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 14. 관박피부정법(觀薄皮不淨法)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다음으로 마땅히 다시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단정히 앉아서 바르게 받아서 오른쪽 다리의 엄지발가락 위를 밝게 관하되 발가락 위의 가죽을 나뉘어서 통하도록 하고 얇은 가죽과 두꺼운 가죽의 안팎이 비치게 한다. 그 얇은 가죽 안에 하나의 얇은 막(膜)이 있다. 또 마땅히 분명히 밝게 관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점점 무릎에 이르고 볼기[臗]에 이른다. 왼쪽 다리도 그와 같이 한다. 허리에 이르고, 등에 이르고, 목덜미에 이르고, 목에 이르고, 머리에 이르고, 얼굴에 이르고, 가슴에 이르고, 온몸이 모두 그러하다. 얇은 가죽과 두꺼운 가죽의 안팎이 서로 비치고 나뉘어서 통하고자 한다. 마치 불리는[被吹] 것과 같이 그 가죽은 팽창하여 분명히 말할 수 없다.
몸의 모든 털 속, 하나하나의 털 구멍에 백천(百千)의 무량한 온갖 고름과 잡된 액체가 있다. 마치 빗방울과 같이 털구멍에서 나와 빠르기는 우박과 같다. 안팎이 함께 흘러서 피고름이 가득 차서 넘친다. 깨끗하지 못함이 극에 이르러 참아내기가 어렵다. 마치 고름의 못과 같고 피의 못과 같다. 온갖 벌레가 그 안에 가득하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는 마땅히 가슴속을 관하여야 한다. 온몸이 곧 벌레로서, 마치 벌레가 쌓인 것과 같다. 또 마땅히 다시 왼쪽 다리의 엄지발가락을 관하여야 한다. 가슴과 배가 불러 터져 무너지고, 푸른[靑] 고름과 누런 고름과 붉은[赤] 고름과 검은 고름과 빨간[紅] 고름과 녹색[綠] 고름과 흰 고름이 썩어 무너져 서로 섞이고 오줌똥과도 섞인다. 또 온갖 벌레가 있는데 그 속에서 놀며, 더럽고 나쁜 냄새가 나는 곳이어서 참고 견딜 수가 없다.
이 몸을 싫어하여 모든 욕심을 탐하지 않고 생(生)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생각이 이루어졌을 때, 대야차(大夜叉)를 본다. 몸은 큰 산과 같고 머리털은 얽히고 설켜서 가시나무가 우거진 숲과 같다. 눈은 예순 개가 있는데 마치 번개 빛과 같다. 입은 마흔 개가 있는데 입에 두 개의 송곳니가 있어 모두가 위로 솟아 나왔고 마치 불깃대[火幢]와 같다.
혀는 검수(劍樹)와 비슷한데 내밀면 무릎까지 이른다. 손에 무쇠 몽둥이를 들었고, 몽둥이는 도산(刀山)과 비슷하고, 사람을 내리칠 듯하다. 이와 같은 자는 그 수가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다. 이 일을 볼 때 매우 크게 놀라고 두려워 몸과 마음이 모두 떨린다.
이와 같은 모양은 모두가 그 전의 몸으로 금한 계를 깨뜨려 범한 모든 악의 근본이다. 무아(無我)를 나라고 헤아리고, 무상(無常)을 항상하다고 헤아리며, 부정(不淨)을 깨끗하다고 헤아려 방일하고 물들어 집착하여, 모든 욕망을 탐하여 받아서 괴로움의 법 가운데서 삿되게도 즐겁다는 생각을 내고, 공(空)의 법 중에서 전도된 생각을 일으키고, 부정한 몸에 대하여 깨끗 하다는 생각을 일으키고, 사명(邪命)22)으로 자활(自活)하여 무상을 헤아리지 못한다.
22) 비구(比丘)로서 비구답지 아니한 방법, 즉 불여법(不如法)으로 음식을 얻는 것.
이 생각을 이룰 때, 또 마땅히 다시 가르쳐야 한다. 너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이와 같은 야차는 곧 너의 나쁜 마음의 맹렬한 독의 경계로서 여섯 가지 요소[六大]로부터 일어나고 여섯 가지 요소의 이루는 바이다. 너는 지금 마땅히 여섯 가지 요소를 분명하게 관하여야 한다. 이 여섯 가지 요소란 지(地)·수(水)·화(火)·풍(風)·식(識)·공(空)이다.
이와 같은 것 하나하나를 너는 마땅히 분명하게 살펴야 한다. 너는 몸을 곧 땅이라 하겠는가, 물이라 하겠는가, 불이라 하겠는가, 바람이라 하겠는가, 알음알이[識]라 하겠는가, 공(空)이라 하겠는가?
이와 같이 낱낱이 이 몸은 어떠한 요소로부터 일어나고 어떠한 요소로부터 흩어지는가를 분명히 관하라.
여섯 가지 요소[六大]에는 주인이 없고, 몸도 역시 무아(無我)이다.
네가 어찌 야차를 두려워하겠는가. 너의 심상(心想)이 오지만 오는 곳이 없고 가지만 이르는 곳이 없음과 같이, 야차를 보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다만 뜻을 편안히 하여 앉아라. 설사 야차가 와서 너를 때리면 환희하고 참고 받아서 무아(無我)를 분명하게 관하라. 무아의 법 중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의 생각이 없다.
다만 마땅히 바른 마음으로 결가부좌를 하라. 부정(不淨)과 야차를 분명히 관하여 하나를 지어 이루면 또 마땅히 둘을 지어라. 이와 같이 점차적으로 해서 나아가 무량하고, 낱낱이 분명하게 관하여 모두를 분명하게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관박피부정법(觀薄皮不淨法)을 잘 받아 지니어 삼가 잊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이 이루어진 때를 '다섯 번째 관박피부정법(觀薄皮不淨法)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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