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華嚴經) 보살 수행 52위(位)>
강화도 고려산 적석사 보살상
초기불교에서는 사문으로서 최고위인 아라한이 되기 위한 수행단계를 성문사과(聲聞四果) 혹은 사문4과(沙門四果)라 하고, 줄여서 4과(四果)라고 했는데, 수다원(須陀洹), 사다함(斯陀含), 아나함(阿那含), 아라한(阿羅漢)의 네 단계가 있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보살의 수행단계를 세분해서 52단계로 나누었다. <화엄경>을 보면,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단계를 십신(十信),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 등각(等覺), 묘각(妙覺)의 52위로 나누었다.
이 52위 중 맨 처음인 십신(十信)은 부처님을 만나서 부처님을 따르고 믿는 것이 열 단계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면 불법 안에 완전히 정착하게 되는데, 거기에도 십주(十住)라는 열 단계가 있다. 그것이 깊어지면 그 다음 단게는 열 단계의 실천인 십행(十行)을 닦는다. “나는 보현보살행을 할 것이다. 나는 관세음보살행을, 나는 지장보살행을 할 것이다.” 하는 식으로 서원을 세워 실천해 간다.
그러다가 좀 더 경지에 깊어지면 회소향대(廻小向大)란 말이 있는데, 작은 것을 돌이켜 큰 것을 향한다는 말로서, 보다 높고 깊은 세계로 들어가 진실한 열 단계의 회향[십회향(十回向)]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했지만 이제부터는 중생의 성불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큰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단계가 더욱 깊어지면 우주와 삼라만상의 진리와 실상을 바로 보게 되는 지혜가 뚫리게 된다. 이 과정이 십지(十地) 열 단계이다.
그리고 그 지위가 지나면 거의 성불에 이르는 등각(等覺)의 단계에 이르게 되고, 드디어 깨달음을 얻어 불지위(佛地位)에 오르는 묘각(妙覺)을 얻게 된다. 그리하여 전체 52위가 되는 것이다.
또 <화엄경> 중 「입법게품」에 나오는 선재(善財)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가는 과정은 바로 이 대승 52위를 나타낸다고 하겠다. 처음과 마지막에 문수보살을 친견하게 되니 결국에 52 선지식을 만나게 돼, 바로 이 대승 52위를 실천해 가게 된다. 그래서 한 선지식을 만나게 될 때마다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다.
수행 52위는 <화엄경(華嚴經)> 외에도 <법화경(法華經)>,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 <능엄경(楞嚴經)>, <범망경(梵網經)>, <금강삼매경(金剛三昧經)> 등 많은 경전에 설해져 있다. 즉, 52위는 보살(菩薩)이 처음에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면서부터 인행을 닦아서 수행의 공덕을 쌓아 부처의 과보를 이루기까지 계위(階位)를 일컫는다.
이는 십신(十信),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의 50위와 부처님 지위인 등각(等覺)과 묘각(妙覺)으로 나눈다. 이 52단계 계위는 부처님 경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조직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원인과 결과가 서로 계속되며 차례차례 위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여기서는 편의상 <60화엄경>을 중심으로 이들 각각의 위계(位階)를 설주(說主)와 설처(說處)에서 본 52계위를 살펴본다.
첫째, 이 경의 주불(主佛)이자 삼불이 원융한 진여법신 비로자나불은 설법을 하지 않는다. 각 회(會)마다 부처님은 미간백호(眉間白毫) 등 신체 각 부위에서 광명(光明)만을 놓고, 부처님을 대신해 여러 보살들이 법(法)을 설한다. 그러나 여기서 두 품(二品)만은 예외다. 제25 심왕보살문아승지품과 제30 불소상광명공덕품만은 보살이 질문을 하고 부처님이 그 답을 하고 있다.
둘째, 설법장소가 다양하다. 지상의 적멸도량(寂滅道場)을 위시해서 천상의 도솔천(兜率天)에 이르기까지 그 장소가 다양한데, 일곱 곳에서 여덟 번 설법을 하는 형식이고, 보광법당(普光法堂)에서는 두 번 설법이 있다.
셋째, 설법장소가 철저하게 보살의 수행계위(階位)를 염두에 두고 구상됐다. 경의 서분(序分)인 제1 적멸도량회(寂滅道場會)를 빼놓고, 제2 보광법당회(普光法堂會)로부터, 제8 서다원림회(誓多園林會)까지에 보살 52계위를 배당한다. 여기서 이 경의 설처(說處)와 설주(說主)를 살펴보면,
제1 적멸도량회(寂滅道場會) - 보현보살(普賢菩薩)
제2 보광법당회(普光法堂會) - 문수보살(文殊菩薩)
제3 도리천궁회( 利天宮會) - 법혜보살(法慧菩薩)
제4 야마천궁회(夜摩天宮會) - 공덕림보살(功德林菩薩)
제5 도솔천궁회(兜率天宮會) - 금강장보살(金剛藏菩薩)
제6 타화천궁회(他化天宮會) - 금강당보살(金剛幢菩薩)
제7 중회보광법당(重會普光法堂會) - 보현보살(普賢菩薩)
제8 서다원림회(誓多園林會) - 문수, 보현보살
• 10신(十信), 여기서 ‘신(信)’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어 의심이 없는 지위를 말하는데, 10신(十信)은 10주(十住)의 제1 발심주(發心住)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새로 발심(發心)한 범부 보살(凡夫菩薩)로서 아직도 견사(見思)의 혹(惑)을 단절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신심(信心)이 퇴전(退轉)할 수 있는 지위이다.
• 10주(十住)는 신심을 다져 부처님 땅에 머문다는 뜻으로 보살이 큰마음을 일으킴으로써 미묘한 진리의 도(道)에 들어가는 단계를 말하며,
• 10행(十行)은 10신, 10주에서 이미 불자(佛子)가 돼 구족(具足)한 자리(自利)에 이타(利他)의 원만한 공능(功能)을 갖추는 수행단계를 말하고,
• 10회향(十廻向)은 보살수행이 대비심(大悲心)으로 일체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그 동안의 모든 공덕을 회향하는 수행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에서는 견사혹(見思惑)과 진사혹(塵沙惑)을 모두 멸진(滅盡)시켰기 때문에 불퇴위(不退位)라고 하고, 3현(三賢)이라고도 하며, 또는 수행해 성인(聖人)으로 향하는 자량(資糧)을 갖추었다는 뜻으로 자량위(資糧位)라고도 한다.
• 10지(十地) - 위에서 말한 10주(十住), 10행(十行), 10회향(十廻向)의 삼현(三賢) 수행을 마치게 되면 10지(十地)보살 수행에 들어가게 되는데, 10지는 무명(無明)을 단절한 보살로서, 수습위(修習位)라고도 한다.
• 등각(等覺)과 묘각(妙覺) - 10지 수도(修道)를 이루면 등각(等覺)에 오르는데, 등각이란 부처님의 깨달음과 똑같이 되는 지위를 말한다. 이어서 묘용을 갖춘 깨달음(妙覺)을 증득하게 되는데, 무명(無明)을 완전히 단절한 부처님 경지로, 부처님 깨달음의 경지가 참으로 묘하기 때문에 묘각(妙覺)이라고 한다. 이처럼 초발심(初發心)에서부터 묘각(妙覺)의 불신(佛身)을 성취할 때까지의 계위를 구분한 것이 52위이다. 52위의 구체적인 - 간추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십신(十信) -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 52위 중 처음의 10위.
① 신심(信心) - 어떻게 믿을 것인가를 아는 것.
② 염심(念心) - 부처를 어떻게 염해 간직할 것인가를 아는 것.
③ 정진심(精進心) - 믿음을 향해 어떻게 정진할 것인가를 아는 것.
④ 혜심(慧心) - 어떻게 지혜를 닦을 것인가를 아는 것.
⑤ 정심(定心) - 어떻게 마음을 안정시킬 것인가를 아는 것.
⑥ 불퇴심(不退心) - 어떻게 물러서지 않는 믿음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아는 것
⑦ 호법심(護法心) - 어떻게 진리를 지킬 것인가를 아는 것.
⑧ 회향심(廻向心) - 어떻게 실천의 방향을 잡을 것인가를 아는 것.
⑨ 계심(戒心) -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아는 것.
⑩ 원심(願心) - 어떻게 소원해야 할 것인가를 아는 것.
2. 십주(十住) -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階位)인 52위 중, 제11위~20위. 10신위(信位)를 지나서 마음이 진제(眞諦)의 이치에 안주(安住)하는 위치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주(住)라 함.
① 발심주(發心住) - 이미 십신(十信)을 성취해 널리 지혜를 구하는 위로서 관법이 완성돼 지혜에 안주하는 지위.
② 치지주(治地住) - 항상 공관(空觀)을 닦아 심지(心地)를 청정하게 다스리는 지위.
③ 수행주(修行住) - 만선만행(萬善萬行)을 닦는 경지.
④ 생귀주(生貴住) - 새사람이 돼 여래의 가문에 태어날 수 있는 경지.
⑤ 구족방편주(具足方便住) - 부처님과 같이 자리이타 방편행을 갖추어 상모(相貌-얼굴)가 결함이 없는 경지.
⑥ 정심주(正心住) - 용모가 부처님과 같을 뿐만 아니라 마음도 똑같은 경지.
⑦ 불퇴주(不退住) - 몸과 마음이 날마다 자라 물러서지 않는 지위.
⑧ 동진주(童眞住) - 천진한 동자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그릇된 견해에 빠지지 않고 보리심을 영원히 등지지 않는 경지.
⑨ 법와자주(法王子住) -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지해(智解)가 생겨, 다음 세상에 부처님 지위를 잇는 것. 즉, 진리의 상속자가 되는 지위.
⑩ 관정주(灌頂住) - 지혜의 법수(法水)를 정수리에 붓듯 마음을 다지는 지위.
3. 십행(十行) - 보살이 수행하는 52위 중, 10신(信). 10주(住)에서 나아가 제21위~30위까지의 지위. 보살이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실천하고, 중생교화에 실천 정진하는 지위를 10행으로 나눈 것.
① 환희행(歡喜行) - 큰 시주(施主)가 돼 언제나 베풀어 중생을 기쁘게 하는 지위.
② 요익행(饒益行) - 깨끗한 계율을 지켜, 중생교화에 실천 정진하는 지위.
③ 무진한행(無瞋恨行) - 인욕을 닦아서 어떤 경우에도 화내지 않고 원망하지 않으며, 후회하지 않는 지위.
④ 무진행(無盡行) - 무량겁(劫) 정진해 진리를 구하고, 중생을 제도해 널리 선법을 행하는 지위.
⑤ 이치란행(離癡亂行) - 어리석고 문란하지 않는 지위.
⑥ 선현행(善現行) - 솔선수범해서 선행하는 지위.
⑦ 무착행(無着行) - 선행에도 집착하지 않는 지위.
⑧ 존중행(尊重行) - 일체중생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지위.
⑨ 선법행(善法行) - 정법에 어긋나지 않는 지위.
⑩ 진실행(眞實行) - 진리에 따라 진실 되게 사는 지위.
4. 십회향(十廻向) - 보살이 수행하는 52위(位) 중에서, 제31~제40위까지. 모든 공덕을 부처님과 중생들에게 돌려주는 지위.
① 구호일체중생리중생상회향(救護一切衆生離衆生相廻向) - 공덕을 중생에게 회향해 모든 중생을 차별하지 않고 구제하고 보호함을 말함.
② 불괴회향(不壞廻向) - 굳은 믿음을 중생에게 돌려 중생이 이익을 얻게 함.
③ 등일체제불회향(等一切諸佛廻向) - 마음에 중도의 바른 생각이 있으므로 모든 부처님과 동등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회향.
④ 지일체처회향(至一切處廻向) - 모든 부처님이 계신 곳에 이르러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하기를 발원하는 회향.
⑤ 무진공덕장회향(無盡功德藏廻向) - 끝없는 공덕을 중생에게 돌려 중생이 그 공덕을 얻도록 하는 것. 다함이 없는 공덕장(功德藏)을 베푸는 회향,
⑥ 입일체평등선근회향(入一切平等善根廻向) - 자신이 닦은 청정한 일을 중생에게 회향해 중생이 청정한 일을 하게 하는, 선악불이(善惡不二)를 관(觀)하는 지위.
⑦ 등수순일체중생회향(等隨順一切衆生廻向) - 모든 중생을 선악으로 구별하지 않고 편애하지 않는 마음으로 접촉하는 회향.
⑧ 진여상회향(眞如相廻向) - 진여의 참된 마음에 따라 이루어진 여러 선근을 회향하는 것.
⑨ 무박무착해탈회향(無縛無着解脫廻向) - 집착하지 않고 해탈한 마음으로 자신이 닦은 청정한 일을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
⑩ 입법계무량회향(入法界無量廻向) - 중도 진여를 관함으로써 한량없는 모습을 그 참모습으로 깨달아 들어가는 회향.
5. 십지(十地) - 보살이 수행하는 제41위~제50위까지 온갖 중생을 교화 이익케 하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가 만물을 싣고 이를 유익하게 함과 같으므로 지(地)라 한다.
① 환희지(歡喜地) - 보살이 수행을 하다가 깨달음의 눈이 뜨여 처음으로 불법의 이치를 깨달아 기쁨으로 가득 찬 제1단계 경지.
② 이구지(離垢地) - 수혹(修惑)을 끊고 범계(犯戒)의 더러움을 없애 몸을 깨끗하게 하는 지위.
③ 발광지(發光地) - 수혹(修惑)을 끊어 지혜의 광명이 나타나는 지위.
④ 염혜지(焰慧地) - 수혹(修惑)을 끊어 지혜가 더욱 치성하는 지위.
⑤ 난승지(難勝地) - 수혹(修惑)을 끊고 진지(眞智) 속지(俗智)를 조화하는 지위.
⑥ 현전지(現前地) - 수혹(修惑)을 끊고 최승지(最勝智)를 내어 무위진여(無爲眞如)의 모양이 나타나는 지위.
⑦ 원행지(遠行地) - 수혹(修惑)을 끊고 대비심을 일으켜, 성문승(聲聞乘)과 연각승(緣覺乘) 2승의 경지를 초월해 광대무변한 진리의 세계에 이르는 지위.
⑧ 부동지(不動地) - 수혹(修惑)을 끊고 이미 진여의 경지를 얻었으므로, 다시 동요되지 않는 지위.
⑨ 선혜지(善慧地) - 수혹(修惑)을 끊어 부처님의 10력(力)을 얻고, 지혜로서 올바르게 선도하는 지위.
⑩ 법운지(法雲地) - 수혹을 끊고 끝없는 공덕을 구비하고서 중생을 이익 되게 행하는 대자운(大慈雲)이 되는 지위.
6. 등각(等覺) - 등정각(等正覺)의 줄인 말로서 보살이 수행하는 지위 중에서 제51위(位)에 해당하며, 지혜가 만덕원만(萬德圓滿)한 부처님과 깨달음이 동등한 지위이고, 보살의 최고위(位)이다.
7. 묘각(妙覺) - 보살 수행의 52위인 마지막 지위로서 온갖 번뇌를 끊어버린 부처의 무상정각(無上正覺)을 말한다. 곧 부처의 지위에 올랐음을 뜻한다.
----------------------------------성불하십시오, 작성자 아미산(이덕호)
※이 글을 작성함에 많은 분의 글을 참조하고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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