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인시절 접했던 많은 경전들 가운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바로 진리이며 스승이라는 것을 가장 쉽게 깨우쳐준 것이 바로 <육방예경>이었다. 이 경은 보다 정확히 <불설시가라월육방예경(佛說尸迦羅越六方禮經)>이라고 한다. 이 경전은 여러 본이 있는데, 먼저 팔리어 원전의 명칭은 <싱가로바다수탄타(singalovadasuttanta)>로서 <교수시가라월경(敎授尸迦羅越經)>이 된다. 한역본으로서는 <장아함경(長阿含經)> 권 제11에 수록되어 있는 <선생경(善生經)>, <중아함경(中阿含經)> 권 제33에 수록되어 있는 <선생경> 등 여러 이본이 있다. 이 경은 기원 3세기 이전에 성립된 것으로 보며, 원시 <아함경>에 속하는 경전이다. 본각/중앙승가대 교수
산문과 운문이 적절히 융합을 이루며 설해지는 이 경전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적 윤리생활을 가르친 대표적인 불교문헌이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밖 죽림에 계실 때, 젊은 가장인 싱가라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훈을 따라서 여섯 방위에 예배하는 것을 목격하시고 이 젊은이를 향하여 육방에 예를 하는 의미를 규정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도리를 설하신 것이 바로 <육방예경>이다.
이 경은 육방을 통하여 예배하고 존중할 대상을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로 동쪽에 대한 예배는 곧 부모님께 대한 예로써 자신의 생명존재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에 대한 예배와 공경을 동방으로써 상징하고 있다. 그 다음 서쪽에 대한 예배는 아내와 자식에 대한 예배이다. 더불어 사는 가족에 대한 지고한 사랑과 소중함을 예배로써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다음 남쪽에 대한 예배는 자신을 향상시켜 준 스승에 대한 예배이다. 스승에는 삶의 전반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스승도 있을 것이며, 지식을 일깨워 준 스승도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어두운 요인들은 어느 의미에서는 스승에 대한 존경을 상실한 데서 오는 불행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남쪽을 향하여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 스승에 예배할 수 있는 심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좀더 건실함을 되찾게 될것이다.
북쪽은 곧 벗에 대한 예배이다. 일생의 동반자로서 그리고 선의의 경쟁자로서 우리는 좋은 벗을 가지고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윗쪽은 정신적인 종교 지도자에 대한 예배이다. 현실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정신을 향상시켜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부처님을 만나게 된 것을 무한히 감사하고 예배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일을 도우는 고용인들에 대한 예배이다. 모든 일의 성취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깊이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부처님 당시 2천여년전의 고대사회에서 설해진 경전임에도 처자와 고용인에 대한 감사와 예배를 설하고 있는 점은 놀라우며 불교적인 생명·평등사상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대표적인 경전임을 알 수 있다.
이 경전은 상대방에게 예배하는 의미의 내용으로써 철저하게 각자 자신들의 의무를 설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남편으로서 아내를 예배한다 함은 아내를 마음으로 존경해야 하고, 타인 앞에서 경멸하지 말 것이며, 난잡한 행동을 해서는 안되고, 가사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하며,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장신구를 사주는 등 다섯가지의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아내에 대해 예배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는 등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무는 남녀 노소 상하 관계에 있어서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부모는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반면에 자식은 부모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인 것이다. 맹목적인 종교행위가 아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위에 종교적 행위의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조화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점에 이 경전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 우리의 세상살이가 그 어느때보다도 힘겹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흐트러진 우리 생활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육방예경>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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