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찾아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어떻게 해야 공덕이 밤낮으로 항상 증장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죽은 뒤에도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습니까? 원컨대 저를 위해 그 방법을 일러주십시오.”
“젊은이여, 공덕을 짓고자 한다면 동산에 과일나무를 심으라. 그러면 나무에는 그늘이 많고 시원하여 여러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으니 훌륭한 공덕이 될 것이다. 다리를 놓거나 배를 만들어 강을 건너게 해주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또 배고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복덕의 집을 짓고 보시를 하거나 우물을 파서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풀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객사를 지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쉬게 하는 일도 매우 훌륭한 일이다. 이렇게 하면 그 공덕은 밤낮으로 자랄 것이다. 만약 그대가 천상에 태어나기를 원한다면 법답게 정해진 계율을 지키라. 그러면 그 인연으로 천상에 태어나게 되리라.”
젊은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랜만에 훌륭한 스승을 뵈옵고 완전한 가르침을 배웠나이다. 이제 일체의 두려움을 버리고 이 세상의 갈애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잡아함 36권 997경 《공덕증장경(功德增長經)》
부처님이 여기서 적시한 내용을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각종 사회복지 사업에 해당된다. 배고픈 사람을 위해 복덕의 집을 지으라는 것은 대량실업의 시대에 실직자를 위한 음식 나누기를 하라는 것이고, 객사를 지어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라는 것은 노숙자를 위한 숙소제공과 같은 사업을 하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유명한 고승인 서산 대사는 이러한 가르침을 널리 펴기 위해 ‘회심곡(回心曲)’이라는 노래를 지어 보급하기도 했는데 그중 일 절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선심하랴 발원하고 인간세상 나아가서
무슨선심 하였는가 바른대로 아뢰어라.
배고픈이 밥을주어 아사구제 하였는가.
헐벗은이 옷을주어 구난공덕 하였는가.
좋은곳에 집을지어 행인공덕 하였는가.
깊은물에 다리놓아 월천공덕 하였는가.
목마른이 물을주어 급수공덕 하였는가.
병든사람 약을주어 활인공덕 하였는가.
높은산에 불당지어 중생공덕 하였는가.
좋은밭에 원두심어 행인해갈 하였는가.
가사의 내용은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염라대왕의 공초를 받을 때의 장면이다. 이런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악도에 떨어진다는 것이 이 노래의 주제다. 이 같은 노래로 민중을 선도하는 것말고도 실제로 불교에서는 이 노래에서 적시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실천하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려 때는 여행자를 위한 숙박시설인 대비원,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의료시설인 광혜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월천공덕(越川功德)을 짓기 위해 많은 다리도 놓았다. 지금도 남아 있는 옛날의 돌다리는 모두 스님들이 손수 놓은 것들이다. 산길을 가다 보면 누군가가 파놓은 우물을 볼 수 있다. 스님들이 길을 가다가 목마른 사람이 있으면 마시고 가라고 파놓은 우물이다.
최근에도 불교계는 양로원, 고아원, 사회복지관 같은 것을 운영하면서 각종 사회복지 사업을 활발하게 펴고 있다. 매우 잘하는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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