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방온(龐蘊)거사가 약산(藥山)을 하직하니, 약산이 여남은 선객들에게 산문 밖까지 전송하라고 해서 함께 나가다 거사가 펄펄 내리는 눈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방온(龐蘊)거사가 약산(藥山)을 하직하니, 약산이 여남은 선객들에게 산문 밖까지 전송하라고 해서 함께 나가다 거사가 펄펄 내리는 눈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좋은 눈(好雪)이로다. 눈송이 송이가 딴 곳에는 떨어지지 않는구나.”
그 때 전(全)이라는 선객이 말했다.
그 때 전(全)이라는 선객이 말했다.
“그러면 어디에 떨어집니까?”
거사가 한 번 때리니 전 선객이 말했다.
거사가 한 번 때리니 전 선객이 말했다.
“거사는 경솔히 굴지 마십시오.”
“그대는 그러고도 선객이라고 불리는가. 염라대왕이 그대를 놔 주지 않을 걸세.”
“거사는 어떠하십니까?”
거사가 다시 한번 때리고 말했다.
“그대는 그러고도 선객이라고 불리는가. 염라대왕이 그대를 놔 주지 않을 걸세.”
“거사는 어떠하십니까?”
거사가 다시 한번 때리고 말했다.
“눈으로 보지만 소경 같고, 입으로 말하나 벙어리 같구나.”
염·송·어
설두현(雪竇顯)이 송했다.
염·송·어
설두현(雪竇顯)이 송했다.
“눈 덩어리로 치고, 눈 덩어리로 치니
방노(龐老)의 기개를 잡을 수 없도다.
하늘과 인간에 아는 이 없으니
귀와 눈의 소식 끊겨 소슬하도다.
소슬함이여, 달마라도 이를 분별키 어렵도다.”
황룡청(黃龍淸)이 눈을 비는 법회(祈雪法會)에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방공의 솜씨가 바로 끊겨서 감당하기 어려우니, 낯을 부딪치고 달려올지라도 이글거리는 화로 위의 한 점 눈과 다르지 않도다. 지금 누군가가 보았는가? 만일 보았다면 보현의 참되게 머무는 곳에 깊이 들어가 본래 오월이면 녹으리니 녹일 필요가 없거니와 만일 보지 못했다면 목숨을 걸고 기도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염불하라.”
감상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어 눈 오기를 비는 기설법회(祈雪法會)가 있었나 보다. 방 거사와 전 선객이 헤어지던 날은 엄청난 눈이 내렸으리라. 많은 눈이 내릴수록 눈송이는 탐스럽게 커지고, 그 눈송이들이 지상에 떨어지는 것은 마치 제 자리를 찾아 떨어지는 것같이 느껴진다.
방 거사가 보았던 것은 단순히 눈 내리는 풍경이 아니다. 탐스런 눈송이가 제자리를 찾아 떨어지면서 펼쳐지는, 눈 덮인 세상은 ‘평등무차별’의 세계를 보여준다. 흰 눈으로 뒤덮인 은세계 전체를 장엄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눈송이 하나하나가 마치 무차별의 세상을 점지하듯이 제 자리를 찾아 떨어지는 풍경을 연상해 보라.
전 선객은 이 신비롭고 장엄한 풍경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눈으로 보아도 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어찌 선객이랴.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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