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무아사상과 윤회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다시 태어난 자와 사멸한 자는 같습니까, 다릅니까?”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찍이 갓난아아였던 대왕과 어른이 된 대왕은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나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대왕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또 스승도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학문이나 계율이나 지혜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어른이 되었을 적 어머니가 다릅니까? 지금 배우고 있는 자와 이미 배움을 마친 자가 다릅니까? 죄를 범한 자와 죄를 범하여 손발이 잘린 처벌을 받은 자가 다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현재의 나를 보더라도 어릴 적 나와 어른이 된 나는 같습니다. 이 몸에 의존하여 어릴 적 나와 어른이 된 나는 한 몸입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 주십시오.”
“여기 어떤 사람이 등불을 켠다고 합시다. 그 등불은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저녁에 타는 불꽃과 밤중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아닙니다. 같지 않습니다.”
“또 밤중에 타는 불꽃과 새벽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같지 않습니다.”
“그러면 초저녁의 불꽃과 밤중의 불꽃과 새벽의 불꽃은 전혀 다른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불꽃은 똑같은 등불에 의하여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인간이나 사물도 꼭 그와 같이 지속(持續)되는 것입니다. 생겨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은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지 않고 동시에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우유가 변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짜낸 우유는 얼마 후 엉기게 되고 다시 기름으로 변합니다. 만일 우유를 엉긴 우유나 기름과 똑같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왕은 그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스님, 그 말은 옳지 않습니다. 엉긴 우유와 그 기름은 우유를 바탕으로 변한 것입니다.”
“인간이나 사물의 지속도 이와 같습니다. 생겨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이 별개의 것이지만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면서 지속되는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8. 명칭과 형태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무엇이 저 세상에 바꿔 태어나게 됩니까?”
“명칭과 형태가 바꿔 태어납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 바꿔 태어납니까?”
“아닙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이나 악의 행위가 행하여지고 그 행위에 의해 새로운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서 바꿔 태어납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 그대로가 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일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인간은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은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한 악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남의 망고를 훔쳤다고 합시다. 망고나무 주인이 그를 잡아 왕에게 끌고 가 처벌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때 도둑이 ‘임금님, 저는 이 사람의 망고를 따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이 심은 망고와 제가 따 온 망고와는 다릅니다. 그러므로 처벌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왕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를 처벌하겠습니까?”
“물론 처벌할 것입니다.”
“무슨 이유로 처벌하겠습니까?”
“스님, 그가 무슨 말로 변명하든 처음 망고는 지금 보이지 않지만 나중 망고에 대하여 그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임금님, 마찬가지로 인간은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악의 행위가 행하여지고 그 행위에 의해 새로운 명칭과 형태로 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태어난 인간은 그의 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 주십시오.”
“어떤 사람이 밤에 등불을 가지고 자기 집 지붕에 올라가 일하다가 등불이 그의 집을 태우고 이어서 온 마을을 태웠다고 합시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붙잡아 ‘당신은 어쩌하여 온 마을을 태웠소’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나는 마을을 불태우지는 않았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입씨름을 하다가 왕 앞으로 갔다고 합시다. 왕은 어느 쪽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마을 사람들 말이 옳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가 무어라고 변명하든 마을을 태운 불은 그가 일할 때 사용한 불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임금님, 마찬가지로 사람은 죽음과 함께 끝나는 현재의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명칭과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나중 것은 첫 번째 것을 원인으로 하여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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