무애행을 갖춘 아라한이 되었다. 또한 천안을 가진 비구니 수행자들 중에서 으뜸은 사꿀라(Sakulaa죚)이다. 전생을 기억하는 데 으뜸으로 인정을 받은 제자는 소비따(Sobhita)이며, 비구니로는 밧따 까빌라니(Bhaddaa죚 Kapilaa죚ni)가 있다.

⑤설법적 리더십

부처님의 제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지도력을 발휘한 분야가 설법이다. 부처님을 대신하여 설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자들이 계정혜 삼학을 수행하고 더불어 여러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설파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자후로 설법하는 데 으뜸이었던 제자는 바라드와자 가문의 삔돌라(Pindola)이며, 수행자들에게 설법의 기본을 지도한 제자는 뿐나 만나니뿟따(Punna Mantaa죚niputta)이다. 간략하게 설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하여 상세하게 그 뜻을 설명하는 제자들 가운에 으뜸은 마하깟짜나(Maha죚kacca죚na, 가전연)이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게송으로 노래하는 데 으뜸은 소나 꾸띠깐나(Sona Kutikan.n.a)이다. 다양하게 설법하는 자들 가운데서 으뜸은 꾸마라 깟사빠(Kumaa죚ra Kassapa)이다. 그는 상세하고 다양한 비유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구 스님들을 상대로 설법하는 데 으뜸은 마하깝삐나(Mahaa죚kappina) 존자이다. 그는 홀로 수행만 하다가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하라는 명을 듣고 비구들을 상대로 단 한 번의 설법으로 천 명의 비구들을 아라한에 이르도록 하였다고 한다. 비구니 스님들을 상대로 설법하는 데 으뜸은 난다까(Nandaka) 존자이다. 부처님의 권유로 비구니들에게 설법을 하였는데 첫날에 모든 비구니가 예류과에 들었고 다음 날에 500명의 비구니들이 아라한과에 들었다고 전한다.

비구니 스님들 중에서 설법제일은 담마딘나(Dhammadinnaa죚)이다. 그녀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불환과에 도달한 이후 남편 비사카(Visaa죚kha)의 동의를 얻어 출가하였다. 출가 후 아라한이 된 담마딘나는 부처님을 뵈러 갔다가 출가 전의 남편을 만나서 설법을 통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였다.24) 담마딘나는 오온과 팔정도의 원리로 존재론을 설명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였다.

 

⑥위의와 가람수호의 리더십

부처님의 제자로서 위의와 가람수호에 뛰어난 제자는 아난다(A죚nanda)라고 할 수 있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가장 많이 가르침을 들은 제자 중 으뜸, 마음챙김을 가진 자들 가운데 으뜸, 총명한 자들 가운데 으뜸, 활력을 가진 자들 가운데 으뜸, 시자들 가운데 으뜸 등 모두 다섯 분야에서 최고의 지도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아난다는 부처님 입멸 후 마하가섭 존자가 이끌던 교단을 이어받아 약 60년 동안이나 이끌어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처님의 제자들 가운데 거처를 배당하는 자들 가운데 으뜸은 말라의 후예 답바(Dabba Mallaputta)이다. 그는 일곱 살에 출가하였는 데, 출가하여 머리를 깎는 순간 아라한의 경지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그는 일곱 살부터 라자가하에서 손님들에게 객실을 배정하는 소임을 맡았는데 조금의 문제도 없이 잘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회중을 관리하는 데 능력을 발휘한 수행자는 우루벨라 깟사빠(Uruvela Kassapa)이다. 그는 500명의 회중을 거느렸기 때문에 부처님의 제자들 중에서 가장 큰 수행자 집단을 관리하였다.25)

3) 재가불자의 리더십

 

교단 형성 초기에 재가불자들은 매우 괄목할 만한 활동상을 보여 주었다. 이에 부처님도 특별히 20명을 거명하면서 각 분야에서 으뜸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앙굿따라니까야》 제1권 〈으뜸의 품〉에는 부처님 재세 시에 활동했던 우바새, 우바이 중에서 으뜸가는 제자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으뜸의 품〉에서는 열 가지 분야별로 우바새와 우바이 각각 10명씩 총 20명의 재가불자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이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지도력을 발휘하였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26)

우바새

① 먼저 나의 가르침에 귀의한 남자 신도 제자들 가운데서 따뿟싸와 발리까 상인이 으뜸이다.
② 보시자들 가운데서 수닷따 아나따삔디까 장자가 으뜸이다.
③ 법을 설하는 자들 가운데서 맛찌까산다의 따 장자가 으뜸이다.
④ 네 가지 섭수하는 행위로 회중을 잘 섭수하는 자들 가운데서 알라위의 핫따까가 으뜸이다.
⑤ 뛰어난 보시를 하는 자 가운데서 샤꺄 족의 마하나마가 으뜸이다.
⑥ 마음에 흡족한 보시를 하는 자들 가운데서 웨살리의 욱가 장자가 으뜸이다.
⑦ 승가를 시봉하는 자들 가운데서 욱가따 장자가 으뜸이다.
⑧ 흔들림 없는 청정한 믿음을 가진 자들 가운데서 수라 암밧타가 으뜸이다.
⑨ 사람들을 신뢰하는 자들 가운데서 지와까 꼬마라밧짜가 으뜸이다.
⑩ (나와) 친근한 자들 가운데서 나꿀라비따 장자가 으뜸이다.

 

우바이

① 먼저 나의 가르침에 귀의한 여자 신도 제자들 가운데서 세나니의 딸 수자따가 으뜸이다.
② 보시자들 가운데서 미가라마따 위사카가 으뜸이다.
③ 많이 들은 자들 가운데서 쿳쭈따라가 으뜸이다.
④ 자애가 가득한 마음으로 머무는 자들 가운데서 사마와띠가 으뜸이다.
⑤ 선정을 얻은 자들 가운데서 웃따라 난다마따가 으뜸이다.
⑥ 뛰어난 보시를 하는 자들 가운데서 꼴리야의 딸 숩삐와사가 으뜸이다.
⑦ 병자를 돌보는 자들 가운데서 숩빠야가 으뜸이다.
⑧ 흔들림 없는 청정한 믿음을 가진 자들 가운데서 까띠야니가 으뜸이다.
⑨ (나와) 친근한 자들 가운데서 나꿀라마따가 으뜸이다.
⑩ 소문을 통해서 청정한 믿음을 일으키는 자들 가운데서 꾸라라가라의 깔리가 으뜸이다.

남자 재가불자인 우바새의 명단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제자들의 특징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최초 귀의, 보시행의 실천 , 부처님과 교단에 대한 신심과 봉사, 넷째 설법, 다섯째 섭수와 실천 등에서 제일인 우바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교단에 최초로 귀의하여 재가불자가 된 사람은 따뿟싸(Tapussa)와 발리까(Bhalika)27)라는 두 사람의 상인이다. 이 두 사람은 국제무역을 하기 위해서 인도 북부에서 내려오다가 마가다국의 보드가야와 초전법륜지인 싸르나트(녹야원) 중간 지역에서 부처님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부처님과 가르침 등 이보(二寶)에만 귀의하고 최초로 공양을 올린 우바새가 되었다.

여성 재가불자 중에서는 세나니 마을의 수자따(Suja죚taa죚)가 최초로 공양을 올리고 우바이가 되었다. 부처님은 둥게스와리 지역의 전정각산에서 6년 고행을 끝내고 산을 내려와 네란자라 강가에서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있었다. 이때 부처님을 발견하고 최초로 유미죽을 공양 올린 여성 재가불자가 바로 수자따였다.28)

둘째, 보시행의 실천 분야에서 제일인 우바새는 싸밧티의 쑤닷따 아나따삔디까(Sudatta Anathpindika) 장자, 샤꺄 족의 마하나마(Maha죚na죚ma) 왕, 웨살리 지역의 욱가(Ugga) 장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바이로는 보시제일 위사카 미가라마따(Visa죚kha Miga죚rama죚ta죚)가 있다.

싸밧티의 아나따삔디까 장자29)는 교단에 기원정사를 기진한 것은 물론이고 이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즐겨하였다. 아나따삔디까는 어렵고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베푼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한역으로 급고독(給孤獨) 장자라고도 불렀다.

우바이 중에서는 보시제일 위사카 미가라마따는 부처님께 녹자모 강당을 지어 기진하였다. 위사카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부처님과 수행승들에게 일생 동안 여러 가지 공양을 올리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뛰어난 보시를 행하는 자들 가운데 으뜸으로 알려진 샤꺄 족의 마하나마는 카필라성의 왕으로 백성들을 조금이라도 살려 보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즉 꼬살라국의 위두다바(Vidu죚dabha) 왕자가 침입하였을 때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었던 마하나마는 자신이 우물에 빠져 죽어 떠오를 때까지만이라도 자신의 백성들이 도망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주었다.

웨살리 지역의 욱가 장자는 마음에 흡족한 보시를 하는 자들 가운데서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마음에 흡족한 보시를 행하게 된 것은 부처님과 교단에 보시를 행할 때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보시하는 마음 자세 때문이었다.

셋째, 부처님과 교단에 대한 신심과 봉사 분야에서 제일인 우바새는 욱가따(Uggata) 장자와 수라 암밧타(Su죚ra Ambattha)가 있고, 우바이로는 까띠야니(Ka죚tiyaa죚ni)와 깔리 꾸라라깔리까(Ka죚li Kuraraghalikaa죚), 꼴리야의 딸 숩빠와사(Suppava죚saa죚), 병자의 간병을 잘한 숩삐야(Suppiyaa죚) 등이 있다.

욱가따 장자는 재가불자로서 확고한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을 시봉하고, 승가를 돌보는 데 헌신하였기 때문에 승가를 시봉하는 자들 가운데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우바이 숩삐야는 갠지즈 강가의 바라나시에 사는 경건한 재가신자였다. 병든 수행자가 길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집으로 데려가 간병을 해 주었다. 그런데 영양실조가 된 수행자를 구하기 위하여 고기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구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어 국을 끓여 공양을 올렸다고 한다.
흔들림 없는 청정한 믿음을 가진 불자들 가운데서 우바새는 수라 암밧타, 우바이는 까띠야니와 깔리 등이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수라 암밧타는 악마가 부처님의 형상을 하고 나타나서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해도 확고한 신심 때문에 현혹되지 않았다. 즉 “모든 형성된 것은 무상하고 괴롭고 실체가 없지만 형성된 것 가운데 어떤 특정한 것만이 그렇지 모든 형성된 것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였지만 수라는 그 정체가 악마인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고 한다.

까띠야니는 꾸라라가라의 깔리와 절친한 친구 사이로 두 사람 모두 청정한 믿음을 가진 우바이들이었다. 두 사람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중에 도둑들이 집에 난입하여 재물을 훔쳐가도 조금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이 집중하여 끝까지 설법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도둑들이 오히려 훔쳐간 물건을 돌려주고 부처님의 제자로 귀의하였다고 한다. 특히 깔리는 마하깟짜나 존자를 시봉하면서 아들 소나 꾸띠깐나 존자가 출가하도록 허락하였다.

꼴리야 족의 공주 숩빠와사는 릿차비 족의 마할리와 결혼하여 아들인 씨왈리 존자를 낳았다. 임신 기간이 길어 출산의 고통이 심해졌을 때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축원을 들으면서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은 사리불 존자의 가르침을 받고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자주 숩빠와사의 집에 들러 공양을 받고 설법을 했다고 한다.

넷째, 재가불자들 중에서 설법제일은따 맛찌까산디까(Citto Macchika죚-sandika) 장자이며, 다문제일은 쿳쭈따라였다.

따 장자는 맛찌까산다 지방의 부호로서 부처님의 초전법륜을 들은 다섯 비구 중의 한 사람이었던 마하나마 존자에게 귀의하였다. 그리고 그는 마하나마 존자가 맛찌까산다(Macchika죚sanda) 지역을 방문하였을 때 존자의 위의에 크게 감복하여 암바따까(Ambataka죚)에 승원을 지어 기진하였다. 따 장자는 기회만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하여 설법을 하였다.

쿳쭈따라는 하녀의 신분으로 태어나 꼬삼비국 우데나 왕의 부인인 삼마와띠 왕비의 시녀가 되었다. 그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자신의 악행을 참회하였다. 그리고 왕비와 하녀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부처님을 찾아가 설법을 들으면 반드시 그 내용을 왕비와 하녀들에게 전하였기 때문에 우바이 중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많이 배운 다문제일이 되었다.

다섯째,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여 섭수하고 그 내용을 실천한 재가불자로는 섭수제일 핫따까 알라바까(Hatthaka A죚lavaka) 장자, 사람들을 신뢰하는 의사 지와까 꼬마라밧짜(Jivaka Komaa죚rabhacca), 그리고 등이 있다.

알라위의 핫따까 장자는 사섭법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여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사섭법은 보시섭, 애어섭, 이행섭, 동사섭의 네 가지로 불교의 대중적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동사섭의 지도력은 이타행을 기반으로 하여 형성되는 지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가다국의 의사 지와까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주치의 역할을 한 재가불자였다. 자신이 공부한 의술로 교단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봉사하였다. 지와까는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봉사하면서 실천적 지도력을 발휘한 재가불자로 평가할 수 있다.

여섯째, 재가불자들 중에서 선정수행을 통하여 지도력을 발휘한 부처님의 제자들에는 나꿀라삐따(Nakulapita)와 나꿀라마따(Nakulama죚taa죚), 사마와띠(Sa죚ma죚vati) 왕비, 웃따라 난다마따(Uttara죚 Nandamaa죚taa죚) 등이 있다.

나꿀라비따는 나꿀라 존자의 아버지이고, 나꿀라마따는 그의 어머니이다. 이들 두 사람은 부부지간으로 부처님과 가장 친근한 제자들 가운데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나꿀라삐따는 박가(Bhagga)국의 쑹수마라기리(Sumsumaa죚ragiri) 출신으로 부처님께서 그곳을 방문하였을 때 귀의하여 불자가 되었다. 이 부부는 부처님으로부터 “계를 성취하고, 마음의 선정을 얻고, 법과 율에서 발판을 얻고, 확고함을 얻고, 위안을 얻고, 의심을 건너고, 혼란을 제거하고, 무외를 얻어 스스로를 의지하고, 스승의 교법에 머무는 재가 여신도 중에 으뜸에 속한다.”라는 칭찬을 들었다.

사마와띠는 꼬삼비국 우데나 왕의 첫 번째 왕비였으며, 시녀 쿳쭈따라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듣고 자애선을 닦았다. 두 번째 왕비였던 마간디야(Ma죚gandiya죚)의 모함에 빠져 불에 타죽는 괴로움을 당하였지만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자애의 마음을 갖고 죽음을 맞이하였다.

웃따라 난다마따는 기생 시리마가 질투에 사로잡혀 끓는 기름을 퍼부었으나 자애의 마음으로 용서하고 부처님에게 귀의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여성 재가불자 중에서는 ‘선정을 닦는 사람 가운데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4. 맺는 말

경전에 나타난 불교 지도자는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한 부류는 출가 수행자로 수행을 바탕으로 정신적 지도력을 발휘하였다. 출가 수행자의 지도력은 세간의 문제에 대하여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바탕으로 중생교화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특성을 보여 준다.

다른 한 부류는 재가불자로서 삼보에 귀의하고 가르침을 배워 사회적 지도력을 발휘하였다. 경전에 나타난 재가불자들은 빔비사라나 빠세나디 등과 같은 왕족, 아나따삔디까나 위사카 등과 같은 장자, 그리고 일반 평민 신분으로 귀의한 다수의 불자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 중 다수는 부처님 재세 시의 인도에서 매우 큰 지도력을 발휘하였다.

출가 수행자들의 지도력은 아라한과에 도달함으로써 중생교화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중생교화의 역할이란 주로 설법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부처님 당시의 승가 지도력은 설법을 통해서 대인 설득, 집단 설득 등의 설득 능력에 의지하는 바가 매우 컸다. 중생교화의 설득은 생각과 태도, 그리고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일컫는다.

반면에 재가불자들의 지도력은 예류과, 일래과, 불환과 등의 경지에 오른 상태에서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발휘될 수 있었다. 재가불자로 설법제일이었던 따 장자나 섭수제일 핫따까 장자는 모두 불환과에 도달하였음을 부처님으로부터 수기(受記)하였다. 다수의 재가불자들은 예류과와 일래과의 정신적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경전 자료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출·재가를 막론하고 상당한 수준의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사성제의 가르침을 체득하여야 한다. 사성제를 체득하였다는 것은 단순히 괴로움에 대한 진리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괴로움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관찰지, 괴로움의 원인을 간파할 수 있는 분석지, 괴로움의 원인을 소멸할 수 있는 판단지, 올바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실천할 수 있는 실천지를 완전히 체득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수행만으로 사성제를 체득하지 못하는 수행자나 재가불자들을 위하여 부처님은 팔정도와 37조도품 등 여러 가지 수행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수행 방법을 통해서 출·재가의 불교 지도자들이 배출될 수 있었다. 결국 이들의 노력으로 현실 세계에서의 불국토가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불교 지도자들은 승가나 교단에 소속함으로써 대사회적인 영향력을 더 강화할 수 있었다. 이는 개인적 지도력이 아니라 조직적 지도력을 발휘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전상에 나타난 불교 지도자들은 개인적 능력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로서 교단에 소속됨으로써 사회적 인정을 받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전에 나타난 다수의 불교 지도자들은 계정혜 삼학을 바탕으로 해탈과 해탈지견에 도달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였다. 한순간도 방일하지 않고 정진하는 힘이 불교 지도자의 모범을 만들어 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수행에 전념하는 수행자들도 회향의 정신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대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바꾸어 말한다면 수행자라고 해서 세간과 완전히 등진 상태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있는 그대로 수행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출가 수행자들의 지도력은 계행의 실천, 수행의 완성, 지혜의 증득, 특별한 능력의 발휘, 설법을 통한 교화, 위의 유지와 가람수호의 역할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재가불자의 지도력은 보시행의 실천, 확고한 신심과 종단 내외의 봉사 활동, 설법과 섭수력, 선정의 체득 등을 통해서 발휘되었음을 경전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초기불교 지도자들의 자질과 지도력은 현대사회에서도 매우 필요한 조건이다. 출·재가의 불교 지도자들을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자질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종단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불교적인 지도력을 발휘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러한 원리들을 수용하면서 응용하기 위한 정진과 노력이 필요하다. ■

 

 

김응철 / 행정학 박사.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불교신문〉 논설위원,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불교지도자론》(공저), 《포교이해론》(공저) 등이 있다.

 

 

 

 

 

 

 

 

 

수보리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haha723/14000441 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