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이야기

[스크랩] 술박가 존자의 출가

수선님 2018. 10. 7. 12:44
 

                                         술박가 존자


 술박가 존자는 처음부터 불교도는 아니었다.

 그는 도행이 아주 훌륭한 바라문 교도였는데 어떤 사람한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부터 석가모니 부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루는 술박가 존자가 잘 아는 친구를 길에서 만났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석가모니란 사람 알고 있지? 그 사람 키가 십육 척이나 된대.”

 술박가 존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래, 자네도 생각해보게. 키가 십육 척이나 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말 같은 말을 해야지. 그런 엉터리 말을 믿다니 자네도 참........ .”

 그러자 그 친구는 화를 냈다. 

 “정말이래두. 보는 사람마다. 다들 놀랐다고 하잖아! 정 그렇게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가 봐!”

 “십육 척이면 인간 장대인데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난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술박가 존자는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거짓말을 할 만한 친구도 아닌데...... . 그래, 내가직접 가봐야겠다!’

 술박가 존자는 대나무 숲으로 가서 십육 척이 되는 긴 대나무 한 그루를 베어석가모니 부처를 찾아갔다.  

 “석가모니 부처의 키가 십육 척이라는데 믿을 수 없군요. 내 눈으로 직적 보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조금은 당돌하게 보이는 술박가 존자를 석가모니 부처님은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그대가 내 키를 재어 보겠다고? 그럼 어서 재어 보아라.”

 술박자 존자는 곧 키를 재어 보지 않고 멈칫거렸다.

 석가모니 부처가 다시 말했다.

 “자, 무얼 하느냐? 내가 바로 설 테니 어서 재어 보아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술막가 존자는 대나무 장대를 석가모니 부처님의 등 쪽에 갖다 대었다. 그러고는 깜짝 놀랐다.

 ‘이건 분명 십육 척짜리 장대인데 ....... .’

 이상하게도 석가모니 부처의 키와 장대를 견주어 보니 장대가 조금 모자랐다.

 술박가 존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번에는 사다리 하나를 구해 왔다.

 그리고 사다리 위에 올라가 다시 석가모니 부처의 키를 재어 보았지만 그래도 장대가 조금 모자라는 것이 아닌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야!’

 술박가 존자는 열 번이나 다시 재어 보았지만 역시 마찬 가지였다.

 ‘분명 십육 척이야. 아니 그 보다 더 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야!’

 승복한 듯 고개를 떨 구고 부끄러워하는 술박가 존자를 보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래, 직접 보고 나니 어떠냐?”

 술박가 존자는 그 말에 더욱 몸둘바를 몰랐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과연 부처님은 대단한 분이야. 지금까지 듣던 대로야. 과연 이 세상에서 부처님을 따를 자가 없겠어.’

그 때 석가모니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내 키를 재어 보고 확인했으니 가서 사람들에게 그렇더라고 전해라.”

 “예, 예. 그런데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그래 또 뭔가?”

 술박가 존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싶다고 간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자비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가는 바로 고행이라 끝까지 참고 수행해야만 깨우침을 얻을 수 있어.”

 “예 명심하겠습니다.”

 술박가 존자는 석가모니 부처님께 정성을 다해 큰절을 올렸다.

 그리하여 출가를 하게 된 술박가 존자는 칠년 동안 뼈를 깎는 수행을 하여 결국 아라한이 되었다.

 술박가 존자는 바라문 교도였다가 석가모니 부처를 믿게 되어 수행 끝에 도를 깨우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칠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키를 잴 때 썼던 그 대나무 장대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 장대로 키를 재었던 곳으로 갔다.

 술박가 존자는 장대를 높이 들고 말했다.

 “만약 불법이 변하지 않는 진리라면 칠 년 동안 바짝 말라 있던 이 대나무 장대에 다시 뿌리가 내리고 새잎이 돋아 뒷날 사람들에게 영원한 증표가 될 것이다!”

 술박가 존자는 말을 마치고 그 대나무 장대를 땅바닥에 푹 꽃았다.

 잠시 뒤, 과연 그 대나무 장대는 갑자기 푸른빛이 돌기 시작하더니 잎이 돋고 주위에 죽순이 수도 없이 쑥쑥 솟아올랐다. 

 ‘과연 믿음이 헛되지 않았구나! 위대하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시여, 저는 불법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곳은 대나무 숲을 이루었다.   

 이곳이 오늘의 계족산 동북쪽에 있는 죽림이다.

 처음에는 대나무 장대하나로 이루어진 대숲이라 하여 ‘장림’ 이라 불렀는데, 뒤에 그 대나무 숲을 ‘죽림’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출처 : 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