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64. 부처님께 법륜을 굴리시기를 간청하라. 권법청지, 소주세청지

수선님 2018. 12. 16. 12:45

[經] 능히 한량없는 부처님들께 청했다.

[論] 청하는 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처님이 처음 성도하셨을 때 보살이 밤낮으로 세 차례씩 여섯 차례 예배하여 청한 것이니,

곧 오른 어깨를 걷어 올리고 합장한 채 여쭙기를 “시방의 불국토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이 처음으로 불도를 성취하시고 아직 법륜을 굴리시기 전에 나 아무개는 일체의 부처님들께서 중생을 위해 법륜을 굴리셔서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기를 청합니다”라고 한 것이다.

 

둘째는 부처님들께서 한량없는 수명을 버리시고 열반에 드시려 할 때에 보살이 또한 밤낮으로 세 차례씩 오른쪽 어깨를 걷어 올리고 합장한 채 여쭙기를 “시방의 불국토의 한량없는 부처님들이시여, 나 아무개는 청하오니 세간에 오래오래 끝없는 겁 동안 머무시면서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중생들을 이롭게 하여 주옵소서”라고 한 것이다.

 

이것을 ‘능히 한량없는 부처님들께 청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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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부처님들의 법이란, 가르침을 설하여 널리 중생을 제도하셔야 하기에

청하건 청하지 않건 마땅히 그렇게 하셔야 하거늘 어찌하여 청을 기다리는가?

 

만일 목전에서 부처님들께 청한다면 이는 가능한 일이겠지만,

지금은 시방의 한량없는 불국토의 부처님은 눈으로 볼 수 없거늘 어찌 청할 수 있겠는가?

 

[답] 부처님들은 반드시 법을 설하시니,

남이 청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지만 청하는 이도 또한 복을 받아야 된다.

 

비록 대국의 왕에게는 맛좋은 음식이 많지만 드시라고 청하는 이에게는 반드시 복덕이 내려지는 것과 같다.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까닭이다.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들 모두가 즐거움을 얻게 하려고 생각하는 경우,

비록 그 중생은 즐거움을 받지 못해도 생각하는 이는 많은 복을 받는 것과 같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것도 그러하다.

 

또한 부처님들은 청하는 이가 없으면 바로 열반에 들어 설법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법화경(法華經)』9)에서 다보(多寶)부처님10)은 아무도 청하는 이가 없는 까닭에 곧 열반에 드셨다가 나중에 변화한 불신(佛身) 및 칠보탑으로 『법화경』을 설하시는 것을 증명해 주기 위해 잠시 나타나셨다고 했다.

 

또한 수선다(須扇多)부처님의 제자는 전생의 행이 아직 익어지지 않았기에 문득 버리고 열반에 드셨으니,

화불(化佛)로 머물기를 한 겁 동안 중생을 제도하셨다.

 

지금의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도를 얻으신 뒤 57일 동안 잠자코 계시어 법을 설하지 않으셨다.

 

스스로 말씀하기를 “나의 법은 심히 깊어서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다. 일체의 중생들은 세간의 법에 결박되고 집착되어 능히 이해할 자가 없다. 차라리 잠자코 열반의 즐거움에 드느니만 못하리라”고 하셨다.

  
  
  
9) 범어로는 Saddharmapuṇḍarīkasūtra.
10) 범어로는 Prabhūtaratna. 『법화경』의 진실된 뜻을 증명하기 위해 땅에서 솟아 드러난 보탑 가운데 머무는 부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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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여러 보살들과 석제환인과 범천왕과 하늘들이 합장하여 공경히 예를 올리면서 “중생들을 위하여 최초의 법륜을 굴리소서”라고 청했던 것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시고는 바라내(波羅奈)11)의 사슴동산으로 가셔서 법륜을 굴리셨다.

이와 같거늘 어찌 청해도 이익이 없다고 하겠는가.

 

 

또한 부처님이란 중생을 평등하게 바라보시어 귀천도 경중도 없다.

누구라도 청하기만 하면 그가 청하는 까닭에 법을 말씀해 주신다.

 

비록 중생이 면전에서 부처님께 청하지 않더라도 부처님은 항상 그 마음을 보시고 그의 청함을 들으신다.

 

설사 부처님들께서 직접 듣거나 보시지 않는다 해도

부처님께 청하면 복덕을 받거늘 하물며 부처님께서 다 듣고 보시고 계시거늘 어찌 이익이 없겠는가.

 

 

[문] 이미 부처님께 청한다면 이익이 있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꼭 두 가지 일로써 청해야만 하는가?

 

[답] 다른 것이라면 청할 필요가 없지만, 이 두 가지 일만은 꼭 청해야 된다.

 

만일 청하지 않는데도 말한다면 외도들이 비난하기를 “본체의 도는 항상 일정하거늘 어찌하여 법에 집착해서 말을 많이 하고 일을 많이 벌리는가”라고 하리라. 이런 까닭에 청을 기다려 말씀하신다.

 

또한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만일 모든 법의 모습을 알았다면 수명을 탐내어 오랫동안 세간에 머물지 말아야 하리라. 그런데 어째서 빨리 열반에 들지 않는가?”라고 한다. 이런 까닭에 반드시 사람이 청하기를 기다려 법륜을 굴리신다.

 

또한 청하기도 않았는데 말씀하시면 사람들이 말하기를 “부처님은 법에 애착되어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반드시 사람들이 청한 뒤에야 법을 펴신다.

 

외도들은 스스로가 법에 집착되어 청하건 청하지 않건 자진해서 남에게 말하지만

부처님은 모든 법에 집착하거나 애착하지 않으신다.

 

다만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사 부처님께 청하는 이가 있으면 부처님은 당장 말씀해 주신다.

부처님들께서는 청하는 이가 없는데도 최초의 법륜을 굴리시는 일은 없다.

  
  
  
11) 범어로는 Vārāṇas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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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게송이 있다.
  
  부처님들의 말씀은 무엇이 진실이며
  무엇이 진실하지 못함인가?
  진실함과 진실치 못함의
  두 가지 일을 얻을 수 없네.
  
  이와 같이 진실한 모습이니
  모든 법을 희롱삼지 않고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는 까닭에
  방편으로 법륜을 굴리신 것이다.
  

또한 부처님께서 청하는 이 없이 스스로 법을 말씀하신다면

이는 스스로 드러내 스스로 집착하는 것이 되어 응당 열네 가지 질문[難]에도 대답을 하셔야 하리라.

 

그러나 지금 여러 하늘들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함은 단지 노․병․사를 끊기 위함일 뿐 희론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까닭에 열네 가지 질문에 대답치 않아도 허물이 없다.

그러므로 꼭 청한 뒤에야 법륜을 굴리신다.

 

 

또한 부처님은 인간 세상에 태어나셔서 대인(大人)의 법을 부리시는 까닭에

비록 큰 자비가 있다 해도 청하지 않으면 말씀하지 않으신다.

 

만일 청하지 않았는데도 말씀하셨다면 외도에게 조롱을 받으실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반드시 청함을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외도들은 범천(梵天)을 숭상하는데, 범천이 스스로 부처님께 청하면 곧 외도의 마음도 굴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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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살의 법으로는 밤과 낮으로 세 차례씩 항상 세 가지 일을 행한다.

 

첫째는 이른 아침에 오른 어깨를 걷어 올리고 합장한 채 시방(十方) 부처님께 예를 올리면서 말하기를 “나 아무개는 이 세상이나 지난 세상, 한량없는 겁 동안에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악업의 죄를 시방 현재의 부처님께 참회하옵니다. 바라옵건대 모두 소멸케 해 주시고 다시는 짓지 않도록 해 주소서”라고 한다. 낮과 초저녁 그리고 저녁의 세 차례에도 이와 같이 한다.

 

둘째는 시방 3세의 부처님들이 행하신 공덕과 제자들의 공덕을 억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권하고 돕는다.

 

셋째는 현재 시방의 부처님들께 최초의 법륜을 굴리실 것을 삼가 청하고, 또한 부처님들께서 오래도록 세간에 머무시면서 한량없는 겁 동안 일체를 제도하고 벗어나기 해 주시기를 청한다.

 

보살이 이 세 가지를 행하면 공덕이 한량없고, 부처를 이루는 일에 가까이 가게 된다.

 

 

 

 

대지도론(大智度論) 64. 부처님께 법륜을 굴리시기를 간청하라. 권법청지, 소주세청지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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