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석공(石鞏) 혜장(彗藏)선사가 사냥꾼으로 있을 때 사슴을 쫓아 마조의 암자 앞을 지나다가 물었다.
석공(石鞏) 혜장(彗藏)선사가 사냥꾼으로 있을 때 사슴을 쫓아 마조의 암자 앞을 지나다가 물었다.
“나의 사슴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이에 마조가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저는 사냥꾼이올시다.”
“그대는 활을 쏠 줄 아는가?”
“예, 압니다.”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는가?”
“화살 하나로 한 마리씩 잡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활을 쏠 줄 모르는구나.”
“화상께서는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습니까?”
“나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쏜다네.”
“피차가 생명을 가졌거늘, 어찌하여 잔인하게 한 무리씩이나 잡습니까?”
“그렇다면 어찌하여 그대는 자기를 쏘지 않는가?”
“저에게 자기를 쏘라하시지만 저는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에 다시 마조가 말하였다.
“이 사람의 여러 겁(劫)에 쌓인 무명이 오늘에서야 활짝 벗어지는구나.”
이 말을 듣자 석공은 칼을 빼어 머리채를 끊고 암자에 머물러 마조를 시봉했다.
염·송·어
법진일(法眞一)이 송했다.
“사슴을 쫓아 마조의 암자를 지나는데
스스로를 쏘라는 말에 미친 기운 쉬었네.
손 쓸 곳 아주 없음을 돌이켜 관찰하니
천 리를 바람 쫓다가 돌아갈 길 찾았네.”
설두현(雪竇顯)이 염했다.
설두현(雪竇顯)이 염했다.
“마대사가 한 화살로 한 무리를 쏜다니, 손길 따라 쏘는 짓 무슨 소용이 있으랴? 오히려 석공이 한 화살에 한 마리를 쏘는 것이 도리어 좋은 솜씨다. 설두가 오늘 옛사람의 솜씨를 본떠서 한 화살을 쏘리라”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화살을 봐라”하고 다시 말하되 “맞았구나” 하였다.
취암지(翠岩芝)가 염했다.
“마조가 한 화살로 한 무리를 쏜다는 것은 좋은 솜씨가 아니다. 나의 한 화살은 고물고물하는 생명을 몽땅 쏴서 맞추지 못하는 것이 없다. 비록 그러하나 겨우 반밖에 말하지 못했다. 다시 반쪽이 있으니, 여러분이 말하도록 남겨 두노라.”
감상
마조와 석공의 만남은 예수와 베드로의 만남을 떠올리게 한다. 어부였던 베드로에게 사람 잡는 어부가 되라고 한, 예수의 명언이 어찌 기독교에게만 통할 것인가. 자기 자신을 쏘라는 말에 석공은 마조의 말뜻을 알아차린다.
설두의 염은 반어이다. 자기 자신을 쏘는 법을 학인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말로 쏘는 화살은 말이 다하는 곳에서 지금 그대를 향해서 날아간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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