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스크랩] 간경 수행과 선

수선님 2018. 9. 16. 11:27

 

간경 수행과 선

 

 

心眼느껴야 비로서 깨달음 얻어

 

경전 구절을 일심의 상태에서 독송하다며 보면 삼매를 체험하게 되고 그 삼매 속에서 부처님 말씀을 온 몸과 마음으로 깊이 받아들여 지혜를 드러내기 때문에 간경과 선 체험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경전을 바탕으로 선에 들어가는 것을 능엄선(楞嚴禪), 화엄선(華嚴禪), 법화선(法華禪) 등으로 부른다. <능엄경>을 바탕으로 하면 능엄선이며 <화엄경>을 바탕으로 하면 화엄선인 것이다.

 

경전이나 어록에서 나타난 깨달음의 사례를 조사해 보면 부처님 말씀이나 조사님 말씀을 듣고 곧바로 깨달은 경우가 가장 많다. 초기 경전을 보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열려 깨달은 연 많은 인연을 접하게 된다. 조사선을 실질적으로 정립한 육조 혜능스님도 <금강경>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심안이 열려 깨달았다. 혜능스님 외에 중국의 역대 조사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선사들도 스승의 한 말씀을 듣거나 선문답을 정리한 어록을 보다가, 혹은 경전을 읽다가 깨쳤다. 대표적인 예로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육조단경> <화엄경>, 그리고 대혜스님의 <서장>을 보고 깨달아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린다.

 

부처님 말씀이나 조사 스님들의 말씀을 듣자마자 깨치는 것을 언하변오(言下便悟)라 한다. 조사선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 언하변오에 있다. 말씀을 듣자마자, 경전 구절을 보자마자 깨치는 것이 깨달음의 진수다. 그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치지 못하므로 “그것이 무엇일까?”하고 의심하는 것이 화두다. 화두 의심이다.

 

 

 

경전 독송 통해 번뇌 살피고

간경수행으로 발심 유도해야

부처님 말씀을 정리해 놓은 경전이나, 조사스님의 말씀을 모아놓은 어록이나 모두 깨달은 사람의 말씀이다. 그 말씀에는 그분들의 삶의 핵심과 생명이 담겨 있다. 우주의 본질과 이치가 새겨져 있다. 따라서 마음이 열려 우리가 분별과 시비를 하지 않고 투명한 눈으로 보고 듣는다면 우리도 그 깨달음의 세계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간경하다가 막히는 구절을 만나, 그것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그것을 화두로 삼아 정진한다면 간경 수행과 간화선 수행을 병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전 속에서도 우리는 화두의 실마리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능엄경>에 나오는 ‘청정본연한데, 어째서 산하대지가 생겼을까’를 의심해 나갈 수 있다. 이 세계가 자연 그대로 청정하고 완성되어 있는데, 어찌하여 산이 생기고 냇물이 흘러가고 땅이 버티고 앉았냐는 말이다.

 

 

조사어록을 보고 정말 왜 조사스님 그렇게 말했을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하면서 간절히 의심해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머리로 분별하고 헤아려 이해하고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에 머물러 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어록 구절에서 말하고 하는 조사스님의 비의(秘義)를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려고 마음을 사무치게 기울이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간경을 통해서 발심을 촉발할 수 있다. 선 수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발심이다. 발심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경전을 보고 좌선을 한들 그것은 간절한 하나의 물줄기를 형성하지 못한다. 장애나 유혹이 오면 쉽사리 무너지기 마련이요, 하기 싫은데 억지로 노력하는 꼴이어서 심신도 평화롭지 못하고 병통을 유발하기 쉽다. 그런데 경전이나 조사어록 혹은 그 밖에 선지식의 말씀을 담은 가사 등을 온 마음을 기울여 읽다보면 마음에 울림이 오고 마음을 수행의 바다로 끌어 들이는 강력한 힘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경허스님의 참선곡을 독송하다 보면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고 발심하여 화두를 들어야 하는 이치와 그 방법을 마음속에 새기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수백 번 경전을 읽어 인과를 알고 그 속에서 번뇌망상을 보고 본래 자성을 깨달아야겠다는 마음을 내게 되면 간경 수행을 통해 내면의 평화는 물론 발심의 유도에도 큰 도움을 준다. 물론 간경 그 자체만으로도 경전 말씀의 진실상을 그 자리에서 체득하여 깨달음에 이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간경과 선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간경을 통해 발심을 촉발하기도 하고 간경 삼매의 선 체험으로 몰입할 수도 있으며 그 자리에서 경전 말씀에 곧바로 깨달아 마음을 크게 쉬기도 하는 것이다.

 조계종 포교연구실

 

[불교신문 2375호/ 11월10일자]

출처 : 미주현대불교
글쓴이 : 파란연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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