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의 어느 경전을 보더라도 희유한 부처님의 고마운 말씀이 실려 있다. 이 경전은 대승경전으로서 <화엄경>, <섭진실경>과 서로 사상적으로 통하는데 <화엄경>이나 <섭진실경>이 법의 원리를 보여주는데 비하여 <금강정경>은 법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하는 법의 행상(行相)과 실천을 구체적으로 설하고 있다. ‘금강정’은 금강과 정의 합성어로서 <금강정경>은 그 무엇에도 부서지지 않는 영원하고 견고한 최상의 진리를 상징하는 대승불교의 완성을 보여준다. 특히 <금강정경>속에 들어있는 <대비공지금강대교왕의궤경>에서는 대소승의 일승교의(一乘敎義)를 과감하게 구체적으로 보임으로써 불교의 근본입장을 궁극적으로 현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 경의 제9 청정품에서는 다른 경전에서는 말해지지 않는 과감하고 구체적인 교설이 나온다. <화엄경>이나 <법화경>에서 원리적으로는 사유되었으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현시될 것을 기대하고 있던 것이 <금강정경>에 이르러서 비로소 설해진 것이라고 생각된다. 청정품 첫머리에서 부처님이 금강장보살에게 고하시기를 ‘이제 청정함을 설함으로써 일체가 의혹이 없다. 하나하나의 성현위(聖賢位)는 뒤에서 마땅히 분별하여 설한 것이니라. 오온, 오대종, 육근 및 육처, 무지, 번뇌안도 자성은 모두 청정하다. 이른바 자신의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다른 것들의 지은 바도, 묘락상응(妙樂相應)이라고 설하노니, 경계등은 청정하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설교함으로써 일체성(一切性)이 청정하다고 설하신다’라고 했다. 일체법이 청정한 것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마음이나 몸이나 모든 대상들이 자성으로서는 청정한 것임을 말하고, 내 마음이 청정하고, 대상이 청정하니 그들이 서로 상응하면 그것이 묘락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은 묘락세계가 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참으로 간명한 이 한 이치를 깨닫지 못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럽기만 한 것이다. 이렇게 부처님이 금강장보살에게 말씀하시자 금강장보살이 부처님께 ‘세존이시여 어떤 꽃을 청정이라고 합니까’하고 묻자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색 등의 대상을 관하거나 생각하여 능취(能取) 소취(所取)를 떠난다. 이른바 눈은 색을 취하고 귀는 소리를 취하고, 코는 향을 취하고, 몸은 촉을 취하고 의는 묘락을 취한다. 마땅히 이들 남김없는 친근, 이것이 곧 청정이라고 알아라’라고 하고, 이어서 이들을 취하는 대상이 청정함에 이른 것을 명비(明妃)라고 하여 각각 명비로써 나타내고 있다. 정태혁/동방불교대학장
그러므로 나는 불교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경전이라도 널리 섭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특히 한 경전을 지적하라고 한다면 근년에 와서 내가 주목하게 된 경전하나를 소개하겠다. 그 경전은 바로 <금강정경(金剛頂經)>이다. 조금은 그 경명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 경은 일반불자들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일체의 주관이나 객관이 있게 된 법을 알면 그 대상에 끌리지 않는다. 주관에 매여 있기 때문에 오온, 육근, 육처, 무명, 번뇌 등이 있게 되지만, 만일 세간의 어리석음이나 진실을 알면 곧 이들의 계박으로부터 해탈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색은 색이 아니고, 성는 성이 아니고 향은 향이 아니고 미는 미가 아니고, 촉은 촉이 아니고, 법이 법이 아니고, 또한 세간이 세간이 아니니 마음이 청정하니 곧 일체가 청정한 것이다.
일체처에 걸림이 없으면 그것과 지극히 친근할 수 있으니 지극히 즐겁고, 서로 조화를 이루었으니 묘락 그대로요, 내마음이 청정하며 집착이 없으니 대상이 법그대로 어울리니 그것이 친근이다. 이와같이 <금강정경>은 화엄경의 원융의 원리가 일체 사물에 나타나서 일체가 청정하다고 설하고 있다.
우리 불자들의 마음에는 금강과 같은 청정자성 보리심이 내재되어 있다. 이같은 보리심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소극적인 삶의 도피자가 아닌 적극적인 실천행을 통해 깨달음의 길을 향해 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구체적인 수행의 목표를 세우고 이 <금강정경>을 꼭 공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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