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초품 중 불토원(佛土願)을 풀이함 |
[經]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받아들이기를 서원했다. |
[論] 보살들은 여러 부처님의 세계가 한량없이 장엄하고 깨끗함을 보고는 갖가지 서원을 일으킨다.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뭇 고통이 아주 없고 나아가서는 3삼(惡)1)의 이름조차 없는 것을 보고는 스스로 서원을 일으켜 말하기를 “내가 부처를 이루거든 그 세계에는 온갖 고통이 없고 나아가서는 삼악도의 이름조차도 없으리니, 반드시 이와 같아지리다” 한다. |
또한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7보(寶)2)로 장엄되어 있어 주야로 항상 청정한 광명을 뿜어 해와 달이 없는 것을 보고는 서원을 일으켜 말하기를 “내가 부처를 이루거든 그 세계에는 항상 장엄하고 깨끗한 광명이 있으리니, 반드시 이와 같이 되리다” 한다. |
또한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중생들이 모두가 10선(善)을 행하고 큰 지혜가 있으며, 의복과 음식이 생각하는 즉시 생겨나는 것을 보고는 서원을 일으켜 말하기를 “내가 부처를 이루거든 그 세계의 중생들의 의복과 음식도 반드시 이와 같아지리다” 한다. |
1) 탐ㆍ진ㆍ치의 3독을 말한다. |
2) 범어로는 sapta-ratna. 7보란 경전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금(金, suvarṇa)ㆍ은(銀, rūpya)ㆍ유리(琉璃, vaiḍūrya)ㆍ수정(水晶, sphaṭika)ㆍ차거(車渠, musāragalva)ㆍ산호(珊瑚, lohitamuktikā)ㆍ마노(瑪瑙, aśmagarba)를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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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떤 부처님의 세계는 순수하게 보살들만이 있는데, 부처님의 몸매와 같아 32상(相)3)이 있고 광명을 환하게 비추고, 나아가서는 성문이나 벽지불은 이름조차 없고 또한 여자도 없으며, 모두가 깊고 묘한 불도를 행하여 시방으로 유행하면서 일체를 교화한다. 이것을 보고는 서원을 일으켜 말하기를 “내가 부처를 이루거든 그 세계의 중생들도 반드시 이와 같아지리다” 한다. |
이와 같이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의 갖가지 장엄하고 깨끗함을 보고는 모두 얻겠다고 서원한다. 그러므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받아들이기를 서원하였다’고 한다. |
[문] 보살들은 행과 업이 청정하여 스스로 깨끗한 과보를 얻거늘 어찌하여 반드시 서원을 세운 뒤에야 그것을 얻는가? 비유하건데 농사짓는 이가 곡식을 얻는 것과 같으니, 어찌 다시 서원을 기다리겠는가. |
[답] 복을 짓되 원하는 것이 없으면 표방할 바가 없나니, 서원을 세워 인도자[導御]가 되어야 능히 이루어질 바가 있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금을 녹이는 일은 세공사의 뜻에 따를 뿐이요, 만들어질 금에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
“어떤 사람이 조그마한 보시의 복덕을 닦고 조그마한 지계의 복덕을 닦으면서 선법(禪法)을 알지 못하더라도 인간 세상에 부귀 안락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속에 항상 생각하고 집착하고 서원하여 버리지 않는다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부귀 안락한 인간으로 태어난다. |
또한 어떤 사람은 조그마한 보시의 복덕과 조그마한 지계의 복덕을 닦으면서 선법을 알지 못하더라도 사천왕천처(四天王天處)나 삼십삼천(三十三天)ㆍ야마천(夜摩天)4)ㆍ도솔타천(兜率陀天)ㆍ화락천(化樂天)[색욕을 전일하게 생각함으로써 변화한 색욕이 내게로 와서 나를 기쁘게 하는 곳]이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하늘은 남을 색욕의 경계로 만들어 그와 더불어 음욕을 행하며, 또한 전전하기를 이와 같이 하는 까닭에 타화자재라 한다.]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항상 원한다면 목숨이 다한 뒤에 제각기 원한 곳에 태어난다.” |
3) 범어로는 dvātriṃśa-lakṣaṇa. |
4) 범어로는 yāma. 6욕천의 제3천에 해당한다. 시분(時分)을 알고 5욕락을 즐기는 천으로 수명은 2천 세를 누린다고 한다. 이 하늘의 일주야는 인간의 2백 년에 해당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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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도 이와 같아서 깨끗한 세계로의 서원을 닦은 뒤에야 그것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원에 의해서 수승한 과보를 받게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또한 부처님의 세계를 장엄함은 커다란 일이어서 홀로 행해 공덕을 이룰 수 없는 까닭에 반드시 서원에 의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비록 소의 힘이 수레를 끌기에 족하지만 반드시 마부가 있어야 목적지에 이를 수 있는 것과 같다. 세계를 맑히고자 하는 서원 역시 그러하니, 복덕은 소와 같고 서원은 마부와 같은 것이다. |
[문] 서원을 세우지 않으면 복덕을 얻지 못하는가? |
[답] 비록 얻기는 하나 서원이 있는 것만 못하다. 서원은 능히 복을 도우니, 항상 행한 바를 생각하면 복덕이 자라나는 것이다. |
[문] 서원을 세워야 과보를 얻는다면 어떤 사람이 10악(惡)을 저지르고도 지옥에 태어나기를 서원하지 않는다면 지옥의 과보도 얻지 않아야 하리라. |
[답] 죄와 복에는 정해진 과보가 있지만, 다만 서원을 세운 이는 적은 복을 닦아도 원력 때문에 큰 과보를 얻게 된다.
앞에서 말하기를 ‘죄의 갚음은 괴롭다’고 하였는데, 일체 중생은 모두 즐거움을 얻으려 하지 괴로움을 원하는 이는 없다. |
그러므로 복에는 한량없는 과보가 있지만, 죄의 과보는 한량이 있는 것이다. |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가장 큰 죄는 아비지옥(阿鼻地獄)5)에서 한 겁(劫) 동안 과보를 받는 것이며, 가장 큰 복은 비유상비무상처에서 8만 대겁 동안 과보를 받는 것이다. 보살들이 세계를 맑히려는 서원 역시 한량없는 겁 동안 도에 들어가서 열반을 얻게 하니, 이것이 항상하는 즐거움[常樂]이다”고 한다. |
5) 범어로는 avici-mahānaraka. 무간지옥(無間地獄) 혹은 무택대지옥(無擇大地獄)이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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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니리품(泥黎品)에서는 “반야바라밀을 비방한 죄는 이 세계의 겁이 다하면 다시 다른 지방의 니리6) 가운데로 옮겨간다”고 하였거늘 어찌하여 가장 큰 죄는 지옥 안에서 한 겁의 과보를 받는다 하는가? |
[답] 불법은 중생을 위하여 두 가지 교화방법이 있으니, 하나는 불도요, 둘은 성문도이다. 성문도에서는 5역죄(逆罪)7)를 지은 사람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지옥의 과보를 한 겁 동안 받는다’ 하시고, 보살도에서 불법을 파괴한 사람에 대해서는 ‘여기서 겁이 다하면 다시 다른 곳으로 가서 한량없는 죄를 받는다’ 하셨다.
성문법에서 가장 으뜸가는 복은 8만 겁 동안 받고, 보살도에서 받는 큰 복은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받는다. |
그러므로 복덕은 반드시 서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한량없는 부처님의 세계를 받아들이고자 서원한다’고 말한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62. ★ 서원을 세워야 작은 공덕으로도 큰 과보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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