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분주(汾州) 무업(無業) 선사가 학인들의 질문을 받으면 흔히 “망상을 부리지 말라”고만 하였다.
염·송·어
지문조(智門祚)가 송했다.
“마조가 분주의 한 가닥을 내니
망상이 우뢰 같아서 구주(九州)에 퍼졌도다.
참선하되 납자의 안목이 없다 하면
거의가 바다에서 뜬 거품을 찾으리.”
숭승공(崇勝珙)이 송했다.
“분주가 망상을 말라 하니
배가 가려면 물이 많아야 된다.
오는 이 모두가 재주를 자랑하나
몇이나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가!
가려운 곳 긁어줌이 망상이라.
구덩이에 빠져들어 땅을 치는 메아리라,
범을 쏘는데 천 균의 쇠뇌(弩)를 당길 줄 모르면서
큰 공을 세우면 상을 받으라 말만 하네.”
자수(慈受)가 상당하여 말했다.
“옛날 분양(汾陽)화상은 스님이 오는 것을 보기만 하면 ‘망상을 말라’ 하고, 묻기만 하면 또 ‘망상을 말라’ 하니, 감원(監院)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화상의 불법은 꼭 한 마디뿐이니, 이제부터는 그만 두십시오’ 하였다.
그로부터 분양은 누구를 보기만 하면 ‘그만두라’ 했으니, 옛 사람을 배우려는 것은 아니나, 그의 들은 바가 얻은 바보다 나은 까닭에, 말을 화려하게 하지 못하고 견해를 감히 짓지 않았다. 딱 무찔러 그대들에게 말하기를 ‘망상을 그만두라’ 하나,
여러분 그만 두었는가? 여러분이 매일 눈을 떠서부터 눈을 감기까지 하는 일, 짓는 일이 망상 아닌 것이 없고,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것까지도 망상이라, 망상이 한번 일어나면 뒤바뀜이 만 가닥이라, 번뇌의 문을 활짝 열어 청정한 세계를 어지럽힌다.”
감상
망상은 번뇌의 문이며, 청정한 세계를 어지럽히는 번뇌의 근원이다. 망상의 근원을 알면 부처를 구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근원도 모르고 망상을 끊을 수 있는 것인가. 중생의 고통을 망상으로부터 비롯된다. 무업선사는 이를 한 마디로 집약한 것이다.
숭승공은 이에 대해 비판적이다. 천 균의 쇠뇌를 당길줄 모르면서 어떻게 범을 잡을 수 있겠는가. 무업선사가 한 말은 두 가지이다. “망상을 부리지 말라.” 그리고 “그만두라.”가 그것이다. 이 간명한 두 마디 말에서 ‘망상을 끊지 못하면 그만두라’는 하나의 문장이 성립된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무업선사의 말은 가려운 곳이나 긁어주다 마는 경우가 아니다.
무업의 말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망상을 끊어 청정의 문을 열지 못하면 누구나 번뇌의 바다에서 헤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숭승공은 이에 대해 비판적이다. 천 균의 쇠뇌를 당길줄 모르면서 어떻게 범을 잡을 수 있겠는가. 무업선사가 한 말은 두 가지이다. “망상을 부리지 말라.” 그리고 “그만두라.”가 그것이다. 이 간명한 두 마디 말에서 ‘망상을 끊지 못하면 그만두라’는 하나의 문장이 성립된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무업선사의 말은 가려운 곳이나 긁어주다 마는 경우가 아니다.
무업의 말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망상을 끊어 청정의 문을 열지 못하면 누구나 번뇌의 바다에서 헤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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