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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정신의학
- 마음원리 알면 정신치료 가능
- 전현수 박사(정신과 전문의)
불교와 정신과치료 융합 발원
2009년 병원 문닫고 수행 위해 떠나
위빠사나로 몸·마음 원리 체득
환자들에게 불교 마음치료 적용
▲ 전현수 박사는 … 전현수 박사는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의대 대학원에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 1990년에 전현수신경정신과 의원을 개원했다. 불교와 정신과 치료의 융합을 시도해오던 그는 2003년에는 한 달간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했으며 2007년에는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를 만들었다. 2009년 3월부터는 1년간 병원 문을 닫고 수행과 여행 그리고 글쓰기로 시간을 보냈다. 저서로는 〈울고 싶을 때 울어라〉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음 치료 이야기〉 〈생각사용설명서〉 등이 있다.
“불교는 부처님이 오랜 시간 관찰을 통해 우리 마음의 원리를 터득한 진리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수행을 통해 생각을 비우는 훈련을 하고 또 자신의 경험을 부처님의 경전을 통해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면서 정화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화를 지켜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죠. 결국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와 남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가치를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전현수 박사(56)는 정신과 의사다. 하지만 그의 직함 앞에는 또다른 수식어가 붙는다. 바로 불교 수행을 경험하고 이를 치료에 접목시키는 일상에서 깨어 있는 수행자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마음의 고통이 어디서 왔는지 원인을 밝혀주는 동시에 망상을 버리고 실제를 보게 하는 훈련을 유도하는 방식을 환자에게 적용한다.
그렇다고 불교에서 보여지는 유용한 면만 가볍게 차용해 치료에 적용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전 박사의 모든 치료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의 진료실 책상 위에는 항상 빠알리어 사전이 놓여 있다. 궁금할 때 언제든지 찾아보고 공부하기 위해서다. 부처님 법을 원어 그대로 알고 이해하고 체득하기 위해 직접 빠알리어와 산스크리스트어를 공부해 매일 니까야 경전을 읽는 철저한 수행자 전현수 박사. 불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린시절에는 불교가 하나의 막연한 문화였다고 한다.
이런 그가 불교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85년 결혼을 앞두고 만난 고익진 박사와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아내의 스승이었던 고익진 박사를 만나 한참 동안 얘기를 했어요. 그때 불교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됐어요. 특히 ‘불교라는 것은 고통을 없애는 완벽한 시스템이다. 의학이라는 것도 인간의 고통을 없애는 거 아니냐’라는 말씀에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이를 계기로 그는 고익진 박사가 지도하는 ‘일성보살’수행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결혼한 지 얼마 안됐고 레지던트 2년차여서 엄청 바쁜 시기였는데 수행에 몰입하게 되었죠. 그때 저를 가장 크게 지배했던 것이 업설이에요. 선생님께서는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것은 어떤 원리로 움직인다는 세간의 현상을 설명해 주셨어요. 그때 부처님의 가르침은 진리라는 것을 체득했죠”
그는 한 달에 한번 고익진 박사가 질문을 주면 이에 대해서 공부하고 다음 달에 가서 답을 하고 확인받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그때부터 괴로움이 생기면 내가 세상과 맞지 않는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었구나 하고 참회를 했어요. 그리고 이를 환자들을 돌보는데 적용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당시 군의관으로 복무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훈련을 받으면서도 좌선을 할 정도로 열심히 수행을 할 때였죠.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을 군병사 치료에 적용해 봤어요. 저에게 있어 불교와 정신과 치료의 최초 융합 치료였죠”
이렇게 불교와 정신 치료는 전현수 박사의 삶을 지배하는 큰 축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1988년 고익진 박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전 박사의 불교 수행도 답보 상태에 이른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불교와 정신과 치료의 접목을 갈망하고 있었고 이런 그에게 새로운 계기가 생기게 된다. 바로 2003년 우빤디따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바로 이번 생에>라는 책을 읽고 몸과 마음의 관찰이라는 측면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후 전 박사는 위빠사나 관련 서적을 상당수 읽으면서 수행시스템을 복원하고 싶다는 원을 세운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병원 문을 닫고 미얀마로 향한다.
“당시는 정신치료와 불교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생각했어요. 이 모두를 극복하고 싶었죠. 미얀마 양곤 참메센터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했어요. 이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을 계속 관찰하면서 몸의 속성, 마음의 속성을 알게 됐어요.”
▲ 2003년 미얀마 양곤에서 삭발을 하고 비구가 되어 생활했던 전현수 박사의 탁발 모습.
또한 불교, 심리학, 정신의학 등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불교와 심리치료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로 발전하게 된다. 경전 읽기도 꾸준히 했다. 산스크리스트어와 빠알리어를 공부해 꼼꼼히 경전 읽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불교와 정신치료 파트를 각각 나뉘어 파일을 만들어 나갔다.
“경전을 읽는 것은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을 알아가는 과정이죠. 또한 내가 경험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불교가 심리학이나 심리치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이기도 했죠. 이런 과정 속에서 정신의학에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은 다 뽑아냈어요.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불교는 심리학이고 심리치료라고 말이죠. 또 불교는 윤회가 없으면 성립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죠”
전 박사는 이 과정에서는 선정을 경험해 보고 싶고 생과 생의 연결 즉 윤회를 알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갖게 된다. 그리고 2009년 다시 길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그는 다시 병원 문을 닫고 1년 동안 수행과 여행을 위해 길을 떠난다. 가장 먼저 가게 된 곳이 말레시아 타이핑에 있는 명상센터였다. 여기서 그는 6개월간 수행을 하고 선정을 경험하게 된다. “꾸준히 수행을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수행을 한 것은 처음이에요. 날숨과 들숨을 통해서 호흡을 관찰하면서 숨을 하나도 놓치지 않게 되었어요. 그리고 숨이 빛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초선정에 들어갔어요. 그러면서 알게 됐죠. 제가 목표로 하는 생과 생의 연결 즉 윤회를 아는 데에는 엄청난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이후 그는 스리랑카를 거쳐 인도로 가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가장 궁금해 하는 윤회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생과 생은 연결돼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했어요. 이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태어나자 마자 전생이 기억났다고 하더군요. 그는 전생을 보는 방법을 세 가지라고 이야기했어요. 경험을 통해서 또는 선정을 닦아서 알 수 있다고 했고 더 나아가서는 이치적으로 알 수 있다고 했어요”
이렇게 수행과 여행을 통해 느낀 내용을 그는 2010년 <마음치료이야기>로 펼쳐낸다. 또한 지난 해에는 생각을 멈추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내용을 담은 <생각사용설명서>를 출간하게 된다.
“<생각사용설명서>는 생각이 어떻게 실제를 못 보게 하는지 또 생각이 없어지면서 실제를 어떻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어요. 대부분이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거나 지나간 일을 자책하고 후회하는데서 괴로움이 시작되죠. 하지만 생각과 실제는 다르잖아요. 이렇게 실제를 보게 해주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죠”
그는 몸과 마음은 우리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순간의 주어진 조건대로 움직입니다. 마음은 어떤 대상에 가 있어요. 그래서 안 좋은 대상을 생각하면 계속 안 좋은 쪽으로 기울게 되요. 또 좋은 대상을 생각하면 좋은 대상으로 기울게 되죠.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어느 쪽으로 기울이면 그쪽으로 길이 납니다”
결국 몸과 마음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수행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사마타 수행은 우리 몸을 하나로 모으는 것입니다. 사마타 수행을 계속 한다는 것은 여기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강박적인 생각이 들 때 이를 잘 처리할 수 있어요. 이런 수행법은 공황장애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죠. 전 그들에게 하루종일 자신의 마음을 관찰할 수 있는 훈련을 하라고 말하죠. 이를 꾸준히 반복해 실천한 환자는 자신의 병을 빨리 회복할 수 있어요”
결국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잘 알면 정신병을 막을 수 있고 마음치료도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전박사는 불교 수행 역시 실제를 보게 해주는 훈련이라고 말한다. “부처님은 관찰을 통해서 세상과 몸 마음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아셨던 분이에요. 경험을 통해 자기에게 도움이 안 된 것은 안 했던 매우 현실적인 분이셨죠.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은 우리가 다 현실에 적용할 수 있어요. 정신이나 마음 생각이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를 잘 알고 이를 잘 훈련하면 원하지 않는 괴로움을 막을 수 있습니다”
▲ 2009년 병원문을 닫고 수행과 여행을 체험한 전현수 박사는 인도 여행 당시 달라이라마를 친견했다.
결국 전 박사는 가장 탁월한 마음치료사였던 부처님의 말씀을 자신의 치료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놓아 버리면 괴로움이 없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어요. 우리가 머릿속에 화낼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언제든지 화가 날 수 있고 화를 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언제든지 화를 안 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교 수행을 통해 우리가 어렵고 힘든 세상을 이겨낼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그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부처님 법을 잘 경험하고 체험해서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처님의 법은 관찰 경험에서 나온 보편적인 지혜입니다. 이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을 돕는데 써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잘 다스리게끔 해야 하죠. 또한 부처님의 보편적 지혜를 불자들이 체득해 일반적인 용어로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초기경전 공부가 끝나는 대로 대승불교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는 전현수 박사. 끊임없이 불교를 공부하고 이를 일상에 적용하고 실천해 가는 그는 재가 수행자의 삶이 무엇인지를 일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출처-현대불교(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4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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