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초품 중 계상(戒相)의 뜻을 풀이함 |
[문] 이러한 갖가지 공덕과 과보는 이미 알았거니와 무엇을 일컬어 계상(戒相)이라 하는가? |
[답] 악(惡)을 그쳐 다시는 짓지 않는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났거나 입으로 말하거나 남의 지시를 받아 몸과 입의 악을 그친다면 이것이 계상이 된다. |
어떤 것이 악(惡)인가?
실제로 이 중생을 중생인 줄 알고서 고의로 죽이려 하고 그의 생명을 빼앗아 신업(身業)을 일으키는 지음의 모양(作色)이 있다면 이를 살생의 죄라 한다. 그 밖에 가두거나 결박하거나 때리면 살생을 돕는 법이 된다. |
또한 남을 죽이면 살생의 죄가 된다. 자살한 것이 아닌, 마음속으로 중생인 줄 알면서 죽이면 이는 살생죄이다.
이른바 야밤에 사람을 보고는 말뚝인 줄 알고 죽이는 것과는 달리 고의로 산목숨을 죽이면 살생죄에 해당한다.
고의가 아닌 것은 해당치 않는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快心] 산목숨을 죽이면 살생의 죄에 해당한다.
성한 정신으로 목숨을 끊으면 살생죄에 해당한다. |
상처를 내는 것은 해당치 않으나 신업(身業)은 곧 살생죄이다. 단지 입으로 말한 것은 해당치 않으나, 입으로 명령하여 죽이면 살생의 죄가 된다.
단지 마음으로 악을 일으키는 것은 해당치 않는다. |
이러한 것들을 살생죄의 모습[相]이라 하거니와 이러한 것들을 짓지 않는 것을 일컬어 계라 한다. |
만일 어떤 사람이 계를 받은 뒤 마음으로 일으키고 입으로 말하기를 “나는 오늘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다” 하거나 몸도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채 속으로만 맹세하기를 “나는 오늘부터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다” 한다면 이것을 불살생계라 한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불살생계는 혹은 선(善)이며 혹은 무기(無記)이다”고 한다. |
[문] 아비담에 말하기를 “일체의 계율의(戒律儀)는 모두 선이다” 하였는데 이제는 어찌하여 무기라 하는가? |
[510 / 805] 쪽 |
[답] 가전연자(迦栴延子)7)의 아비담에서는 “일체는 선이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아비담에는 말하기를 “불살생계는 선이기도 하고 혹은 무기이기도 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불살생계가 항상 선하다면 이 계를 지니는 사람은 응당 도를 얻은 사람처럼 항상 악도에 떨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간혹 무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기에는 과보가 없는 까닭에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지 않는다. |
[문] 계가 무기이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달리 악심이 일어나는 까닭에 지옥에 떨어지는 것인가? |
[답] 불살생은 한량없는 선법을 얻는다. 작(作)ㆍ무작(無作)의 복이란 항상 밤낮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
만일 조그마한 죄를 지으면 한계와 분량이 있게 된다. 왜냐하면 한량 있는 쪽을 따르고 한량없는 쪽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불살생계에는 간혹 무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또한 어떤 사람은 스승에게서 계를 받지 않고 단지 마음속으로 “나는 오늘부터 다시는 살생치 않겠다”고 서원하는데, 이와 같이 살생치 않음은 간혹 무기가 된다. |
[문] 이 불살생계는 어떤 계(界)에 속하는가? |
[답] 가전연자의 아비담에서는 말하기를 “모든 수계율의는 모두 욕계에 결부된다” 했으나 다른 아비담에서는 말하기를 “혹은 욕계에 결부되기도 하고 혹은 결부되지 않기도 한다” 했다.
실제를 말한다면 세 종류가 있으니, 혹은 욕계에 결부되는 것과 혹은 색계에 결부되는 것과 혹은 무루이다. |
살생의 법은 비록 욕계의 것이기는 하나 불살생은 살생을 따라서 욕계에 속하며, 단지 색계의 불살생과 무루의 불살생은 멀리서 미리 막는 까닭에 곧 참된 불살생계가 된다. |
또한 어떤 사람이 계를 받지 않고도 태어나면서부터 살생을 좋아하지 않아서 혹은 선하기도 하고 혹은 무기이기도 하다면 이를 무기라 한다. |
이 불살생의 법은 마음도 아니고 마음에 속하는 법[心數法]도 아니며 마음과 서로 응하는 법도 아니다. |
7) 범어로는 Katyāyana. |
[511 / 805] 쪽 |
혹은 마음과 함께 생겨나기도 하고 혹은 마음과 함께 생겨나지 않기도 한다. |
가전연자의 아비담에 말하기를 “불살생은 몸과 입의 업이니, 색을 짓기도 하고 혹은 색을 짓지 않기도 한다.8) 혹은 마음을 따라 행하기도 하고, 혹 마음을 따라 행하지 않기도 하며[단주에 말하기를 ‘마음을 따르는 계는 정공계(定共戒)요 마음을 따르지 않는 계는 뜻의 다섯 가지 계’라 하였다.], 전생의 업보도 아니다. |
두 가지 수행을 닦아야 되고, 두 가지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단주에 말하기를 ‘두 가지 깨달음이란 몸의 깨달음과 지혜의 깨달음’이라 했다.] |
사유단(思惟斷)이란 일체의 욕계의 마지막에 견해를 단절할 때 끊어지는 것이다. |
범부나 성인이 얻는 바는 색법(色法)이니, 볼 수 있는 법이거나 혹은 볼 수 없는 법이거나 혹은 대할 수 있는 법이거나 혹은 대할 수 없는 법이거나 혹은 보답이 있는 법․과보가 있는 법․유루의 법․유위의 법․위있는 법이어서[단주에 말하기를 ‘극(極)이 아니므로 위가 있다’고 하였다.] 서로 응하는 인이 아니다.
이와 같이 분별할 수 있는 것을 불살생계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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