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되새기기

[스크랩] 사람 대접과 사람 노릇

수선님 2018. 10. 2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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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마하카트야나는 바라나 마을의 한 숲에 머물면서 비구들과 주워온 옷가지를 고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찾아와 비구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자네들은 어찌하여 늙은이를 보고 말도 하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으며, 앉으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가? 자네들은 법도도 모르는가?”


대중 가운데 있던 마하카트야나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승단의 법도에도 나이 많은 이가 오면 서로 인사하고 자리를 권하고 공경하고 예배하는 법이 있습니다.”


“내가 보건대 이 가운데서 나보다 나이 많은 이가 없는데 그대들은 나에게 공경하고 앉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우리 승단에도 나이 많은 이를 공경하는 법도가 있다’니 무슨 말인가?”


“노인장, 나이가 80, 90세가 되어 머리가 희고 이가 빠졌더라도 철없는 젊은이처럼 행동하면 그는 늙은이가 아닙니다. 그러나 나이가 25, 26세밖에 안 되어 피부는 팽팽하고 머리결은 검더라도 노인보다 지혜로우면 그는 젊은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오관으로 향락을 쫓고 탐심을 버리지 못하고 애욕을 탐하면 그는 나이가 많아도 철없는 젊은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적어도 오관으로 향락을 쫓지 않고 탐심과 애욕을 버린 사람이면 노숙한 노인에 해당합니다.”


마하카트야나의 설명을 들은 집장 바라문은 머리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 말대로 한다면 나는 나이가 많지만 철없는 젊은이고, 자네들은 지혜로운 노인이나 다름없네.”


잡아함 20권 547경 《집장경(執杖經)》

   
경전은 자세한 묘사를 생략하고 있지만 문면의 뒤를 짚어 보면 어떤 주책없는 노인이 찾아와 망령난 행동을 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카트야나는 점잖은 말로 나이가 노숙해졌으면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해야 나이 값을 쳐주지 않겠느냐고 나무라고 있다.


카트야나의 지적은 사람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릇’은 하지 않고 ‘대접’만 받으려는 것은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같다. 어른이 어른 노릇을 못 하면 어른 대접 못 받는 것은 당연하다. 스승이 스승 노릇을 제대로 못 하면서 대접만 받으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모도 부모 대접을 받으려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대접받기만 좋아하고 그에 합당한 노릇을 못 하면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불행하게도 노릇은 제대로 하지 않고 대접만 받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남보다 먼저 법과 질서를 지키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라고 교통법규를 어기고 단속하려는 교통경찰에게 ‘내가 누군 줄 아느냐’고 호통을 치는 꼴은, 노릇을 하지 않고 대접만 받으려는 짓이다.


사장으로서의 직무는 성실히 하지 않으면서 종업원만 게으르다고 호통을 치는 경영자, 근로 의무는 소홀히 하면서 임금이 적다고 농성하는 근로자도 모두 노릇은 하지 않고 대접만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종교적 수양과 인격은 천박하기 그지없으면서 대접만 받으려는 종교인도 마찬가지다. 대접받고자 하면 우선 노릇부터 다해야 한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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