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8. 楞嚴經(능엄경)

수선님 2018. 10. 28. 12:57


미모가 뛰어나고 학식이 풍부한(多聞第一) 한 수행자가 걸식을 하기위해 어느 집에 들어갔다.
 
그 집에 살던 처녀는 그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해, 어머니에게 주술로써 그를 유인해 주도록 애원한다. 어머니는 하나 뿐인 딸을 위해 주술을 걸어 그를 방로 끌어들인다. 방에서, 주술에 걸린 그와 애욕을 즐기려는 찰나, 그의 스승께서 주술을 깨뜨리고 구해 주신다. 학식과 용모에 만족해 하다 톡톡히 망신을 당한 그는 자신의 부족한 수행력을 비통해 하며 스승께 수행의 방편을 묻는다.
 
<능엄경>은 이렇게 시작된다. 수행자는 아난다이고 스승은 석가모니 부처님이시다. 비록 2500여년 전의 일이지만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미모와 학식이 존중받는 우리 시대에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제자 중 가장 용모가 뛰어났다. 또한 왕자의 신분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출가한 후에도 부처님의 시자로서 항상 곁에서 모셨으며, 기억력이 출중하였으므로 학식에 관한 한 당대의 일인자였다. 그러한 점에서 아난다는 우리 현대인의 한 모습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모를 다듬고, 갖가지 교육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학위와 자격증으로 치장한다. 그것도 모자라 신문, 잡지, TV, 인터넷 등 매일매일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산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지식 습득은 허깨비를 끌어 담는 것과 같아 억겁을 뛰어다니더라도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할 뿐 진실의 추구(實相)와 정신적 능력(德性)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뿐이다. 마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에 아난다가 일곱 번 씩이나 말을 바꾼 것(七處徵心)과 같고, 도둑을 자식으로 알고 친자식을 버리는 격이다.
 
<능엄경>은 이와 같은 인간들의 일상적인 모습에 경종을 울리는 경전이다. 그러하다 보니 옛부터 <능엄경>은 많은 질시를 받아왔다. 추상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서술된 다른 경전과는 달리 <능엄경>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마음의 실체를 규명한 경전이라서 자신의 견해를 장식(牽强부會)하는 데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능엄경>의 핵심은 망상(妄想)을 극복하고 마음을 찾아가는 것이다. 망상을 진심과 구별하지 못한다면 무량억겁을 수행하더라도 이는 마치 모래를 삶아 밥을 짓는 것과 같아 마음의 도둑만 키울 뿐이다. 그러한 점에서 <능엄경>은 실상(實相)을 추구하는 대승 수행의 가장 기초가 된다. 옛부터 금강경, 원각경, 화엄경, 법화경과 더불어 강원의 교재로 사용되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마음의 세계에서 보면 우리의 생각과 육체는 망망대해 가운데 한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아지랑이와 같아 실체가 없다. 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이 물거품 같은 육체와 생각에 집착하며 살아 왔던가.
 
도둑을 도둑으로 알고 애착을 버렸을 때의 편안함과 기분은 체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값진 선물이다. 이를 가리켜 선현은 ‘조문도 석사가의(朝聞道 夕死可矣)’라는 말을 사용하였고, 설산동자(雪山童子)는 나머지 구절을 듣기 위해 나찰에게 몸을 던졌던 것이다.
 
<능엄경>은 부처님께서 62세 되던 해에 설하셨다. 이는 싯달타와 나이가 같았던 파사닉왕이 자신의 연령이 62세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 이와 같은 유추가 가능하다. 시기적으로는 반야시(般若時)에 해당한다. 그때쯤이면 부처님 제자들의 수행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대승의 기초를 열심히 공부한 때일 것이다.
 
<능엄경>을 배우면 대승의 기초가 되는 실상(實相) 내지 공(空)의 의미와 보현보살의 광대한 행원과 관음보살의 무변신과 석가모니 부처님의 구원성불(久遠成佛) 등 불보살님들의 불가사의한 경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능엄경>은 대승 수행자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경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부처님의 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공부하여야 할 경이다. 교법(敎法)만이 존재하고 수행(修行)과 증과(證果)는 사라져 버린 말법(末法)시대에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몸을 나투신 뜻과 왕위를 버리고 수행자의 길을 택하신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규행/전 불교신문 사장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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