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어떤 공덕을 얻어야 부처라 하는가? |
[답] 진지(盡智)104)와 무생지(無生智)105)를 얻기 때문에 부처이다. |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
“부처님은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不共法)을 얻어 세 가지에 통달하고 장애가 없어 세 가지 마음이 그친다. 즉
첫째는 제자가 가르침을 받고는 공경하고 존중하여도 부처님은 기뻐함이 없다. 둘째는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고서 공경하거나 존중하지 않아도 부처님은 근심치 않는다. 셋째는 공경하고 존중하거나 공경하고 존중하지 않거나 마음에 변함이 없다.
크게 자비로우며 37조도품과 일체법의 총상(總相)106)과 별상(別相)107)을 모두 다 알기 때문에 부처님이라 한다.” |
[문] 어째서 불도를 얻기 전에는 보살이라 하고, 불도를 얻은 뒤에는 보살이라 하지 않는가? |
[답] 불도를 얻기 전에는 마음에 애착이 있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려 한다. 그러므로 보살이라 한다. 이미 불도를 얻었다면 다시 부처님의 갖가지 특이한 큰 공덕을 얻는 까닭에 다시 다른 이름이 생기니 일컬어 부처님이라 한다. |
비유하건대 왕자가 아직 왕이 되지 못했다면 일컬어 왕자라 하거니와 이미 왕이 됐다면 왕자라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보살 역시 그와 같아서 불도를 얻기 못했다면 보살이라 하지만 이미 불도를 얻었다면 부처라 하는 것이다. |
102) 범어로는 Nanda. |
103) 범어로는 madhumaireya. |
104) 범어로는 kṣayajñāna. |
105) 범어로는 anutpādajñāna. |
106) 범어로는 sarvadharma-lakṣaṇajñāna. |
107) 범어로는 svasāmānya-lakṣaṇajñāna. 사물에 존재하는 특별한 상(相)을 말한다. |
[192 / 805] 쪽 |
성문의 가르침 가운데 마하가전연니자(摩訶迦旃延尼子)108)의 제자들은 보살의 정의를 그처럼 설명했다. |
한편 마하연(摩訶衍)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
“이 가전연니자의 제자들은 생사 속의 사람이라 마하연의 경전을 읽지도 외우지도 않고 큰 보살도 아니다. 모든 법의 실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스스로가 영리한 근기이고 지혜롭다 여기어 불법 안에서 토론을 전개해 모든 번뇌[結使]와 지혜와 선정과 근(根) 등에 대해 정의하건데 도리어 곳곳에 실수가 있다. 그러니 하물며 보살에 대해 논할 수 있으랴. |
비유하건대 힘이 적은 사람은 작은 개울을 뛰어 건너려는 것과 같으니, 그조차 지날 수 없거늘 하물며 큰 강을 건널 수 있으랴. 큰 강에서 빠져 죽을 것이 틀림없다고 아는 것이다.” |
[문] 무엇을 실수라 하는가? |
[답] 위에서 말했듯이 3아승기(阿僧祇)가 지나야 보살이라 한다. 3아승기 동안에 머리․눈․골수․뇌까지를 보시하여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나니, 이는 아라한이나 벽지불들로서는 미치지 못하는 바이다. |
옛날 보살이 대살타바(大薩陀婆)109)로 있을 적에 큰 바다를 건너는데 모진 바람이 불어와서 배를 부수거늘 여러 장사꾼들에게 말하기를 “나의 머리칼이나 손․발을 잡아라. 그대들을 건너가게 해 주리라” 했다.
여러 사람이 잡자마자 칼을 뽑아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으니, 바다의 법은 시체를 머물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110) 때마침 질풍이 불어 와서 기슭에 이르렀다. |
거룩한 자비가 이러하거늘 그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
이 보살이 두 번째 아승기겁에서 행이 다 차고 아직 세 번째 아승기겁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연등불(燃燈佛)111)이 계신 곳에서 부처가 되리라고 수기를 받았다. |
108) 범어로는 Mahākātyāyanīputra. |
109) 범어로는 mahāsattva. |
110) 곧 바다는 시체를 그대로 두지 않으려고 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
111) 범어로는 Dīpaṃkara. 석가모니부처님에게 미래불의 수기를 주신 과거세의 부처. 석가모니 부처 이전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스물 네 분의 부처 가운데 한 분이다. |
[193 / 805] 쪽 |
곧 바로 허공으로 올라가서 시방의 부처님을 뵙고 허공에 서서 연등부처님을 찬탄했다. 그러자 연등부처님은 말씀하셨다. |
“그대는 한 아승기겁을 지나면 반드시 석가모니라 불리는 부처가 되리라.” |
수기를 얻는다 함은 이러한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그 시절은 아직 보살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 어찌 큰 실수가 아니겠는가. |
가전연니자의 제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
“3아승기겁을 지나지 않은 동안에는 부처님의 상호도 없고, 부처님의 상호의 인연을 심는 일도 없거늘 어떻게 그가 보살임을 알겠는가? 보살은 모든 법은 먼저 형상이 있은 뒤에 그 실(實)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만일 모양이 없었다면 알 수가 없다.” |
이에 대해 마하연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
“수기를 받고 부처가 되어 허공에 올라서 시방의 부처님을 뵈었으니 이 어찌 위대한 상호가 아니겠는가? 부처님에게서 수기되어 비로소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부처가 될 수 있었다면, 이는 곧 위대한 상호이다. 이 위대한 상호를 버리고 32상을 취하니, 32상은 전륜성왕에게도 있다. 여러 하늘이나 마왕들도 곧잘 이 상을 만들어 내며, 난타(難陀)나 제바달 등도 모두 32상이 있다. |
바발례(婆跋隷)112) 바라문은 세 가지 상호가 있고 마하가섭의 부인도 금빛 상호가 있었다. |
요즘 사람들에게도 각각 하나 혹은 두 개의 상호는 있나니, 푸른 눈․긴 팔․상체가 사자 같음 등 갖가지로 많거나 적거나 하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이 상호만을 소중히 여기는가? 도대체 어느 경에서 ‘3아승기겁 동안에 보살은 상호의 인연을 심지 않는다’ 하였는가? |
예컨대 난타가 비바시불을 목욕시켜 드리고는 청정하고 단정하게 될 것을 서원한 것과 같은 일이다. 곧 그는 어느 벽지불의 탑에 푸르고 검은 칠을 해주고 벽지불의 상(象)을 만들고는 ‘나는 항상 금빛 몸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서원하였으며, 또한 가섭불의 탑 가운데 층계를 만들어 주었다. |
112) 범어로는 Bāva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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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 복덕의 인연 때문에 세세에 즐거움을 받고,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단정한 몸을 얻었으며, 이 복덕의 나머지로 가비라바의 석가 종족에 태어나서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서른 가지 대인의 모습을 얻어 청정하고 단정했으며, 출가하여서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5백 제자 가운데서 난타 비구가 단정함이 제일이다”고 하셨으니, 이 모습은 얻기가 쉽거늘 어찌하여 91대겁(大劫) 동안에 심어서 나머지 한 겁 동안에 상호를 얻는다 하는가? 이것이 큰 실수이다. |
[문] 그대가 말하기를 “처음 아승기겁 동안에는 부처가 될지 안 될지 모르며, 둘째 아승기겁 동안에는 부처가 될 줄은 알지만 자기 입으로 말을 하지 않고, 셋째 아승기겁 동안에는 부처가 될 줄도 알고 남에게 이야기도 한다” 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어디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가? 어느 경에 그런 말이 있는가? 성문법의 삼장에서 말했는가? 아니면 마하연 가운데에서 말했는가? |
[답] 가전연니자의 제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
“비록 부처님께서 직접 3장 가운데에서 말씀하시지는 않았으나 뜻으로 보아서는 이와 같다. 아비담비바사(阿毘曇鞞婆沙)113)의 보살품 가운데 이와 같이 설해져 있다.” |
마하연 가운데 초발심을 설하기를 “이때 내가 부처를 이루리라는 것을 안다”고 한다. 아차라(阿遮羅)114)보살과 같은 이는 장수부처님[長手佛]에게 처음으로 발심한 때 금강좌처에 이르러 불도를 이루기까지 그 중간에 뒤바뀌거나 부정한 마음이 나지 않았다.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115)에는 네 종류의 보살이 네 종류의 수기(受記)116)를 받는다고 한 것과 같다. 곧 아직 발심하지 않았는데 수기를 받는 경우, 발심했을 때에 맞춰 수기를 받는 경우, 이전에 수기를 받았건만 자신은 전혀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아는 경우, 이미 수기를 받았는데 자신도 다른 사람도 모두 아는 경우이다. |
113) 범어로는 Abhidharmavibhāṣā. |
114) 범어로는 Acala. |
115) 범어로는 Śūraṃgamasamādhi. |
116) 범어로는 vyākaraṇa. 미래에 대한 ‘예언’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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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어찌하여 “둘째 아승기겁에서 수기를 받은 줄을 아나 스스로가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가? |
또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한량없는 아승기겁 가운데 공덕을 지어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다” 하셨는데 어째서 3아승기겁이라 하는가? 3아승기겁이라 하면 분량이 있고 한도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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