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이야기

[스크랩] 반탁가 존자와 주리 반탁가

수선님 2018. 10. 14. 12:33
 

                                                         반탁가 존자


 ‘반탁가 존자’는 ‘주다반탁가 존자’의 형으로, 열 번째 아라한인데 13.00명의 제자와 함께, ‘삼십삼천’에 살면서 불법을 탐구했다. 삼십삼천은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어머니께서 살고 계시는 ‘도리천’이다.

 반탁가 존자의 어머니는 원래 인도 ‘왕사성’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딸로 자기 집 남자 종을 무척 사랑하여 다른 귀족 총각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눈치 챈 아버지가 딸을 무척 꾸짖었다.

 “안돼! 절대로 안 돼! 천한 종놈과 귀한 내 딸을 결혼시킬 수 없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하지만 딸은 그 종이 아니면 죽어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버티었다.

 “아버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합니다. 귀족의 어디 있고 종이 어디 있습니까? 다만 돈이 없어 남의 집 일을 하다 보니 종이 되었을 뿐이지 본래 천한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귀족 남자와 무엇이 다릅니까? 얼굴이 못생겼습니까? 몸이 건강하지 않습니까? 어디 한 군데 나무랄 데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저희 결혼을 반대 하십니까?”

 “우리 같은 귀족은 종과 결혼할 수 없다고 했잖아! 너는 잘 몰라도 귀족과 종은 원래 다르게 태어났어,.‘하늘과 땅’ 같이 서로 어울릴 수 없어.”

 아버지는 둘의 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딸은 되자 종과 함께 몰래 집을 떠나 다른 지방으로 가서 가정을 이루었다.

 그 곳에서는 아무도 둘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편하게 살 수 있고 서로가 사랑하기에 낯선 곳의 생활도 무척 행복하기만 했다.

 얼마 안 가 둘은 아이를  갖게 되었다.

 인도에서는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는 꼭 친정으로 돌아가서 낳는 풍습이 있었는데 딸은 아버지가 그렇게 반대하는 종과 몰래 집을 나왔기에 감히 친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음만 졸였다.

 ‘어떻게 하지? 곧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집으로 돌아갈 수 도 없고......

하루하루 걱정만 쌓여 갔다.

 “일 주일쯤 지나서 다시 봅시다!”

 남편은 말만 그렇게 할 뿐 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하루하루 배는 불러 오고 마음은 마른 나무 타듯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하루 , 이틀 , 사흘.....날짜를 세는 일만큼 괴로운 일도 없었다. 돌아가면 호되게 꾸중을 들을 것이 뻔하고 안 가자니 이웃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고.... .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드디어 아이 낳을 날짜가 다가와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딸인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나?’

 결국 어머니가 있는 친정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부잣집 같으면 가마를 타고 하녀를 몇 명 거느리고 친정에 아이를 낳으러 가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어 혼자 먼 길을 걸어서 가야 했다.

 그런데 집을 떠나 얼마 안 갔을 때 갑자기 배가 아파 오기 시작하더니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것도 내 운명인가 봐!.

 딸은 결국 친정집에 도착하지 못하고 길가에서 아이를 낳았다. 생각해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오히려 더 가깝고 편할 것 같아 갓난아기를 안고도로 집으로 갔다.

 큰길가에서 낳은 아이,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반탁가’로 부르기로 했다.

 다시 오 년이 지났다. 반탁가의 어머니는 아이를 가졌는데 역시 지난번처럼 갈까말까 머뭇거리다 이번에도친정으로 가던 도중 길가에서 아이를 낳았다.

 두 번째 아이는 작은 길가에서 낳았다고 ‘주다반탁가’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런데 반탁가네 집은 점점 생활이 어려워져 밥조차 먹기 힘들었다.

 ‘이러다간 아이들까지 굶어 죽겠다.’

 어른이 굶는 건 그렇다 손치더라도 아이들이 굶는 것은 차마볼 수 없어 반탁가의 어머니는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집으로 갔다. 종과 도망쳤던 딸이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문 밖까지 나와 대문 안으로는 한 발도 들여 놓지 못하게 했다.

 “나는 너 같은 딸을 둔 적이 없다. 어서 나가거라!”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반탁가의 어머니는 울며 애원했다.

 “아버지, 저희 두 사람은 굶어 죽어도 괜찮은데 이 죄 없는 어린 것들이 배고파 우는 것은 차마 볼 수 없습니다. 비옵건데 이 두 아이만이라도 배고프지 않게 먹여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결국 아버지는 딸의 그 청만은 들어 주었다.

 “너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스스로 고생을 자청했으니 책임질 수 없지만 죄 없는 어린 것들은 내가 맡아 잘 길러 주마.”

 “아버지, 고맙습니다. 이 어린 것들을 자 부탁합니다.”

 반탁가의 어머니는 아이 둘을 맡기고 남편이 기다리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하여 반탁가와 동생 주자반탁가는 외가집에서 살게 되었다. 외할아버지는 부자여서 둘은 아무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었다.

 형 반탁가는 원래 슬기롭고 똑똑해서 한 번 읽은 책은 다 외우고 잊어버리는 일이 없는데, 동생 주다반탁가는 책은커녕 조금 전까지 손에 들고 청소하던 빗자루마저 어디에 두었는지 모를 정도로 머리가 둔했다.

 한 어머니가 낳은 형제이지만 한 사람은 천재, 한 사람은 바보로 워낙 차이가 많았다.

 세월은 빨리 흘러 어는 덧 반탁가는 학문을 두루 습득한 훌륭한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종종 외할아버니와 함께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출가수행의 뜻을 키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반탁가는 외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앞으로 사람 된 도리를 공부하고 싶습니다. ”

 “출가하고 싶다는 말이구나.”

 "예, 출가하여 석가모니 부처님한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

 “출가한다는 것은 큰 복을 짓는 일이다. 네 갸륵한 뜻을 내가 어떻게 막겠니? 가서 많이 배우고 중생을 가르치는 좋은 스승이 되어라.”

 외할아버지는 쾌히 승낙해 주었다.

 이튿날 아침, 반탁가는 그 동안 잘 길러 주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큰절을 하고 석가모니 부처님를 찾아가 불제자가 되었다.

 출가한 뒤 반탁가는 타고난 총명함에다 밤낮 없이 열심히 공부하며 몸과 마음을 닦아 얼마 안 가 아라한 이 되었다.

 반탁가 존자는 아라한 이 된 뒤에도 언제나  집에 있는 동생을 생각했다.

 ‘동생 주다반탁가도 나처럼 출가하여 수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는 날, 반탁가 존자는 외할아버지를 찾아갔다.

 “할아버지, 동생 주다반탁가도 출가시키고 싶은데 할아버지 뜻은 어떠하신지요?

하락해 주시겠습니까?“

 외할아버지는 한동안 말없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 아이한테는 쉬운 일이 아닐 거야. 하지만 형인 너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나도 반대하지는 않겠다. ”

 반탁가 존자는 외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주자반탁가를 석가모니 부처님 앞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동생의 뜻을 물어 본 뒤 주다반탁가의 머리를 깎았다.

 그런데 주다반탁가는 출가는 했지만 원래 둔하여 공부에조금도 진전이 없었다.

 보다 못한 반탁가 존자는 동생을 다시외할아버지 집으로 돌려보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한 번 더 사랑과 충고로 이끌기로 마음먹었다.

 “애써 불문으로 데리고 온 동생을 다시 되돌려 보낸다면 바로 내가 벌 받을 일이다. 어쨌거나 데리고 왔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성불하도록 도와야지.”

반탁가 존자는 더 뜨거운 사랑으로 동생을 가르쳤다.

 한번은 왕사성에서 제일가는 명의 ‘기파’가 부처님과 아라한를 초청했다.

 그 일은 반탁가 존자가 책임을 맡았는데 그것은 연회에 몇 명의 아라한이 참석할 것인지 미리 알려 주는 일이었다.

 기파는 반탁가 존자가 보내 준 명단을 가지고 자리를 마련했다.

 한편, 주다반탁가는 청소를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문득 깨우침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을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심지어 형인 반탁가 존자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기파는 아라한이 된 사람만을 연회에 초대했기에 반탁가 존자는 명단을 보낼 때 동생 주다반탁가의 이름은 쓰지 않았다.

 그래서 주다반탁가 혼자정사에 남게 되었다.

 모두기파의 집 대청에 자리 잡고 앉아서 음식을 먹으려는데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잠깐 기다려라. 아직 하라한 한 명이 오지 않았어.”

 “그럴 리 없습니다. 제가 한번 세어 보겠습니다.”

 반탁가 존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한 명, 두 명,...”

 반탁가 존자는 명단과 좌석을 대조해가며 세어 보았지만 빠진 아라한은 한 명도 없었다.

 반탁가 존자가 부처님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

 “부처님! 빠진 아라한은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 다 왔다고 ? 내가 보니 그래도 한 명이 빠졌는데.”

 반탁가 존자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니다. 지금 정사에가 보아라. 아라한 한 명이거기 있을 것이다!”

 “예, 다녀오겠습니다.”

 반탁가 존자는 곧 정사로 달려갔다.

 한편 주다반탁가는 형이 찾아올 것을 미리 알고 장난을 한번 쳐 보고 싶었다.

 ‘내가 깨우친 줄 아마 형도 모를 거야. 어쨌든 형이 나를 알아보는지 시험해 봐야지 !’

 주다바탁가는 신통력을 써서 천 명의 스님으로 변하여 가부좌를 틀고 참선으로 앉아 있었다.

 반탁가 존자는 정사에 도착하여 보고 깜짝 놀랐다.

 ‘모르는 스님들이 언제 이렇게 많이 왔지? 정말 이상한 일이다. ’

 반탁가 존자는 재빨리 앉아 좌선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음을 맑게 하고 무아의 경지에 들어가 천안으로 자세히 보았다.

 “하하하. 난 또 누구라고?”

 장난친 사람은 다름 아닌 동생 주다반탁가가 아니가? 정말 기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오 , 세상에 ! 주다 반탁가야. 너도 결국 해 냈구나. 정말 축하한다.!”

 반탁가 존자의 기쁨은 어느 누구보다 컸다. 그는 벌떡 일어나 동행을 힘껏 껴안았다.

 “형 , 정말 고마워요. 형이 그렇게 사랑으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오늘이 없었을 겁니다.” 

 동생 주다반탁가도 형을 힘껏 껴안았다.

 반탁가 존자와 주다반탁가 존자가 나란히 기파의 집에 들어서자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반탁가와 주다 반탁가야. 너희 형제가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으니 더없이 기쁘구나. 앞으로 너희 두 아라한은 힘과 뜻을 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말고 머무르면서 불법을 널리 펴는 데 온 힘을 다하도록 하여라. 함께 아라한이 된 것을 축하한다!”

 주다반탁가가 대표로 인사를 했다.

 “그동안 우둔한 저을 깨우쳐 주신 부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 형님과 뜻을 모아 불법을 널리 알리는 데 몸을 바치겠습니다.”

 그 말에 모두 사시 한 번 박수를 보냈다.    


 

   

 


  

출처 : 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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