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 여행을 좋아하여 수좌생활을 할 때에는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다.
그때마다 부처님은 수행시절에 어떠한 곳에서 수도하셨으며 성도하신 뒤에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어떤 곳을 다니시며 어떠한 방법으로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법문을 하셨을까 하고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다.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우연히 <붓다 최후의 여행>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니 팔리어성전 를 번역한 것이었다. 한역경전으로 말하면 <장아함경> 가운데 나오는 <유행경>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행경>에는 내가 궁금해 하던 부처님의 교화와 방편법문이 옛날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어 마치 소설을 읽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부처님이 기사굴 산중에 계실 때 마갈타국의 임금이 발지국을 정벌하기 위해 부처님의 의견을 물었다. 부처님은 발지국 사람들이 자주 모여서 정사를 협의하고, 임금과 신하가 서로 존경하며, 법을 받들고 예절을 지키고, 부모님을 잘 봉양하고, 스승을 받들며 선조를 잘 모시고, 가정부인이 정숙하며, 사문을 섬기고 계율을 잘 지키는 사람을 공경하는 등 일곱가지를 잘 실천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번창할 것이니 함부로 정벌하여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이 부분은 요즘처럼 한보사건, 각종 부정범죄사건 등으로 얼룩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반드시 새겨 읽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들이 발지국 사람들 처럼 서로 존경하고 항상 의논하고, 법을 받들어 생활한다면 오늘과 같은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처님은 마갈타국의 임금이 돌아간뒤에 수행자에게도 일곱가지 법이 있다고 말하면서 예를 들어 설법하며 여러곳을 계속 유행하신다. 그러던 중 중병을 얻게 된 부처님은 열반에 들고 싶은 심정이 되지만 아직 열반의 때가 아님을 아시고 생각을 가다듬어 선정에 들자 병은 곧 물러간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부처님께서 실지로 보이신 부분이다. 우리몸의 병과 괴로움도 결국은 마음, 즉 우리 자신에게서 연유하고 또 해결된다는 것을 부처님은 법문아닌 법문으로 설하고 있다.
선정에서 깨어난 부처님은 아난을 불러 수행을 잘 이겨낸 사람은 일겁이나 그 이상이라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아난은 예사로 흘려들어 부처님이 세상에 머물기를 청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3개월후에 열반할 것을 말씀하신후 아난과 대중에게 37조도품과 계정혜, 해탈과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라는 법어를 주신다. 옛날의 조사스님들은 밝은 대낮에도 ‘아이고 어두워라’하시며 등불을 들고다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우리 인간세계가 밝은 진리의 법을 따르지 않고 삿된 어두움쪽으로만 치우쳐가는데 대한 우려이다.
부처님 또한 열반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한말씀으로 수행자의 나아갈 바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대장장이 춘다의 독버섯 공양을 받고 열반 순간에 임박해서도 부처님은 춘다를 위로하며 부처님이 처음 성도하였을 때 올린 최초공양과 열반 직전에 올리는 최후 공양의 공덕이 가장 수승함을 설하신다. 참다운 공양은 사람이 능히 불법을 수지하여 실행하고 항상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마지막 제자인 스밧다를 받아들이라는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남긴채 열반에 드시는데 이 경은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 다비로 생긴 사리를 분배해 탑을 세우는 일까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같은 이야기를 통해 <유행경>은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므로 항상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수행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유행경>은 대승 <열반경>이 부처님을 지나치게 신격화 한 것에 반하여 ‘피로하다’ ‘눕고싶다’ ‘물이 마시고 싶다’는 등 老수행자의 마지막 모습을 마치 앞에서 보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어 인간미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초기경전이다.
중앙승가대학에서도 지난해부터 한역본 <유행경>을 경전강독시간에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불자여러분들에게는 한글대장경 <장아함경>에 수록돼 있는 <유행경>을 권하고 싶다.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며 그 옛날 부처님의 생생한 가르침을 마음으로 새겨본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혜남/불전국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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