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시라바라밀은 어떻게 원만해지는가? |
[답]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청정한 계법을 보호해 지니기를 마치 수타수마(須陀須摩)44)왕이 겁마사파타(劫磨沙波陀)45)대왕 때문에 목숨을 버리게 되었더라도 금계(禁戒)를 범하지 않는 것과 같다. |
옛날에 수타수마왕이 있었는데, 이 왕은 정진하고 계율을 지키며 항상 진실한 말을 했다. 어느 날 새벽에 수레를 타고 채녀들을 데리고 동산에 가서 노닐려 했다.
성문을 나서는데 어떤 바라문이 와서는 구걸하며 왕에게 말했다. |
“왕께서는 큰 복덕을 지니신 분이시고 저는 빈궁한 자이니, 가엾이 여기시어 적당히 베풀어 주옵소서.” |
왕이 말했다. |
“좋다. 그대가 요구하는 대로 주리라. 그러나 내가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기다려라.” |
44) 범어로는 Sutasoma. |
45) 범어로는 Kalmāṣapāda. |
[178 / 805] 쪽 |
이렇게 말을 남기고 동산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면서 즐기는데, 이때 녹족(鹿足)46)이라 불리는 두 날개 가진 왕이 허공으로 날아와서 궁녀들 사이에서 왕을 잡아가니, 마치 금시조가 바다에서 용을 잡아가는 것 같았다. 궁녀들이 통곡하니 온 동산이 진동하고 성 안팎이 깜짝 놀라 슬픔에 잠겼다. |
녹족은 왕을 지고 허공으로 날아가서는 머무는 곳에 이르러 99명의 왕들 틈에다 놓으니, 수타수마왕은 비 오듯 눈물을 흘렸다. |
녹족왕이 말했다. |
“위대한 찰리왕이시여, 그대는 어찌하여 어린 아기처럼 울고 있는가? 사람이 나면 죽음이 있고 모이면 이별이 있는 것이다.” |
수타수마왕이 대답했다. |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신용을 잃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데 오늘 아침 성문을 나올 때 어떤 바라문이 와서 나에게 구걸을 하기에 돌아오거든 주겠노라고 했다. |
항상할 수 없음[無常]을 생각하지 못한 채 그의 마음을 저버려서 스스로 남을 속이는 죄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우는 것이다.” |
녹족왕이 말했다. |
“그대의 뜻이 그처럼 거짓말을 한 것을 두려워 하니, 그대를 다시 돌아가도록 허락하노라. 7일 동안 바라문에게 보시를 하고 나서 다시 돌아오라. 만일 7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나에게는 두 날개의 힘이 있으니, 그대를 잡아가는 일이 어렵지 않다.” |
수타수마왕은 본국으로 돌아와서 마음껏 보시를 하고 태자에게 왕위를 넘겨 준 뒤에 백성들을 모두 모아 놓고 참회의 말을 했다. |
“나는 지혜가 온 백성에 두루하지 못하고 다스리는 법이 법답지 않았다. 다만 진심으로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지금 나의 몸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떠나노라.” |
온 나라의 백성들과 친척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만류했다. |
“원컨대 대왕이시여, 의지를 굳게 하시어 이 나라를 자비로써 보호하소서. |
46) 범어로는 Kalmāṣapāda. 음역해서 겁마사파다(劫磨沙波陀)라고도 한다. |
[179 / 805] 쪽 |
녹족귀왕(鹿足鬼王) 같은 이의 말을 개의치 마시고 무쇠 집을 짓고 날랜 군사를 배치하셔야 합니다. 녹족이 비록 신이라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
왕이 말했다. |
“그렇지 않다.” |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
진실한 말은 으뜸가는 계율이요, |
진실한 말은 하늘에 오르는 사다리다. |
진실한 말은 작지만 크고 |
거짓말은 지옥에 빠진다. |
나는 이제 진실한 말을 지키니 |
설사 몸과 목숨을 잃을지라도 |
후회하는 마음이 없다. |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길을 떠나 녹족왕에게 이르렀다. 녹족은 멀리서 보고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그대는 진실한 말을 하는 사람이구나. 신용을 잃지 않았다. 일체의 사람은 모두 몸과 목숨을 아끼는데 그대는 죽음에서 벗어남을 얻었거늘 다시 신용을 지키러 왔구나. 그대는 큰 사람이다.” |
이때 수타수마왕이 진실한 말로 찬탄했다. |
“진실한 말을 하면 사람이요, 진실치 못한 말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
이와 같이 갖가지로 진실한 말을 찬탄하고 거짓말을 나무라니, 녹족왕이 듣고 신심(信心)이 깨끗해져서 수타수마왕에게 말했다. |
“그대는 지금 이 법문을 잘 말해 주었다. 이제 그대를 놓아 주노니, 그대는 이미 풀려났다. 그리고 99인의 왕들도 그대에게 주겠으니, 마음대로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라.” |
이렇게 말하자 백 명의 왕이 제각기 자기의 나라로 돌아가니, 이러한 갖가지 본생의 모습이 시라바라밀의 만족함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39. ★ 지계 바라밀의 성취 : 약속, 신용, 진실된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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