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라자가하의 죽림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오후 비구들은 공양을 끝낸 뒤 식당에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날의 화제는 참으로 다양했다. 무슨 이야기 끝에 정치 얘기가 나오자 이어서 전쟁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또 누군가가 재물에 관한 얘기를 하자 이번에는 도둑에 관한 얘기가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가는 사업에 관한 얘기가 이어졌으며 다음에는 옷에 관한 얘기로 옮겨 갔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남녀간의 사랑에 관한 데로 화제가 옮겨 갔다. 이렇게 계속된 세속적인 화제는 서너 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 몰랐다.
그때 부처님은 식당 건너편에 있는 나무 아래서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었다. 부처님은 비구들의 얘기 마당이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음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곁으로 갔다.
“지금 그대들은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나누고 있는가?”
비구들은 지금까지 했던 얘기의 대강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조용히 타일렀다.
“수행자는 그런 일에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이야기는 아무리 많이 해도 바른 이치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반을 향하는 데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수행자들은 언제나 진리를 깨닫고 열반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되는 법담(法談)만을 나누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차라리 성스러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다.”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부끄러워하면서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잡아함 16권 411경 《논설경(論說經)》
사람이 언제까지나 주먹을 꽉 쥐고 살 수는 없다. 손은 적당히 펴고 사는 것이 편하지 주먹을 쥐면 힘이 들어 금방 지치고 만다. 출가자도 사람인데 언제나 엄숙하고 경건한 모습만을 강요하는 것은 좀 무리다. 만약 부처님이 말씀하신 뜻이 이런 것이라면 죄송하지만 여기에는 쉽게 승복하기 힘들 것 같다. ‘사람이라면 조금은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건의라도 해보고 싶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사실 출가자가 약간의 여가와 휴식을 갖는 것은 부처님도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중도(中道)의 길’이란 바로 적당한 휴식을 포함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이 나무랐던 것은 무엇인가. 부처님이 이 경에서 가르치신 것은 반드시 그렇게 엄숙하라기보다는 출가자의 화제로 적절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리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휴식도 좋고 담소도 좋지만 적절치 못하거나 점잖치 못한 것은 피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여자 문제 같은 것은 아무리 휴식 시간에 나온 화제라도 품위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 가르침은 출가자가 아닌 재가자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사람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곧잘 남의 일에 간섭도 하고 어떤 때는 본의 아니게 시비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 신사숙녀가 입에 올릴 화제로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도 늘 고려가 있어야 한다. 굳이 고담준론(高談峻論)이나 법담은 아닐지라도 상관없는 일에는 관심을 덜 갖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나서지 않으면 최소한 과오는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전 되새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좋은 친구 나쁜 친구 (0) | 2018.09.30 |
---|---|
[스크랩] 어떤 사람과 친해야 하나 (0) | 2018.09.30 |
[스크랩] 친족을 엄격하게 다스리라 (0) | 2018.09.23 |
[스크랩] 재산을 관리하는 방법 (0) | 2018.09.23 |
[스크랩]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가 (0) | 2018.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