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여섯인가? 곧 단(檀)바라밀35)․시라((尸羅))바라밀36)․찬제(羼提)바라밀37)․비리야(毘梨耶)바라밀38)․선(禪)바라밀39)․반야(般若)바라밀40)이다. |
[문] 단바라밀은 어떻게 하면 성취되는가? |
[답] 일체에 능히 베풀어 걸림이 없고, 몸으로써 보시할지라도 아끼는 생각이 없는 것이니, 마치 시비왕(尸毘王)41)이 비둘기에게 몸을 보시한 것과 같다. |
석가모니부처님의 본생은 시비(尸毘)라는 왕이었는데, 그 왕은 귀명구호다라니(歸命救護陀羅尼)를 얻어 크게 정진하되 자비한 마음이 있어 모든 중생을 보기를 마치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같이 하였다. |
그때 세상에는 부처님이 없으셨는데, 석제환인이 수명이 다해 임종하게 되자 이런 생각을 했다. |
“어디에 부처님의 일체지를 갖춘 사람이 계실까?” |
곳곳에 물었으나 의문을 풀지 못한 채 모두가 부처가 아님을 알았다. 그러자 곧 하늘로 돌아가 근심에 잠겨 앉아 있었다. |
이때에 요술에 능한 비수갈마천(毘首羯磨天)42)이 물었다. |
“천주(天主)43)께서는 어찌하여 근심하고 계십니까?” |
석제환인이 대답했다. |
35) 범어로는 dāna-pāramita. 단(檀)은 dāna이다. 베풂을 행해 완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이라고도 한다. |
36) 범어로는 śīla-pāramita. 시라(尸羅)는 śīla. 계를 지니어 완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계바라밀(持戒波羅蜜). |
37) 범어로는 kṣānti-pāramita 인욕을 행해 완전하게 만드는 일.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이라고도 한다. |
38) 범어로는 vīrya-pāramita. 노력을 다해 완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비리야(毘梨耶)는 vīrya이다.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이라고도 한다. |
39) 범어로는 dhyāna pāramita. 선(禪)을 닦아 완전한 마음의 평온을 이룸을 말한다. 선정바라밀(禪定波羅蜜)이라고도 한다. |
40) 범어로는 prājñāpāramita. |
41) 범어로는 Sivi. 석존은 전생에 한때 시비왕이었는데 그 몸을 비둘기에게 베풀었다고 한다. |
42) 범어로는 Viśvakarman. |
43) 범어로는 Deva-indra. |
[172 / 805] 쪽 |
“나는 일체지를 갖춘 분을 찾고 있는데 만나지 못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있다.” |
비수갈마가 말했다. |
“보시․지계․선정․지혜를 갖추신 대보살이 계시는데, 그는 오래지 않아 부처님이 되실 것입니다.” |
그리고 제석은 게송으로 말했다. |
보살이 큰 마음을 일으키고 |
물고기 새끼와 암수(菴樹)의 꽃, |
이 세 가지 일의 때는 많으나 |
결과를 맺는 때는 심히 적다네. |
이에 비수갈마가 말했다. |
“이 우시나(優尸那) 종족인 시비왕은 지계ㆍ정진ㆍ대자대비ㆍ선정․지혜로써 오래지 않아 부처를 이루실 것입니다.” |
석제환인이 비수갈마에게 말했다. |
“가서 시험해보면 보살의 모습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비둘기가 되라. 나는 매가 되리라. 그대는 거짓으로 겁을 내면서 왕의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거라. 내가 그대의 뒤를 쫓으리라.” |
비수갈마가 말했다. |
“그는 대보살인데 어찌 그런 일로써 그를 괴롭히겠습니까.” |
석제환인이 게송으로 대답했다. |
나도 나쁜 마음은 아니다. |
순금은 시험해야 되듯 |
나도 보살을 시험하여 |
그 마음, 정해져 있는가를 알련다. |
이 게송을 읊자마자 비수갈마는 스스로의 몸을 바꾸어 곧 한 마리의 눈과 발이 붉은 비둘기로 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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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제환인은 몸을 바꿔 한 마리의 매로 변하더니 급히 날아 비둘기를 쫓았다. 비둘기는 곧장 날아 왕의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서 온몸을 떨면서 눈알을 굴리며 다급한 소리를 질렀다. |
이때 여러 사람이 |
서로 말하기를 |
이 왕은 매우 인자하시어 |
일체를 잘 보호하시리라. |
이 작은 새, 비둘기가 |
제집에 들듯이 돌아오니 |
보살의 모습이 이러한 것이매 |
오래지 않아 부처를 이루리라. |
이때에 매가 가까운 나무 가지 위에 앉았다가 시비왕에게 말했다. |
“내 비둘기를 돌려주시오. 그것은 내가 받은 것입니다.” |
왕이 매에게 말했다. |
“내가 먼저 이것을 받았다. 네가 받은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에 뜻을 세울 때 ‘이 일체 중생을 받아들여 모두를 제도하리라’ 하였느니라.” |
매가 따졌다. |
“왕께서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셨다면 나 역시 그 일체 중생이 아니겠습니까. 어째서 나만은 가엾이 여기지 않으시고 게다가 내가 오늘 먹을 먹이를 빼앗으십니까.” |
왕이 물었다. |
“그대는 어떤 먹잇감을 찾는가? 내가 일찍이 서원하되 ‘어떤 중생이 와서 나에게 귀의하면 반드시 그를 구호해 주리라’ 했다. 그대는 어떤 음식을 바라는가? 그것 역시 주겠노라.” |
매가 말했다. |
“나는 바로 잡은 따뜻한 고기를 원합니다.” |
[174 / 805] 쪽 |
이에 왕이 생각했다. |
“이와 같은 것은 얻기 어렵다. 스스로 산 것을 죽이지 않고서는 얻을 길이 없다. 어찌하면 좋은가. 하나를 죽여서 다른 하나에게 주어야 하겠는가.” |
그리고 생각이 정해지자 이렇게 게송으로 말했다. |
나의 이 육신은 |
항상 노․병․사에 속하고 |
머지않아 썩어 없어지리니 |
그가 요구하니 마땅히 주리라. |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사람을 불러 칼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다리의 살을 베어 매에게 주니, 매가 말했다. |
“왕께서 비록 더운 고기를 나에게 주셨으나 고기의 무게는 의당 비둘기와 같도록 주셔야 도리에 마땅할 것입니다. 왕께서는 저를 속이지 마십시오.” |
왕이 말했다. |
“저울을 가져오너라.” |
그리하여 살과 비둘기를 비교하니, 비둘기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왕의 살은 더욱 가벼워졌다. |
왕은 다시 사람을 시켜 두 다리의 살을 다 베게 하였으나 역시 가벼워서 모자랐다. |
다음에는 두 장딴지ㆍ두 팔ㆍ두 가슴ㆍ목ㆍ등을 베어 온몸의 살을 다해도 비둘기는 역시 무겁고 왕의 살은 여전히 가벼웠다. |
이때 왕의 가까운 신하들과 친척들은 장막을 쳐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게 물리쳤다. |
“왕의 지금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없다.” |
시비왕이 말했다. |
“사람들을 막지 말라.” |
왕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도록 허용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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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사람과 아수라들 |
모두 와서 나를 보거라. |
큰 마음, 위없는 뜻으로 |
불도를 이루기 소원하노라. |
누구나 불도를 구하려면 |
이 큰 고통을 참아야 된다. |
그 마음 견고하지 못하면 |
곧 그 뜻을 쉬어야 하리. |
이때 보살이 피 묻은 손으로 저울을 잡고 올라서려 했다. 마음을 집중해 온몸으로 비둘기를 대신하려 했다. |
매가 말했다. |
“대왕이시여, 이 일은 어렵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십니까? 비둘기를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
왕이 말했다. |
“비둘기가 와서 내게 귀의했으니, 절대로 그대에게 줄 수는 없다. 나는 한량없이 몸을 잃었지만, 중생에게 이익을 주지는 못했다. 이제 몸으로써 불도를 구해 바꾸고자 한다.” |
그리고는 손으로 저울을 잡고 매달렸다. |
이때 보살은 살이 다하고 힘줄이 끊어져서 자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아무리 올라가려 해도 떨어지니, 스스로를 꾸짖어 말했다. |
“그대 스스로 견고히 하여 미혹하거나 괴로워 말라. 모든 중생이 근심과 고통의 큰 바다에 빠져있다. 그대 혼자 큰 서원을 세워 모두를 제도하고자 했거늘 어찌하여 게을리 하고 괴로워하고 있느냐?
이 고통은 심히 적고 지옥의 고통은 심히 많으니, 이 모습으로 견주어 보건대 16분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는 이제 지혜․정진․지계․선정이 있건만 그래도 이 고통을 걱정하거늘 하물며 지옥의 지혜 없는 무리들이겠는가.” |
이때 보살은 일심으로 저울에 오르고자 하여 매달리면서 곁의 사람에게 자신을 부축해 달라고 말했다. |
[176 / 805] 쪽 |
이때 보살은 마음이 결정되어 후회가 없었으니, 모든 하늘․용왕․아수라․귀신․사람들이 모두 크게 칭찬해 말했다. |
“한 마리의 작은 새를 위해서 이와 같으니, 이 일은 희유한 일이로다.” |
그러자 곧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했다. 대해에서는 파도가 일고 마른 나무에 꽃이 폈다. 하늘에서는 향기로운 비와 아름다운 꽃이 흩날렸으며, 천녀(天女)들은 노래로써 찬탄하였다. |
“반드시 성불하시리라.” |
이때 사방의 신선들이 모두 모여와서 이렇게 찬탄했다. |
“이는 참으로 보살이다. 반드시 일찍 성불하실 것이다.” |
그러자 매가 비둘기에게 말했다. |
“이렇게 시험해 보았으나 끝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니, 이는 참으로 보살이다.” |
그리고는 곧 게송으로 말했다. |
자비의 땅에 돋으신 |
온갖 지혜의 나무를 |
우리들은 공양할지언정 |
근심․걱정 드려서는 안 되리라. |
비수갈마가 석제환인에게 말했다. |
“천주여, 그대는 신통력이 있으니, 이 왕의 몸을 본래와 같이 회복시켜 드려라.” |
석제환인이 말했다. |
“내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 이 왕께서는 스스로 서원을 세워 그 마음 몹시 기뻐하며, 일체 중생 모두가 불도를 구할 생각을 일으키게 하신다.” |
제석이 다시 왕에게 물었다. |
“그대는 고통스럽게 살을 베어도 마음이 괴롭고 다하지 않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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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 805] 쪽 |
왕이 말했다. “내 마음은 기쁘니, 괴롭지도 않고 다하지도 않는다.” |
제석이 말했다. |
“누가 그대의 마음이 다하지 않는 줄을 믿겠는가?” |
이때 보살이 진실한 서원을 세웠다. |
“나는 살을 베이고 피가 흘러도 성을 내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다. 일심으로 번민함도 없이 불도를 구하는 자이기에 내 몸은 곧 본래와 같이 회복되어지이다.” |
말을 마치자마자 몸은 다시 본래와 같이 회복되니, 사람과 하늘이 이것을 보고는 모두 크게 감격해 기뻐하면서 말했다. |
“처음 보는 일이로다. 이 대보살은 반드시 부처를 이루실 것이다. 우리들은 정성을 다하여 공양드려야 하리라. 원하옵건대 빨리 불도를 이루시어 저희들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
이때 석제환인과 비수갈마는 제각기 하늘 세계로 돌아갔다. |
이와 같은 갖가지 모습을 단바라밀의 원만함이라 한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38. 석가모니 부처님의 육신 공양 : 보시 바라밀의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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