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되새기기

[스크랩] 재산을 관리하는 방법

수선님 2018. 9. 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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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찾아와 세속에 사는 사람이 돈을 벌고 재산을 관리하는 법을 물었다.


“부처님,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까? 또 어떻게 하면 재산을 잘 관리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은 그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우선 일을 잘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재물을 모으게 되면 그것을 넷으로 쪼개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즉 한 무더기로는 먹고 사는 데 쓰고, 두 무더기로는 생업을 위해 이윤을 얻는 일에 쓰고, 나머지 한 무더기는 곤궁할 때를 대비해 저축해 두는 것이 좋다.


생업을 위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일에는 여섯 가지 직업이 있다.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거나 목축업을 하거나 세를 놓아 이익을 구하거나 건축을 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직업에 힘을 다해 열심히 일하면 돈을 모아 안락하게 살아 갈 수 있으리라. 이렇게 재물을 구한다면 모든 물이 바다로 모이듯, 꿀벌이 꿀을 모으듯 재산이 불어날 것이다.


재산이 불어나면 자연히 사람도 많이 모여들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람들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의 그늘에 사람이 모여들면 그들을 친형제처럼 거두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이익을 골고루 나누어 주면 목숨이 다한 뒤에는 천상에 태어나 즐거움을 누리게 되리라.”


잡아함 48권 1283경 《기능경(技能經)》

 

얼핏 생각하면 불교는 세속의 경제생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출가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무소유를 강조하지만 재가자들의 경제생활에 대해서는 부(富)와 이익의 창출을 위해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처님이 세속적 경제생활에 대한 언급 가운데 백미를 이루는 것이 이 경전이다. 여기서 요약 제시된 경제생활의 원칙은 불교 경제사상의 핵심이라 해도 무방하다.


부처님은 첫째로 재산을 모으기 위해서는 훌륭한 기술과 기능을 먼저 익혀야 할 것을 강조한다. 농사를 짓든 장사를 하든 무엇을 하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냐 비전문가냐가 중요하다.


둘째는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으름은 모든 일에서 타락과 패망의 지름길이란 것이 부처님의 한결같은 가르침이다. 어떤 경전에 보면 도박이나 유흥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신신 당부하고 있다. 셋째는 재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라는 것이다. 재산이 조금 모였다고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을 한다든지 낭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지적은 기억해 둘 만하다. 이 경에 따르면 1/4은 먹고 사는 데 사용하고, 1/4은 곤궁에 대비해 저축하고, 나머지 2/4는 생업을 위해 재투자하는 데 쓰라고 한다. 현대의 경제이론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원칙이다.


넷째는 어느 정도 재물이 축적되면 이웃에게 베풀라는 것이다. 재산을 모으는 것은 축재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서다. 따지고 보면 내가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이 있었다. 따라서 그들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것은 가진 사람들의 의무다. 요즘 말로 하면 보시란 곧 경제적 부의 사회적 환원이기도 하다.


이 경전을 읽다 보면 부처님은 2600년 전에 어떻게 우리 사회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전문가 뺨치는 조언과 분석을 하고 있는지 놀랄 정도다. 특히 곤궁해질 것을 대비해 수입의 1/4을 저축하라는 말씀은 한때의 호황을 믿고 낭비하다가 IMF시대를 맞은 우리에게 큰 반성을 하게 한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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