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39. 本生經(본생경-자타카)

수선님 2018. 12. 23. 12:43


대부분 중고등학교시절 영어 독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 번쯤은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도 대학 1학년 시절 처음으로 일본어를 배울 때 일본어 독해를 위해 산 책이 <자타카>다. 그때는 불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별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자타카>는 나에게 단지 일본어 교재로써 교훈적인 동화책에 불과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긴 <자타카>가 나와 불교의 인연을 맺게한 보이지 않는 끈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자타카>(Jataka, 本生이라 번역함)는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모은 책인데, 현재 남전대장경 속에 547개의 이야기로 수록돼 있다. 내용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 과거세의 수행자 시절(이때는 보살 또는 대사라 불렀다)이었을 때, 어떤 선행과 공덕을 쌓아 부처가 되었는가를 말해주는 인연설화이다.
 
<자타카>의 소재로는 주로 고대 인도 민중들 사이에 널리 전해지고 있던 설화나 우화가 중심이 되었고,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은 5세기 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교가 아시아지역으로 전파됨에 따라 <자타카>는 중앙아시아 각국을 비롯하여, 자바의 볼보도르섬, 중국의 용문석굴 등에 조상(彫像)과 벽화의 소재로 많이 제공되었다.
 
<자타카>에 수록된 모든 이야기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현재의 이야기’로서, 부처님이 과거세의 일을 이야기하게 되는 인연을 설하고, 이어 <자타카>의 중심내용인 ‘과거세 이야기’를 설한다. 여기서 부처님의 전신인 보살은 과거 영겁의 세월동안 생을 되풀이하면서 인간뿐 아니라 동물, 귀신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모습으로 때로는 주인공, 때로는 방관자가 되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특정인물과 과거세의 어떤 인물간의 인과관계를 밝힘으로써 이야기는 끝난다. 그 중 한예를 들어보자.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실 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제바닷다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자, 부처님은 과거세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대부호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양친이 돌아가신후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빚까지 지게 되자 죽기위해 강에 뛰어 들었다. 그때 한 마리 황금색 사슴(석가모니의 전신)이 그를 구해 준 후,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았다. 그날, 황금색 사슴의 꿈을 꾼 왕비가 황금색 사슴의 설법을 듣지 못하면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시 왕은 사슴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후한 상금을 내린다고 공포했으며, 이 소식을 들은 대부호의 아들은 약속을 저버리고 사슴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결국 사슴은 잡히게 되었고, 사슴은 왕에게 대부호아들과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왕은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는 죽여야 한다면서 대부호의 아들에게 사형을 언도했지만 어리석은 자에게는 저절로 재앙이 미칠 것이니 그냥 돌려보내라는 사슴의 말을 따랐다. 이후 왕은 아무도 동물을 해치지 못하게 하는 명을 내렸고, 사슴들이 곡물을 마구 먹어치워도 저지할 수 없게 됐다. 참다못한 농부들이 왕을 찾아가 호소했지만 왕은 왕국이 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슴과의 약속은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은 안 황금색 사슴은 사슴들을 모아 놓고 앞으로 곡물을 마음대로 먹어서는 안된다고 주의시키고, 농부들에게는 자신들의 전답에 표시를 하게 했다. 그후로 사슴들은 표시가 되어있는 밭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부처님은 이상의 설법을 마치신 후, 비구들에게 제바닷다가 은혜를 모르는 것은 이와 같이 현생에만 한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때 대부호의 아들이 지금 제바닷다이고, 왕은 지금의 아난이며, 황금색 사슴은 바로 부처님 자신이라고 했다.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위험에서 구해준 은혜조차도 저버리는 배은망덕함은 이 시대나 그 시대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인과법에 따른 악업의 과보도 시대에 상관없이 반드시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장휘옥/동국대 강사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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