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3. 維摩經(유마경)

수선님 2018. 10. 21. 12:31

 <유마경>은 구체적으로 <유마힐 소설경>이라 한다.
 
‘유마힐’은 인도사람 이름이고 ‘소설’은 ‘말한 것’이란 뜻이고 ‘경’은 성인의 말씀이란 뜻이다. 나는 몇년전에 <유마경 강의>라는 책을 썼고 경전공부모임에서 유마경을 많이 강의하고 있다. 구마라집의 한문본을 제일로 치는데 그것을 저본(底本)으로 했다.

 

불교의 경전이 대부분 부처님이나 보살의 말인데 이 경은 유마힐 거사 즉 세속에 있는 분이 말한 것이기에 다른 경과는 취향을 달리 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관념으로는 도량 하면 사찰을 말하는데 이 경에서는 ‘정직한 마음이 도량이요(直心是道場), 자비한 마음이 도량이요(慈悲心是道場), 보리의 마음이 도량(菩提心是道場) 이라 한다. 또한 재가와 출가가 평등하고 진(眞)과 속(俗)이 평등하고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는 사상 등 불이사상(不二思想)이 전편을 흐르고 있는 대승경전의 대표적 경전이다.

 

주인공 유마거사는 우리 중생들과 같은 평범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불이사상의 체현자이고 생활과 불법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보살의 화신이다.

 

특히 문수보살과의 대화중에 “자식이 병들면 부모가 병이 없어도 아프게 되는 것처럼 보살은 병이 없어도 중생이 앓기 때문에 보살도 앓는다”는 경구는 이 경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말이다. 유마거사는 우리 삶의 실천적 모델을 제시하는 영원한 인격적 사표이고 <유마경>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틱한 연극을 보듯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강의하기도 재미있지만 듣는 사람들도 그 어느 경전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공부하는 것같다.

 

불교사상이 발전하는 과정은 여러 각도에서 고찰되겠지만 나는 대략 두가지에서 주목한다.
 
첫째 단계는 불교의 교주(敎主)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생의 괴로움인 생 로 병 사의 해결을 위하여 왕궁을 버리고 설산에 들어가 6년간 고행 수도하신 결과 큰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셨다. 그러기에 초기 불교의 교단은 출가한 분이 중심이 되었으니 이는 불교가 말하는 사부대중 가운데에 비구승단이 첫째 계급인 것이 그것이다.

 

둘째 단계는 불교가 대승불교로 발전한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가 수도하게 된 동기는 모든 중생의 괴로움인 생 로 병 사를 해결하려는 중생고에 있었다. 그러므로 불교의 근본 사상은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해결하려는 것이지 특수 계층만을 위함은 아니었다.

 

여기에 부처님이나 보살이 말씀한 것은 물론 속세에 있는 거사의 말까지 경(經)으로 취급한 것이니 이 경은 출가중심의 불교에서 중생중심의 불교, 즉 대승불교의 제창을 가장 적절히 나타내고 있다.
 
그러기에 이 경은 각계 각층에서 다 좋아해서 화엄학에서는 이 경이 화엄학의 사상을 나타냈다 하고 삼론학에서는 삼론의 교리에 가장 맞는다 하고 천태학에서는 천태의 교리에, 선종에서는 선종에 가장 맞는다 하여 어느 종지이든지 자기 파에 맞는다고 선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경과 관련된 두 사람의 얘기를 소개하기로 한다.

 

중국 송나라에 장상영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그는 본래 유학자였으나 당시 풍조가 불교를 좋지 못하게 보고 유교를 진흥하려는 때였기 때문에 그는 ‘무불론(無佛論)’을 지어 불교를 공박하려고 생각해 집에만 가면 책상머리에 앉아 집필에 몰두했다. 이를 본 그의 아내가 무엇을 그리 열심히 쓰느냐고 묻자 장상영은 “요사이 중들이 너무 잘난체 하기에 내가 무불론을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내가 “부처가 이미 없다면 구태여 무불론을 쓸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당신은 학자이니 직접 불경을 읽어보고 거기에서 모순된 점을 들어 논리적으로 공박해 보십시오”

 

이 말을 옳게 여긴 그는 무불론의 원고를 중지하고 불경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 <유마경>에서 불교의 심오한 뜻에 감명을 받아 무불론을 쓰던 붓을 돌려 ‘호법론(護法論)’을 썼다고 한다.
 
또 중국에 왕마힐 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유마경>을 보고 너무 감심한 나머지 자기의 이름을 유마힐거사에서 ‘마힐’을 따 왕마힐이라고 바꾸었다 한다. 이렇게 <유마경>을 읽고 감명받은 이야기는 고금을 통해 부지기수다. 
 

운제/원효연구원 이사장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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