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초품 중 단바라밀(檀波羅蜜)의 뜻을 풀이함 | ||||||||||||
[經]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 ||||||||||||
“보살마하살은 머무르지 않는 법으로써 반야바라밀 가운데 머무르고 버릴 바 없는 법으로써 단바라밀을 구족하니, 베푸는 이와 받는 이와 베푸는 물건을 모두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 ||||||||||||
[論] [문] 반야바라밀이란 어떤 법인가? | ||||||||||||
[답]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렇게 말한다. | ||||||||||||
“무루지혜[無漏慧]의 뿌리가 반야바라밀의 모습이다.
왜냐하면 일체의 지혜 가운데 으뜸가는 지혜를 반야바라밀이라 하는데, 무루지혜의 뿌리가 곧 으뜸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무루지혜의 뿌리를 반야바라밀이라 한다.” | ||||||||||||
26) 범어로는 avici-mahānaraka. 무간지옥(無間地獄) 혹은 무택대지옥(無擇大地獄)이라고도 한다. | ||||||||||||
[432 / 2071] 쪽 | ||||||||||||
[문] 보살이 아직 번뇌[結]를 끊지 못했다면 어떻게 무루의 지혜를 행할 수 있겠는가? | ||||||||||||
[답] 보살이 비록 번뇌를 끊지 못했으나 행하는 모습[行相]은 무루의 반야바라밀을 닮아 있다. 그러므로 ‘무루의 반야바라밀을 행한다’고 한다. | ||||||||||||
비유하건대 성문의 사람이 난법(煖法)27)․정법(頂法)․인법(忍法)․세간제일법(世間第一法)을 행함에도 먼저 비슷한 무루의 법을 행하면 나중에 고법지인(苦法智忍)28)이 생기기 쉬운 것과 같다. | ||||||||||||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 ||||||||||||
“보살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번뇌[結使]를 끊어 청정해진 이와 아직 번뇌를 끊지 못해 청정치 못한 이이다. 번뇌를 끊어 청정해진 보살은 능히 무루의 반야바라밀을 행한다.” | ||||||||||||
[문] 만일 보살이 번뇌를 끊어 청정하다면 어찌하여 반야바라밀을 행하는가? | ||||||||||||
[답] 비록 번뇌를 다 끊었으나 10지(地)가 아직 완전하지 못하고, 아직 불국토를 장엄하지 못했으며, 아직 중생을 교화하지 못했기에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 ||||||||||||
또한 번뇌를 끊는 데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3독을 끊어 그 마음이 인간과 하늘의 5욕(欲)에 집착되지 않음이요, 둘째는 비록 인간이나 하늘의 오욕에 집착되지는 않으나 보살의 공덕과 과보에 대하여는 아직 5욕을 버리지 못함이니, 이런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해야 한다. | ||||||||||||
비유하건대 장로 아니로두(阿泥盧豆)가 숲 속에서 좌선할 때 정애천녀(淨愛天女) 등이 맑고 묘한 몸으로 찾아와서는 아니로두를 시험하려 했다.
이에 아니로두는 말하기를 “아가씨들아, 푸른빛으로 오너라. 뒤섞인 빛은 필요 없다”라고 하고는 부정(不淨)을 관하려 하였으나 관을 이루지 못했다. 황색ㆍ적색ㆍ백색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 ||||||||||||
이때 아니로두는 눈을 감은 채 쳐다보지 않으면서 말했다. | ||||||||||||
27) 범어로는 uṣma-gata. | ||||||||||||
28) 범어로는 duḥkhe`nvaya-jñāna-kṣāntiḥ. 고제를 관찰해 얻는 지혜인 고법지의 직전에 얻는 마음을 말한다. | ||||||||||||
[433 / 2071] 쪽 | ||||||||||||
“아가씨들아, 멀리 물러가라.” | ||||||||||||
이에 즉시 천녀들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하늘의 복덕으로 나타난 형상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보살의 한량없는 공덕의 과보로 닦는 5욕겠는가. | ||||||||||||
또한 견다라(甄陀羅) 왕이 8만 4천의 견다라들과 함께 부처님께 와서 거문고를 튀기고 노래를 불러 부처님께 공양했다. 이때 수미산왕과 산과 나무와 인간과 금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춤을 추었으며, 부처님 곁의 대중들과 큰 가섭까지도 모두가 자리에서 안정을 찾지 못했다. | ||||||||||||
이때 천수(天須)보살이 큰 가섭에게 물었다. | ||||||||||||
“나이 많은 구숙(舊宿)께서는 12두타(頭陀)의 법을 행하심에 으뜸이거늘 어찌하여 자리에서 스스로 안정을 찾지 못하십니까?” | ||||||||||||
큰 가섭이 대답했다. | ||||||||||||
“삼계의 5욕이 나를 요동시킬 수 없지만, 이는 보살의 신통한 공덕과 과보의 힘인 까닭에 나로 하여금 이렇게 하게 하는 것이다. 내게 마음이 있어서 스스로 안정치 못한 것이 아니다. 비유하건대 수미산은 사방에서 바람을 일으켜도 움직일 수 없으나 대겁이 다할 때에 이르러 비람풍(毘藍風)이 일어나면 마치 마른 풀이 날리듯 요동치는 것과 같다.” | ||||||||||||
이런 일로 인하여 두 가지 번뇌 가운데 한 가지를 아직 끊지 못했다면 이러한 보살들은 응당 반야바라밀을 행해야 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아비담(阿毘曇)29)에서의 주장이다. | ||||||||||||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 ||||||||||||
“반야바라밀은 유루의 지혜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보살이 보리수[道樹] 밑에 이르러서야 번뇌를 끊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비록 큰 지혜와 한량없는 공덕이 있었으나 모든 번뇌를 아직 끊지 못했나니, 그러므로 보살의 반야바라밀을 유루의 지혜라 한다.” | ||||||||||||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 ||||||||||||
“처음 발심할 때로부터 보리수하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의 지혜를 반야바라밀이라 하고 | ||||||||||||
29) 범어로는 Abhidharma. 그 어의는 ‘법(dharma)에 관하여(abhi)’라는 의미로, 아비달마(阿毘達磨)ㆍ비담(毘曇)이라 음역하거나 대법(對法)ㆍ무비법(無比法)ㆍ승법(勝法) 등으로 의역한다. | ||||||||||||
[434 / 2071] 쪽 | ||||||||||||
마지막 성불할 때의 반야바라밀은 다시 살바야(薩婆若)30)라 한다.” | ||||||||||||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 ||||||||||||
“보살의 유루ㆍ무루의 지혜를 모두 합해 반야바라밀이라 한다. 왜냐하면 보살은 열반을 관찰하고 불도를 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로 인하여 보살의 지혜는 응당 무루일테지만, 아직 번뇌를 끊지 못했고 일을 다 끝내지 못했으므로 유루라 해야 한다.” | ||||||||||||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 ||||||||||||
“보살의 반야바라밀은 무루이고, 무위이고, 볼 수 없고[不可見], 대할 수 없다[無對].” | ||||||||||||
또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 ||||||||||||
“이 반야바라밀은 얻을 수 없는 모습이니, 혹은 있는 듯, 혹은 없는 듯, 혹은 항상한 듯, 혹은 무상한 듯, 혹은 공한 듯, 혹은 실한 듯하다.
이 반야바라밀은 음(陰)․계(界)․입(入)에 속하지 않는다.
유위도 아니고 무위도 아니며, 법도 아니고 법 아닌 것도 아니며, 취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으며,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곧 유무(有無)의 사구(四句)를 벗어나 실로 집착할 바가 없다. 비유하건대 마치 불꽃이 사방 어디에서도 손을 댈 수 없는 것과 같다.
손을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반야바라밀의 모습도 역시 그와 같아서 만질 수 없으니, 삿된 소견의 불이 태우기 때문이다.” | ||||||||||||
[문] 앞에서 갖가지 사람이 반야바라밀을 말했는데 무엇이 옳은가? | ||||||||||||
[답]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각각 이치가 있으니, 모두가 진실이다” 했다. 마치 경의 말씀과 같다. 곧 5백 비구가 각자 두 가[二邊]와 중도(中道)의 이치를 말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두 도리가 있다” 하셨다. | ||||||||||||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 ||||||||||||
“마지막에 대답한 것이 진실이다. 왜냐하면 깨뜨릴 수 없고,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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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도론(大智度論) 98. 반야바라밀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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