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요법경

[스크랩] 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 15. 후피충취관(厚皮蟲聚觀)

수선님 2018. 9. 9. 13:27

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 15. 후피충취관(厚皮蟲聚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면 또 마땅히 다시 오른쪽 다리의 엄지발가락 위에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마땅히 다리의 엄지발가락을 분명히 관하되 다리를 부풀어오르게 한다. 다리에서 머리까지 이른다. 바람을 불어넣은 가죽 주머니와 같이 부풀어올라 새까맣게 되고 푸른 어혈은 견디기 어려우며, 그 안에 가득 찬 백충(白蟲 : 寸白蟲)은 멥쌀의 낱알과 같다. 벌레에는 네 개의 머리가 있고 꿈틀거리면서 서로 찧고 다시 서로 쪼아먹는다.

 

피부와 살과 골수에는 모두 온갖 벌레가 생기고, 모든 오장(五臟)을 벌레가 다 먹어버리고, 오직 두꺼운 가죽만이 그 뼈의 밖에 있다. 그 가죽이 두껍고 얇기는 마치 누인 명주[繒練]와 같다. 온갖 벌레가 들고나서, 마치 대나무 잎을 뚫은 것과 같고, 안팎으로 이어서 그 가죽을 뚫고자 한다.

 

눈 속은 종기가 심하게 화끈거리고, 무수한 벌레가 있어 눈을 뚫고 나오려 하고, 눈두덩 사이로 나온다. 몸의 아홉 구멍도 또한 이와 같다. 모든 벌레는 이때, 두꺼운 가죽에서 나와 얇은 가죽 속으로 들어가고, 가죽은 마침내 다 뚫리어 벌레가 모두 땅에 떨어진다. 그 수는 숱하게 많아서 헤아릴 수가 없다.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를 짓고, 마치 벌레의 산과 같고, 수행하는 자의 앞에 있으면서 다시 서로 쪼아먹고, 혹은 서로 휘감는다.

 

이 때 수행하는 자는 숱하게 많은 벌레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생각을 집중하여 하나의 벌레를 분명히 관해야 한다. 이 하나의 벌레로 하여금 모든 벌레를 다 쪼아먹게 하고, 이미 벌레를 쪼아먹은 뒤에는 하나의 벌레만이 홀로 있게 된다.

 

그 마음은 점차로 크게 되어, 그 하나의 벌레를 봄에 크기가 개와 같아서 신체는 괴롭고 둔하며, 코는 굽어서 뿔과 같아 수행하는 자의 앞에서 냄새를 맡으며, 그 눈은 새빨갛게 되어 불타는 무쇠의 구슬과 같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매우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여, 마땅히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나의 몸은 어찌하여 홀연히 이러하고, 이와 같은 일을 짓는가. 조금 전에 온갖 벌레를 보니 다시 서로 쪼아먹었고, 지금 이 벌레를 보니 형체가 추악한데, 어찌 매우 두려워할 것인가.'


이 생각을 이룰 때, 마땅히 스스로 몸을 관하여야 한다. 나의 이 온갖 벌레는 본래 없는 것으로서 지금은 있다. 이미 있지만 도리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不淨)은 심상(心想)에서 생긴다. 오지만 오는 곳이 없고, 가지만 이르는 곳이 없다. 또한 이는 내[我]가 아니며, 또 이는 남[他]도 아니다.

 

이와 같은 몸은 여섯 가지 요소[六大]가 화합(和合)한 인연으로 이를 이룬다. 여섯 가지 요소가 흩어져 없어지면 몸도 역시 항상함이 없다. 앞에서는 온갖 벌레가 오나 쫓아오는 곳이 없었고, 가도 이르는 곳이 없었다.

 

나의 몸은 벌레의 쌓임으로서 마땅히 무슨 실(實)이 있겠는가. 벌레도 또 주인이 없고 나도 또한 내가 없다. 이러한 사유(思惟)를 할 때, 벌레를 보는 눈은 마땅히 점차적으로 작아져야 한다. 이 일 보기를 마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고르고 기뻐서 활연히 안락해짐이 전보다 몇 배를 더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즐겨 이 후피충취관법(厚皮蟲聚觀法)을 받아 지니고 삼가 잊어버리지 말라."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면 '여섯 번째 후피충취관(厚皮蟲聚觀)이 끝났다'라고 이름한다.

 

 

 

 


출처 : 무인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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