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약산(藥山)에게 낭주(朗州) 자사(刺史) 이고가 물었다.
약산(藥山)에게 낭주(朗州) 자사(刺史) 이고가 물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선사가 손으로 위 아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선사가 손으로 위 아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알겠는가.”
이고가 대답했다.
이고가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선사가 말했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안에 있느니라.”
이 말을 듣고 이고가 다음의 게송을 지어 바쳤다.
“몸을 연마하여 학같이 되었는데
천 그루 솔 밑에 두어 권의 경이로다.
내가 와서 도를 물으니 말씀없이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 하네.”
염·송·어
대홍은(大弘恩)이 송했다.
이 말을 듣고 이고가 다음의 게송을 지어 바쳤다.
“몸을 연마하여 학같이 되었는데
천 그루 솔 밑에 두어 권의 경이로다.
내가 와서 도를 물으니 말씀없이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 하네.”
염·송·어
대홍은(大弘恩)이 송했다.
“길거리에서 만났건만 서로 알지 못하니
구름과 물, 유유하여 일정한 자취 없도다.
그대 비록 부귀하여 백천 가지 있다 하더라도
나의 집 가난하여 아무 것도 없는 것과 같을 수 있으랴!”
천음각(天音覺)이 송했다.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다니
몇 사람이나 저울 눈자리를 잘못 알았던고!
약산이 여덟 팔자로 활짝 열어 놓았으니
지금껏 그 이야기 세상에 더했네.”
자항박(慈航朴)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약산이 이렇게 보여주었고, 상국(相國)이 그렇게 대꾸했으니, 가히 꿰뚫어 보기에 사사로움이 없고, 상대하여 드날림에 표준이 있다 하겠으나, 점검하여 보건대 마치 비추기는 하나 작용하지 못하는 것 같도다.”
감상
낭주 자사 이고가 약산을 뵈러 왔을 때, 그는 학같이 늙어 고결해 보였고, 소나무 아래에서 두어 권 경전을 읽고 있었을 것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신선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고는 ‘도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고, 당시의 권력가인 이고의 질문에 약산은 동문서답처럼 하늘과 땅을 손으로 가리켜 보였다. 부처님이 태어났을 때 보인 것과 유사한 몸짓이다. 이고는 당황했을 것이고, 알겠는가 물어보는 약산에게 ‘모르겠습니다’라고 답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약산의 답이 아주 평범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구름이 하늘에 있고, 물이 물병 안에 있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다 아는 일이다. 이고는 약산의 충격요법에 의해 그 나름의 깨달음이 있어 약산에게 게송을 지어 바쳤고, 이 이야기는 세간에 널리 퍼져나갔다. 이고의 게송은 잘 살펴보면, 자항박의 말대로 비추기는 하나 작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고가 약산의 구름과 물을 다 꿰어 차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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