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계율을 말씀하시는 보름날이 되어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보회강당(普會講堂)으로 가셨다. 이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중을 둘러보시고 대중들도 조용히 말이 없었다.
이 때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성중이 모두 강당에 모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을 위하여 금계(禁戒)를 말씀해 주소서."
이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금계를 말씀하여 주소서. 초저녁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한밤이 지나가고 있고 대중들도 지쳤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바로 계율을 말씀하여 주소서."
그러나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있다가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바로 계율을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자가 있기 때문에 계율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상좌가 금계를 설하도록 하리라. 만일 상좌 비구가 계율을 설할 수 없다면 지율자(持律者)를 시켜 설하게 하리라. 또 만일 지율자 없다면 계율을 외워 밝게 통달한 이를 시켜 그것을 외우고 설하게 하리라. 오늘 이후로 여래는 계율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 가운데 부정한 자가 있을 때, 여래가 그곳에서 계율을 설한다면 그 사람은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져, 저 수라(酬羅) 열매와 꼭 같이 될 것이다."
이 때 아난은 슬피 울면서 말하였다.
"성중은 오늘부터 외롭게 되었구나. 여래의 바른 법은 어찌 이다지도 빨리 사라지는가? 부정한 사람은 또 어찌 이다지도 빨리 생기는가?"
이 때 목건련은 생각하였다.
'이 대중 가운데 법을 파손한 자는 누구인가? 이 대중 가운데 있어 여래로 하여금 금계를 말씀하지 못하게 하는 자가 누구인가?'
대목건련은 곧 삼매에 들어 대중들의 마음속 더러움을 살펴보았다.
그 때 목련은 마사(馬師)와 만숙(滿宿) 두 비구가 대중 가운데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비구들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일어나 이 자리를 떠나라. 여래께서 꾸짖고 계시다. 너희들 때문에 여래께서 금계를 설하지 않으시는 것이다."
그러나 두 비구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목련은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일어나라. 여기 있지 말라."
그러나 그 비구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목련은 곧 앞으로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고 문 밖으로 끌어내고는 돌아와 문을 걸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정한 비구를 문 밖으로 끌어내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곧 금계를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목련아, 여래는 다시는 비구들을 위해 계율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여래 말에는 두 말이 없다. 네 자리로 돌아가라."
목련은 다시 아뢰었다.
"지금 이 대중 가운데서 이미 불상사가 생겼으므로 저는 유나법(維那法)을 행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다른 사람을 뽑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 때 목건련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본 자리로 돌아갔다.
이 때 아난이 아뢰었다.
"비바시(毗婆尸)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그 성중은 얼마나 되었습니까? 또 얼마나 지나 범하는 사람이 생겼습니까? 내려와서 가섭(迦葉) 여래의 제자는 얼마나 되었으며, 어떤 계율을 말씀하셨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91겁 전에 비바시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 성중의 모임은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16만 8천 비구 성중이 있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16만 성중이 있었으며, 세 번째 모임에는 10만 성중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8만 4천 세였고 백 년 동안 성중은 청정하였다. 그 부처님은 항상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느니라.
참고 견디는 것이 제일이요
부처님 말씀은 함이 없음이 제일이라
비록 수염과 머리를 깎았어도
남을 해치면 사문이 아니니라.
그 때 그 부처님은 이 하나의 게송으로 백 년 동안 금계를 삼으셨다. 그러다가 범하는 사람이 생기자 곧 다시 금계를 정하셨느니라.
또 31겁 전쯤에 시힐(試詰)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도 성중의 모임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16만 성중이 있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14만 성중이 있었으며, 세 번째 모임에는 10만 성중이 있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80년 동안 청정하여 더러워진 일이 없었다. 그리고 하나의 게송을 말씀하셨다.
눈으로 보아도 삿되지 않아
지혜로운 사람 집착 않나니
갖가지 악한 일을 아주 버리고
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라.
그 때 그 부처님은 8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말씀하셨고, 뒤에 범하는 사람이 생겨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시힐 부처님의 수명은 7만세였느니라.
또 그 겁에 비사라바(毗舍羅婆)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분도 성중의 모임을 세 번 가지셨다. 첫 번째 모임에는 10만의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8만 아라한이었고, 세 번째 모임에는 온갖 번뇌가 완전히 없어진 7만 아라한이었다. 비사라바 여래 때에는 7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는 하나 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해치지 말고 그른 짓도 말고
큰 계율을 받들어 행하라.
음식에 있어서 만족할 줄 알고
앉는 자리도 그렇게 하라.
뜻을 다잡아 전일(專一)하는 것
이것이 곧 부처의 가르침이다.
그분은 7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고, 뒤에 범하는 사람이 생겨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비사라바 여래의 수명도 7만세였느니라.
그리고 이 현겁(賢劫) 중에 구루손(拘樓孫)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 성중의 모임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7만의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6만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6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그 부처님께서는 두 게송으로 계율을 삼으셨다.
비유하면 꿀벌이 꽃밭을 누비며
향기롭고 깨끗한 예쁜 꽃에서 꿀을 따듯
남들에게 보시하는 맛있는 음식으로
도사(道士)들아 촌락에서 유행하여라.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말고
또 옳고 그름을 보지도 말며
다만 스스로 제 행을 돌아보아
바르고 그릇됨 분명히 보라.
그 부처님께서는 60년 동안 이 두 게송으로 금계를 삼으셨고, 그 뒤에 범하는 사람이 있어 곧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6만세였느니라.
또 이 현겁 중에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 여래·지진·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는 성중의 모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60만 성중이 모였는데 모두 아라한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40만 성중으로서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4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고,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뜻을 굳게 세워 경솔하지 말고
거룩하고 고요한 도를 배워라.
현자는 근심이나 걱정 없나니
항상 마음속의 생각을 없애라.
그 부처님께서는 40년 동안 이 게송을 설하시며 금계로 삼으셨고, 그 뒤에 범하는 사람이 있어 다시 금계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 부처님의 수명은 4만세
였느니라.
또 이 현겁에 가섭(迦葉)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그 때는 성중의 모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모임에는 40만 성중이었고, 두 번째 모임에는 30만 성중으로서 모두 아라한이었다. 그 부처님 때에는 20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고 항상 하나의 게송으로 계율을 삼았었다.
온갖 악한 일은 짓지를 말고
부디 착한 일 받들어 행하라
그 마음을 스스로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곧 부처님들 가르침이다.
그 부처님께서는 20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설하며 금계로 삼으셨고, 그 금계를 범하는 일이 있자 다시 제한을 두셨다. 그리고 그 가섭 부처님의 수명은 2만세였느니라.
지금은 내가 세상에 출현하여 한 번의 모임에 성중은 1,250명이었고, 12년 동안 범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또 하나의 게송으로 금계를 삼았었다.
입과 마음 단속해 청정케 하고
몸의 행도 또한 청정케 하라
이 세 가지 행을 깨끗이 하여
큰 선인의 도를 닦아 행하라.
12년 동안 이 하나의 게송을 설하여 금계로 삼았는데, 이 계율을 범하는 사람이 생겨 250계가 있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비구들이 함께 모여 율에 있는 그대로 다음과 같이 서로 말하라.
'여러분, 모두 들으십시오. 오늘은 15일 계를 설하는 날입니다. 지금 스님들께서 승인하시면 스님들은 화합하여 금계를 설할 것입니다.'
이렇게 알린 뒤에, 만일 할 말이 있는 비구가 있거든 계를 설하지 말고 모
두 잠자코 있어라. 만일 말하는 사람이 없거든 계를 설명하여야 한다. 그렇게 차례로 계를 설명한 뒤에는 다시 이렇게 물어야 한다.
'여러분, 누가 청정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두 번 세 번 '누가 청정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어라. 그리고 청정한 사람은 잠자코 그대로 있어라. 지금 사람의 수명은 너무도 짧아 기껏해야 백세를 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난아, 그것을 잘 받들어 가져야 하느니라."
그 때 아난은 세존께 아뢰었다.
"먼 옛날에는 모든 불세존의 수명도 매우 길고, 계율을 범하는 이도 적어 더럽혀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수명이 매우 짧아 1백 년을 넘지 못합니다. 과거 부처님들께서 멸도하신 뒤, 남기신 법은 세상에 얼마동안이나 머물렀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부처님들께서 멸도하신 뒤, 그 법은 오래 보존되지 않았느니라."
아난은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는 바른 법이 세상에 얼마동안이나 보존되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그 법은 오래 보존될 것이다. 가섭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그 남기신 법은 이레 동안 세상에 머물렀느니라. 아난아, 너는 지금 여래의 제자가 적다고 여기는가? 그렇게 보지 말라. 동방의 제자가 무수 억 천이요, 남방의 제자도 무수 억 천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너는 '우리 석가문(釋迦文) 부처님의 수명은 매우 길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육신은 비록 멸도하지만 법신(法身)은 남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 이치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그 때 아난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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