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7. 阿含經(아함경)

수선님 2018. 10. 28. 12:56


1958년 봄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당시 열아홉이었고 그해 4월에 울진 불영사에서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것이 불교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후 나는 속리산 법주사에 입산하게 되었고 법주사 강원에서 경전을 접하게 되었는데 나의 어린 가슴에 와닿은 경전의 모든 부처님 말씀은 경이로움 그자체였다.
 
경전공부에 점점 환희심을 내게 되었을 무렵 나는 강원교육을 다 이수치 못한 채 종단의 종비 1기생으로 64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에 입학하였고 스님학생들의 기숙사인 백상원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국대에서의 공부는 대승경전 중심의 강원교육과 달랐다. 동국대에서는 구사론 유식학 아함경 등을 먼저 가르쳤다. 이때 <아함경>이 초기불교 근본불교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경전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

 

65년 동국역경원에서 한글대장경이 출간되면서 <아함경>은 널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각종 번역물이나 단행본이 발간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대장경 아함부는 우리들이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아함경>이였다. 그래서 방학동안 꼼짝않고 기숙사에 박혀 앉아 싱그러운 숲속 백상원 공기를 마시며 밤을 세워 <아함경>을 읽었다.

 

<아함경>은 중아함, 증일아함, 장아함, 잡아함 네가지로 전해지고 있는 방대한 경전이다.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시기인 초기불교 시대로 부터 가장 가까운 시기에 집대성된 경전이 바로 <아함경>이다. <아함경>은 근본불교의 중심사상인 사제 팔정도 십이인연 등의 교리를 설한다. 이것은 불설(佛說)에 가장 가까운 것이면서 우리 일상생활의 실제적인 교훈이 되는 가르침들이다. 그러므로 <아함경>은 다른 어떤 경전보다도 부처님에 가깝고 사상적인 변화도 거의 없으며, 이설의 대립이나 대 소승의 구별도 보이지 않는 근간이 되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아함경>은 불교의 연기사상, 자비정신, 깨달음에 대한 가르침과 더불어 대승의 근본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타의 보살사상등을 총체적으로 설하고 있다.

 

우리는 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시대를 지나 오늘날 대중불교 민중불교를 주장하는 적극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오랜 세월속에서도 변함없이 모든 불교경전과 사상의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아함경>에 설해진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잡아함 장아함에 보면 나구라 장자에게 부처님께서 마음에 병이 드는 것은 물질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일러주신다. 이에 대해 사리불이 구체적 설명을 장자에게 다시 해주게 되고, 장자는 부처님과 그 제자인 사리불에게 감사와 존경심을 갖게 돼 목숨이 끝나는 날 까지 삼보에 귀의하겠다고 맹세하게 된다. 삼보에 귀의하는 것은 중생에게는 큰 복전이 된다는 것을 실례로써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혼탁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점점 불교의 근본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자신이 누구인지 우리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한 번쯤은 읽고 새겨봐야 할 경전이 바로 <아함경>이라고 생각한다.

 

근본불교의 모습을 맛볼 수 있고, 부처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으며 삼보의 존귀함을 일러주신 부처님의 말씀이 바로 <아함경>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근본불교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부처님 당시 불교의 원형을 찾아보자는 학문적 의미도 있지만, 현재의 불교가 불교 본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출가수행 위주의 부파불교시대에 대승불교도들이 중생구제를 이야기한 부처님 본래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자며 대승불교의 보살정신을 고양시켰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불교도들이 신비주의나 초월주의에 빠져 바르지 못한 길을 향해가고 있는데 대한 우려에서 불교를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근본불교로 되돌려 놓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고, 초기불교 근본불교를 이해할 수 있는 <아함경>을 읽으며 자신속에 내재되어 있는 본래 부처의 마음을 다시한번 체험해 보기를 여러 불자들에게 권한다. 
 

지하/중앙승가대 총장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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