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보살마하살이 일체종(一切種)18)으로써 온갖 법을 알고자 한다면 반야바라밀을 익히고 행해야 하느니라. |
[論] 보살마하살의 뜻은 앞에 보살을 찬탄하는 품에서 말한 바와 같다. |
[문] 무엇을 일체종이라 하고, 무엇을 일체법이라 하는가? |
[답] 지혜의 문을 일러 종(種)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한 지혜의 문으로 관찰하고, 어떤 사람은 둘․셋․열․백ㆍ천․만 나아가서는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아승기 지혜의 문으로 모든 법을 관찰한다.
지금은 온갖 지혜의 문으로 온갖 종자에 들어가서 온갖 법을 관찰하나니, 이것이 일체종이다. |
범부들은 세 가지로 관찰하나니, 욕계를 여의고 색계를 여의고자 하는 까닭에 욕계ㆍ색계의 추악함과 거짓됨과 혼탁함을 관찰한다. |
부처님의 제자에게는 여덟 가지의 관찰이 있다.
곧 무상하고, 괴롭고, 비어있고, 나 없고, 병과 같고, 종기 같고, 화살이 몸에 박힌 것 같고, 매우 괴로워함과 같다고 관찰한다. |
이 여덟 가지 관찰은 4성제(聖諦)에 들어가면 열여섯 가지 행[十六行]19) 중의 넷이 된다. |
열여섯 가지란,
먼저 고를 관찰함에 네 가지가 있으니 무상함․괴로움․공함․나 없음이요, 고의 원인을 관찰함에 네 가지가 있으니 쌓임[集]․인(因)․연(緣)․남[生]이요, 고가 멸함을 관찰함에 네 가지가 있으니 다함[盡]․사라짐[滅]․묘함[妙]․벗어남[出]이요, 고의 멸에 이르는 길[道]을 관찰함에 네 가지가 있으니 길[道]․바름[正]․행함[行]․자취[跡]이다. |
18) 범어로는 sarva-ākāra. |
19) 범어로는 ṣodaṡa-ākāra. 열여섯 가지 행상으로 4성제를 관찰하는 법을 말한다. 16행상(行相)이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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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나는 호흡에도 또한 열여섯 가지 행이 있다.
하나는 드는 호흡을 관찰함이요, 둘은 나는 호흡을 관찰함이요, 셋은 호흡의 길고 짧음을 관찰함이요, 넷은 호흡이 온몸에 두루함을 관찰함이요, 다섯은 몸의 모든 활동[行]을 제거함이요, 여섯은 기쁨[喜]을 느낌이요, 일곱은 즐거움[樂]을 느낌이요, 여덟은 마음의 모든 활동을 받아들임이요, 아홉은 기쁨을 짓지 않음이요, 열은 마음을 가다듬음[攝]이요, 열하나는 심해탈(心解脫)을 이룸이요, 열둘은 무상함을 관찰함이요, 열셋은 흩어지고 무너짐을 관찰함이요, 열넷은 욕망을 여읨을 관찰함이요, 열다섯은 멸을 관찰함이요, 열여섯은 버림[棄捨]을 관찰함이다. |
또한 여섯 가지 염(念)이 있다.
첫째는 염불(念佛)인데, 부처님은 곧 다타아가타․아라하․삼먁삼불타20)이니, 이러한 열 가지 명호를 생각하는 것이다. 나머지 5념(念)은 뒤에서 설명하겠다. |
세간의 지혜․세간을 벗어나는 지혜 및 아라한․벽지불․보살․부처님의 지혜 등 이러한 지혜로써 모든 법을 아는 것을 일체종(一切種)이라 한다. |
일체법이라 했는데, 의식이 반연하는 법이 곧 일체법이다.
이른바 안식(眼識)은 색을 반연하고, 이식(耳識)은 소리를 반연하고, 비식(鼻識)은 냄새를 반연하고, 설식(舌識)은 맛을 반연하고, 신식(身識)은 촉(觸)을 반연하고, 의식(意識)은 법을 반연한다.
눈을 반연하고, 색을 반연하고, 안식을 반연하며, 귀와 소리ㆍ코와 냄새ㆍ혀와 맛ㆍ몸과 촉감에 대해서도 이와 같으며, 나아가 뜻을 반연하고, 법을 반연하고, 의식을 반연한다. |
이것을 일체법이라고 부르니, 이것은 식이 반연하는 법이 된다. |
또한 지혜로써 반연하는 법이 곧 일체법이다.
이른바 괴로움을 아는 지혜로써 괴로움을 알고, 원인을 아는 지혜로써 괴로움의 원인을 알고, 멸함을 아는 지혜로써 괴로움의 사라짐을 알고, 길을 아는 지혜로써 괴로움을 없애는 길을 알며, 세속의 지혜로써 고ㆍ집ㆍ멸ㆍ도ㆍ허공 및 비수연(非數緣)의 멸21)을 안다.
이것이 지혜로써 반연하는 법이다. |
20) 범어로는 각각 tathāgatha, arhat, samyaksaṃbuddha. |
21) 수(數)란 심소법(心所法)을 말한다. 수연의 멸이란, 지혜의 심소법에 의해 번뇌를 단절하고 얻는 진멸(盡滅), 곧 열반의 경지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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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두 가지 법으로 일체법을 포섭한다.
곧 색법과 무색법, 볼 수 있는 법과 볼 수 없는 법, 대할 수 있는 법과 대할 수 없는 법, 유루와 무루, 유위와 무위, 마음과 서로 응하는 법과 마음과 서로 응하지 않는 법, 업과 서로 응하는 법과 업과 서로 응하지 않는 법[단주에 말하기를 심법(心法) 가운데 생각[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업과 상응한다. 곧 이것은 생각이기 때문에 제한다.], 가까운 법과 먼 법 등 이와 같이 갖가지 두 법으로 일체법을 포섭한다.[단주에 말하기를 ‘현재와 무위는 가까운 법이요, 미래와 과거는 먼 법이다’ 했다.] |
또한 세 가지 법으로 일체법을 포섭한다.
곧 선(善)ㆍ불선(不善)ㆍ무기(無記), 유학ㆍ무학ㆍ유학도 아니고 무학도 아님, 견도(見道)에서 끊음ㆍ수도(修道)에서 끊음ㆍ끊지 않아도 되는 법[不斷]22)이다. |
또한 세 가지 법이 있으니, 5중(衆)과 12입(入)과 18계(界)이다. 이러한 종종의 세 가지 법[三法]으로써 일체법을 포섭한다. |
또한 네 가지 법이 있다.
곧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법과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아닌 법, 욕계에 얽매인 법ㆍ색계에 얽매인 법ㆍ무색계에 얽매인 법ㆍ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법, 원인이 선한 법ㆍ원인이 불선한 법ㆍ원인이 악한 법ㆍ원인이 무기인 법ㆍ원인이 선도 아니고 불선도 아니며 무기도 아닌 법, 인연을 반연하는 법[緣緣法]ㆍ인연을 반연하지 않는 법[緣不緣法]ㆍ인연을 반연하기도 하고 인연을 반연하지 않기도 하는 법[緣緣不緣法]ㆍ인연을 반연하지도 않고 인연을 반연하지 않는 것도 아닌 법[非緣緣非不緣法]이다. 이러한 네 가지 법으로 일체법을 포섭한다. |
다섯 가지 법이 있으니, 색법ㆍ심법ㆍ마음에 상응하는 법ㆍ마음에 상응하지 않는 법ㆍ무위의 법이다. 이러한 갖가지 다섯 법으로 일체법을 포섭한다. |
여섯 가지 법이 있으니, 괴로움을 보고 끊는 법[見苦斷法]ㆍ원인[集]을 보고 끊는 법ㆍ멸(滅)을 보고 끊는 법ㆍ길[道]을 보고 끊는 법ㆍ사유로써 끊는 법ㆍ끊지 못하는 법[不斷法]이다. 이러한 갖가지 여섯 법 내지 한량없는 법으로 일체법을 포섭한다. |
22) 일체의 무루법(無漏法)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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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일체법이다. |
[문] 모든 법이 매우 깊고 미묘하여 불가사의하니, 일체 중생으로도 알기 어렵거늘 하물며 한 사람이 온갖 법을 다 알고자 함이겠는가. 마치 어떤 사람이 대지를 재려는 것과 같고, 대해의 물방울을 세려는 것과 같고, 수미산을 재려는 것과 같고, 허공의 끝을 알려는 것과 같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알 수가 없거늘 어찌 일체종으로써 일체법을 알려 하는가? |
[답] 어리석음의 어두움에 가리면 매우 괴롭고, 지혜의 광명이 비추면 즐겁기 그지없다.
일체 중생은 누구나 괴로움을 싫어하고 오직 즐거움만을 구한다. 그러므로 보살은 일체의 으뜸가는 큰 지혜를 구하고, 일체종을 관찰하고, 일체법을 알고자 한다. |
이 보살은 큰 마음을 일으켜 두루 온갖 중생을 위하여 큰 지혜를 구한다. 그러므로 일체종으로써 온갖 법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마치 의원은 한두 사람을 위해서는 한두 가지 약만 쓰면 족하지만 만일 온갖 중생의 병을 고치려면 온갖 종류의 약을 써야 되는 것과 같다. |
보살도 이와 같아서 온갖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까닭에 일체종으로써 온갖 법을 알고자 한다. |
모든 법이 매우 깊고 미묘하고 한량없듯이 보살들의 지혜도 매우 깊고 미묘하며 한량이 없다.
앞의 대답에서 일체지인(一切智人)을 해석하는 가운데서 이미 널리 말한바 있으니, 마치 함(函)이 크면 뚜껑도 큰 것과 같다. |
또한 만일 이치를 벗어나 일체법을 구한다면 얻을 수 없고, 이치로써 구한다면 얻지 못할 일이 없다. 비유하건대 불을 일으키려 할 때 나무를 비비면 불을 얻을 수 있는 것과 같다.
나무를 쪼개어 불을 구한들 불은 얻을 수 없다. |
마치 대지의 끝이 있고 해도 스스로 일체지인이 아니거나 큰 신통력이 없으면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만일 신통의 힘이 크다면 이 삼천대천세계의 끝을 아는 것이다. |
지금 이 땅은 금강 위에 있고, 삼천대천세계의 네 끝은 허공이다. 이것이 땅의 끝을 아는 것이니, 수미산을 헤아리려 하는 것도 이와 같다.
허공을 헤아리려 한다면 헤아리지 못할 것도 없으나 허공은 존재하지 않는 법[無法]이기 때문에 헤아리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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