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97. 지혜제일의 사리불일지라도 부처님과 비교하면 어린애 수준이다.

수선님 2018. 12. 30. 12:53

[經]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이 일체종으로써 온갖 법을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만 하는지요?”

 

[論] [문] 부처님은 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기 위하여 갖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셨다.

나타내시고는 바로 말씀하셔도 되거늘 어찌하여 사리불로 하여금 묻게 한 뒤에 말씀하시는가?

 

[답] 물은 뒤에 말씀하심은 부처님의 법으로서는 응당 그러한 것이다.

 

또한 사리불은 반야바라밀이 매우 깊고 미묘하고 형상 없는 법이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것임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지혜의 힘으로써 갖가지로 생각했다.

 

“만일 모든 법의 무상함을 관한다면 이것은 반야바라밀인가, 아니면 반야바라밀이 아닌 것인가?”

 

하지만 스스로 알 수 없었기에 물었던 것이다.

또한 사리불은 일체지가 아니었으니, 부처님의 지혜 가운데에서는 마치 어린애와 같았다.

 

아바단나경(阿婆檀那經)23)에서 설하는 바와 같다.

 

“부처님께서는 기원(祇洹)에 머무시고 계셨다. 해질 무렵 경행을 하시는데 사리불이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이때 어떤 매가 비둘기를 쫓으니, 비둘기는 부처님 곁으로 날아와서 숨었다. 부처님께서 경행하시면서 그 비둘기를 지나니 그림자가 비둘기를 덮었다.

 

그러자 비둘기는 편안해지고 두려움이 제거되어 다시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중에 사리불의 그림자가 비둘기 위에 이르니, 비둘기는 다시 소리를 지르면서 처음과 같이 두려움에 떨었다.

 

이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의 몸과 저의 몸에는 모두 3독(毒)이 없거늘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둘기를 덮으면 비둘기는 소리를 내거나 두려워하지도 않더니 저의 그림자가 그 위를 덮으면 비둘기는 전과 같이 소리를 내고 두려워하는 것인지요?”
  
  
  
23) 범어로는 Avadānasūtra.
[430 / 805] 쪽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3독(毒)24)의 습기가 다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대의 그림자가 덮일 때엔 두려움이 제거되지 않는 것이다. 그대는 이 비둘기가 몇 생 동안이나 비둘기가 되었는지 전생 인연을 관찰해 보거라.”

 

사리불이 즉시 숙명지삼매(宿命智三昧)25)에 들어가 관찰해 보니, 이 비둘기는 비둘기로부터 왔으며, 마찬가지로 1생․2생ㆍ3생 나아가서는 8만 대겁에 이르기까지 항상 비둘기의 몸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지나는 일은 볼 수가 없었다.

 

사리불이 삼매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비둘기가 8만 대겁 동안 항상 비둘기의 몸이었으나 이보다 이전의 일은 더 알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만일 지난 일을 다 알 수 없다면 미래의 일을 관찰해 보거라. 이 비둘기가 언제라야 벗어나겠는가?”

 

사리불이 곧 원지삼매(願智三昧)에 들어가서 이 비둘기를 관찰해보니, 1생․2생․3생 나아가서는 8만 대겁 동안 비둘기의 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지난 뒤의 일은 역시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삼매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이 비둘기를 보건대 1생ㆍ2생에서 8만 대겁에 이르기까지 비둘기의 몸을 벗지 못하겠으나 그 뒤의 일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과거․미래 현재의 끝까지를 모르겠사옵니다. 이 비둘기가 언제라야 벗어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비둘기는 성문이나 벽지불이 아는 한계를 넘어서고 다시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대겁 동안 항상 비둘기의 몸을 받으리라. 그러다가 죄를 다하고 비둘기의 몸을 벗어나면 5도(道) 가운데 헤매다가 나중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5백 생을 지나야 비로소 예리한 근[利根]을 얻게 되리라.

  
  
  
24) 탐ㆍ진ㆍ치를 말한다.
25) 범어로는 pūrve-nivāsa-jñāna-samādhi.
[431 / 805] 쪽
  

이때 어떤 부처님이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을 제도하신 뒤에 무여열반에 드시니, 남기신 법이 세상에 있으리라.

 

이 사람은 5계를 받은 우바새가 되어 비구에게서 부처님을 찬탄하는 공덕을 듣고는 여기에서 비로소 발심하여 부처가 되기를 서원하리라. 그런 뒤에 3아승기겁 동안 6바라밀을 행하고 10지(地)를 구족해 부처가 되며,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한 뒤에 무여열반에 들리라.”

 

이때 사리불이 참회하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한 마리의 새에 대해서도 그 본말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하물며 어찌 일체법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제가 만일 부처님의 이러한 지혜를 알 수 있다면, 부처님의 지혜를 위하여 차라리 아비지옥(阿鼻地獄)26)에 들어가서 한량없는 겁의 고통을 받는다 해도 마다하지 않으리다.”

 

이렇듯 모든 법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묻게 되는 것이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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